안명옥 주교 창원 사파성당 생명·평화 미사 집전…김 지사 현관 예식 허용

천주교 마산교구 교구장인 안명옥 주교는 영성과 생명을 강조함으로써 정부 4대강 사업을 에둘러 비판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여태까지처럼 4대강 사업 반대를 되풀이 천명하고 4대강 사업 대신 수질 개선과 홍수 예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안명옥 주교는 5일 오후 2시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열린 생명·평화 미사를 집전하며 행한 강론에서 "하느님의 피조물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자기 이익만 생각하고 끝없는 자기 확장과 방종을 갈망함으로써 나도 죽고 너도 죽이는 반생명의 문화 죽음의 문화가 출현한 것이다"라며 "자기 말고는 누구도 배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주의에 젖어 하느님도 자연도 상대화하고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남용해 하느님을 살해하기까지 이르렀다"면서 성찰을 촉구했다.

안 주교가 요구한 성찰은 "탐욕을 버리고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며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 상생하면서 공동체성과 연대성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천주교마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와 4대강사업저지천주교연대가 주최한 '생명·평화 미사'가 창원시 성산구 사파성당에서 열렸다. 미사를 마친 신자들이 사파성당과 도청구간에서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안 주교는 강론 말미에서 "흘러야 하는 것이 오로지 강만은 아니다. 생명도 흘러야 한다, 하느님은 생명을 내놓아 온갖 생명을 살린다. 하느님의 존재 방식이다"라면서 "우리는 이것을 알고 따라야 한다. 생명 사랑을 위해서는 생명을 내놓아야 한다. 생명은 생명에 기대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마무리했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신도 등 1000명가량은 오후 3시 10분 사파공동성당을 나서 대동백화점 앞을 거쳐 도청까지 한 시간가량 도보 순례를 벌였다. 원래 계획은 도청 정문에서 마무리 예식을 치르는 것이었으나 김두관 도지사의 배려로 도청 현관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김두관 도지사는 도청 현관에서 열린 생명·평화 미사 마무리 예식에서 "정치를 하는 정치권이나 시장·군수를 비롯해 단체장들이 국민을 걱정 안 하게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6·2지방선거에서 나타난 4대강 사업 중단 요구 민심을 중앙정부가 알아주기 바라지만 여전히 못했다"며 "4대강 사업 중단과 관련해 경남도가 할 수 있는 여러 조치는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정부는 운하의 사전 작업으로 4대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경남도는 4대강 사업을 환경시설 등을 통한 수질 개선과 소하천 정비를 통한 홍수예방 등으로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안명옥 천주교 마산교구장이 집전한 이날 '생명·평화 미사'는 지난 3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제주교구장)가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뒤로 전국에서는 두 번째고, 비수도권에서는 처음 열린 것이었다. 안 교구장은 이날 미사를 집전함으로써 '생명·평화 미사'에 나선 네 번째 주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앞서 생명평화 미사에 나선 주교는 6월 14일 경기도 양평 양수리성당 '생명·평화 미사'에 나섰던 강우일 제주교구장·이용훈수원교구장·최덕기전 수원교구장 등 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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