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은 남해군입니다. 고향에 집이 있지만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비어있습니다. 논도 있지만 이웃 어른이 부치고 있습니다. 산 기슭에 있던 밭은 방치한 지 오래되어 사라졌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는 이제 아이나 젊은이가 아예 없습니다. 그나마 젊은 사람이 70대고 나머지는 모두 80대 이상입니다. 그분들이 돌아가시면 우리집처럼 대부분 빈집이 될 겁니다. 이웃마을도 대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자라던 시절 남해군 인구는 10만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4만 5000명이 채 안 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국 2...
창원 출신의 박상현(47) 씨는 (따비)라는 책으로 유명한 음식평론가이자 맛칼럼니스트다. 박 씨는 "와인을 좋아해 관련 글을 쓰게 됐고 블로거로 활동하다 여기까지 왔다"며 "많은 사람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자기선택권을 갖고 음식을 고르고 먹는, 다양한 음식과 다양한 취향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특별했던 할머니의 음식 솜씨 Q. 창원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출생지 등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71년 창원시 상남동에서 태어났고 상남초등학교를 5학년 때까지...
교사는 학교에서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더 나아가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멘토 역할도 한다. 바른 몸가짐과 태도를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교사란 직업은 그만큼 엄중하고 무거운 책임감이 따른다. 그 무게를 짊어지고 30년이 넘게 교직에 재직 중인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창원문성고등학교 조길상(55) 수석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조 교사는 단순한 과목 중심의 수업을 탈피해 직접 재구성한 교육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3일 충북 청주대 석우문화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체전 핸드볼 여고부 준준결승전. 7명의 선수가 교체 한 번 없이 쉼 없이 코트를 누빈다. 주인공은 경남체고 여자 핸드볼부. 지난 2016년 창단한 팀은 2017 전국체전에 1·2학년 선수 7명만이 참여했다. 더군다나 골문은 핸드볼을 시작한 지 고작 두 달째인 선수가 맡았다. 3학년이 주축인, 선수 폭이 넓은 다른 팀에 비해 체력적으로나 기량면으로나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이근미 코치나 예인 지금이나 '정신력'을 강조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교체 여유가 없다...
창녕군 영산면 성내리에 있는 영산읍성지 입니다. 읍성은 도시 전체를 성벽으로 둘러 쌓아 관청과 민가를 보호하는 군사적·행정적 기능을 수행하는 성을 말하는데, 영산읍성도 이런 필요에 의해서 축조된 것이랍니다. 영산면은 고려 말부터 낙동강을 타고 거슬러 온 왜구의 침략이 많았던 곳이었습니다. 이에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 흙으로 읍성을 쌓았다고 합니다. 고려에 이어 조선시대까지 왜구의 침입이 빈번해지자 전국의 읍성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게 됩니다. 영산읍성도 이 시기에 맞춰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가게 되는데, 1477년 성종 8년 무...
10여 년 동안 수많은 노래신청을 받는 가운데, 어떤 노래를 가장 많이 틀어주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여태까지 모아둔 리퀘스트 용지 보관함을 열어보니 일 년 단위로 고무줄에 잘 묶어져 있었다. 한 장 한 장 뒤적이며 가만히 살펴보니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초창기 진땀을 빼가며 어렵사리 틀어줬던 노래들, 음반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던 모습들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객들이 남겨놓은 기록은 저편에 두었던 기억을 되살려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게 한다. 리퀘스트 용지의 곡명을 훑어보면 신청자의 연령대와 좋아하는 취향...
2~3년 전, 방안 책꽂이에 오랫동안 꽂혀있던 을 우연히 봤다. 우곡선생이 이 지역 창원 사람으로 도학(道學)에 대한 공부가 아주 높았던 점에 끌려 그 후 가끔 이 책을 펴게 되었다.(실은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를 높이 공부한 사람은 모두 국내에 이름난 선생들로만 여겼다.) 어느 날 문집의 글 가운데 "우곡선생이 '기수에서 세수하고 무우에서 바람을 쐬다'라는 의 구절을 공부하다 말끝에 감흥을 얻었다"는 우곡 행장(行狀)을 보고는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왜냐면 우곡선...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을 뜻하는 반려동물. 가족이 된 개(대표적인 반려동물)에게 사람들은 아이에게 먹이고 입히듯 좋은 것만 해주고 싶어 한다. 사료는 물론 간식까지, 질 좋은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 관련 산업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김해에 있는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문점 '이랑사', 독특한 이름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숫자'2'고 '사'는 숫자'4'를 뜻해요. 사람 발자국은 두 개, 강아지 발자국은 네 개잖아요. 반려동물이랑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자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에요." 이랑사에서 키우고 있는 봉순이, ...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차세대 산업에서도 콘텐츠 산업을 빠지지 않는다. 유망한 산업이니만큼 많은 청년들이 콘텐츠 산업계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한참 전부터 청소년들의 장래희망 1위를 차지하던 연예인, 그리고 최근 지망하는 BJ까지, 모두 콘텐츠 산업 분야다. 하지만 이런 인기에 비해 콘텐츠로 먹고살긴 어렵다. 지역은 더하다. 인프라 부족이 대표적인 이유다. 여건이 너무 안 좋다 보니 콘텐츠 산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은 계속해서 타지로 향한다. 그러던 중에, '경남콘텐츠포럼'의 소식을 접했다. 매월 콘텐츠에 관심 있는 지역 청...
1. 버럭 "내가 아무 예고 없이 깨문다거나 발톱으로 할퀸다면 장담하건대 아빠 양반은 아주 난리를 칠 거야. 무슨 이유가 있든 말든 상관없이. 그러니까 갑자기 엄마와 딸 꼬맹이 앞에서 버럭하지마. 갑자기 깨물고 할퀴는 것보다 더 상처받거든. 그리고 그 버럭이라는 표현 방식 말이야, 너무 미성숙하잖아. 야옹." 2. 고민 "아빠 양반이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내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거 알아. 그런 재능이 절실할 때도 있지. 그런데, 아빠 양반. 더 중요한 것은 어려운 문제는 어렵다고 인정하는 거야. 정말 어려운 문제를 쉽게 ...
1. 타블렛 딸은 컴퓨터로 그림 그리기를 즐겨. 한동안 마우스로 끄적거리는데 종종 아쉬워하더라고. 세밀한 표현이 되지 않는다나. 펜이 들어 있는 노트북 광고에 푹 빠지더라고. 생일을 맞아 노트북에 연결하는 타블렛과 펜을 선물했지. 컴퓨터 도매상가에서 타블렛을 구입하니 어찌나 좋아하던지. 입꼬리가 치솟고 눈가마저 촉촉해지는데 당황스럽더라고. "필압이 느껴져서 너무 좋아요." 선을 더 세밀하게 그릴 수 있다는 거지. 최근 며칠 동안 엄마 대비 아빠 영향력이 부쩍 늘었다는 것을 체감해 선물은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을 위한 것...
마산청소년문화의집 김양화(45) 관장은 마산 청소년들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대학 시절 마산YMCA에서 자원지도자로 일하기 시작해 20년이 넘도록 청소년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그가 관장으로 있는 마산청소년문화의집을 찾았다. 실내는 온통 청소년들의 사진과 그림으로 뒤덮여있었다. "이곳의 주인은 언제나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는 그녀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다. 마산청소년문화의집은 2017년 청소년수련시설 종합평가에서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김양화 관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 청소년들과 함께 꿈꾸겠다"고 말했다. 자원지...
3·1운동은 일제 착취에 맞선 전 민족적인 항쟁이었다. 특히 일본과 인접한 까닭으로 더 철저한 착취를 당했던 경남에서 항거가 더 처절했다. 이번 편에서는 경남지역 숱한 항쟁 가운데 참가자 숫자가 1000명을 넘는 대규모 시위를 정리해봤다. 창원장 시위: 1919년 3월 23일 현재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 창원장에서 6000명에 이르는 군중이 만세시위를 일으켰다. 주동자들은 창원보통학교 내 대수정 앞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뒤 창원장으로 들어와 시위를 일으켰다. 4월 2일에도 만세시위가 일어났는데 인원은 1차보다 많은 최대 700...
"1975년, 들리는 거라곤 총소리뿐이었던 어느 허름한 차고에 전과 5범 소년을 포함한 11명의 아이가 모였다. 이들은 총 대신 악기를 손에 들고, 난생처음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5년 뒤, 차고에서 열렸던 음악 교실은 베네수엘라 전역의 센터로 퍼져 나갔고 11명이었던 단원 수는 30만 명에 이르렀다. 거리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오늘을 선물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엘 시스테마' 그 기적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2008년에 제작한 영화 소개 글이다. 베네수엘라 국가 지원을 받는...
노산 이은상, 이승만 대통령, 김구 주석과 진해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우남 이승만 대통령은 진해 해군부대에 자주 왔으며 특히 1949년 대통령 별장이 준공된 이후에는 연말 성탄절에 진해에서 머물기도 했다. 1952년 4월 현재 북원로터리에 있는 충무공 동상 제막식에도 참석하여 축사를 했다. 백범 김구 주석은 1946년 9월 삼남지방 시찰 길에 진해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남원로터리에는 친필시비가 세워져 있다. 노산 이은상 선생은 충무공 동상의 찬문을 썼고 동상제작과정에도 참여하여 충무공의 얼굴 윤곽을 잡을 때 자문하기도 했다. ...
'가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마라 것치 거믄들 속조차 거믈소야 아마도 것희고 속 검을슨 너뿐인가 하노라' 조선 태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직의 작품인데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되는 과정에서 변신한 자신의 처세를 변호하는 내용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에 몸담은 사람들은 까마귀로도, 백로로도 변신을 잘하는 모양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까마귀는 사람들과 꽤나 친숙한(?) 새다. 도심에서도 연중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까마귀 종류는 큰부리까마귀다. 그냥 까마귀도 있고 큰까마귀,...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것은 눈으로 보지 않아도 바람으로 느낄 수 있다. 거리를 걸을 때 저 멀리서 불어와 내 피부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서 봄기운을 느낀다. 비록 기온이 높다 하더라도 겨울바람에는 비수 같은 날카로움이 숨어있다. 냉기가 살갗을 파고든다. 하지만 봄바람에는 그런 날카로움이 없다. 차갑지 않고 부드럽다.그 봄바람을 느꼈을 때 문득 지리산에 가고팠다. 바쁜 일상이지만 하루쯤은 지리산 골짜기에서 봄바람을 맞아보고 싶고 햇볕도 쬐고 싶었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휴일 지리산을 다녀왔다. 그 넓은 지리산
불교에서는 중생이 생을 다하면 업에 따라 육도의 세상에서 생사를 거듭한다고 말한다. '윤회' 사상은 자연 섭리와 다름이 없다. 생을 다한 육체가 땅에 묻히면 시간이 지나 비옥한 토지 일부가 되고 또 다른 생명의 근원이 된다. 자연스레 한 생명의 죽음은 다른 생명의 탄생과 맞닿는다. 물의 순환도 마찬가지다. 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바다로 향하고, 증발한 바닷물은 비가 되어 높은 곳에서 다시 흐른다. 윤회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 무학산 동쪽 앵지밭골에서 발원한 회원천은 마산 도심을 지나 합포만에 닿...
1만 원짜리 지폐를 내고 거스름돈을 받는다. 옷을 모조리 벗고 수증기 가득한 공간으로 들어선다. 따뜻한 탕 안에 몸을 맡기자 피로는 사라지고 마음은 평온을 되찾는다. 몸과 마음이 열리니 문득 목욕탕의 역사가 궁금해진다. 공간을 마산지역으로 좁혀보자. 마산 공중목욕탕의 역사는 얼마나 됐을까. 무려 100년이 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목욕이라는 생활양식은 존재했지만. 조선 시대 목욕은 주로 질병 치료라는 공공의료의 성격을 띄었다. 서양 문물 영향을 받아 봉건 질서가 무너지고 근대 사회로 이행하던 시기에는 서양 위생문명론 시각에서...
수제식빵전문점 내건 청년 창원 의창구 도계동 주택가, 가게 외부를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빵집이 있다. 동그란 간판에 '혼식빵'이라고 적힌 곳, 수제식빵전문점이다. 김형도(38) 씨가 지난해 문을 열었다. 가게 내부는 손님 서너 명이 들어서면 꽉 찰 정도로 작다. 계산대를 기준으로 안쪽은 김 씨가 빵을 만드는 곳인데 매장보다 더 넓다. '제대로 된' 빵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엿보인다. "딱 떠오르더라고요." 김 씨가 혼식빵을 열기 전으로 거슬러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 기업 마케팅홍보팀에서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