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입맛에 딱, 주인 마음에도 딱 맞는 수제 간식 만들어요"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을 뜻하는 반려동물. 가족이 된 개(대표적인 반려동물)에게 사람들은 아이에게 먹이고 입히듯 좋은 것만 해주고 싶어 한다. 사료는 물론 간식까지, 질 좋은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 관련 산업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김해에 있는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문점 '이랑사', 독특한 이름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숫자'2'고 '사'는 숫자'4'를 뜻해요. 사람 발자국은 두 개, 강아지 발자국은 네 개잖아요. 반려동물이랑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자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에요." 이랑사에서 키우고 있는 봉순이, 간식을 아주 맛있게 받아먹는다. 동물들 입맛 사로잡는 간식을 직접 만드는 김성민(35) 이랑사 대표. 그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해오던 일과 기르던 반려견 통해 창업아이템 찾다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공부했다는 김성민 대표는 성실하게 한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2년 전 창업을 했다.

"대학을 졸업했는데 전공을 살려 취업할 데가 많지 않았어요. 마침 고모님이 육가공공장을 운영하고 계셨거든요. 제가 먼저 간다고 했어요.(웃음)"

주로 오리고기를 가공하는 회사였다, 그곳에서 꽤 오래 일을 했다. 되돌아보니 그 시간은 지금 하는 일의 튼튼한 기초를 쌓는 시간이기도 했다.

"육가공공장에서 품질관리하고 생산하는 일을 했어요. 5년 정도 일을 하면서 그쪽 전문가가 다 되어버렸죠. 오리를 보통 훈제오리로 많이 먹잖아요. 오리 뼈를 발라내고 훈제오리도 만드는 곳이었어요. 떡갈비도 만들고요. 학교 급식소에 납품하는 업체로 발전했죠. 일을 해보니까 좋은 재료인데 남는 것도 많고, 버리는 것도 많았어요. 학교 급식용으로 쓰는 고기는 친환경·유기농·무항생제 고기인지, 영양사분들이 엄청 깐깐하게 보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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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민 이랑사 대표. / 서정인 기자

상품을 만들고 남는 고기로 개 간식을 만들곤 했다.

"공장에서 리트리버를 키우고 있었거든요. 회사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개랑 같이 있으면서 거기서 나오는 재료를 많이 먹였죠. 제 나름대로 만들어서요. 개가 굉장히 건강했어요."

김성민 대표는 개를 데리고 다니면서 '뭘 먹이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전 제가 키우는 개가 특히 건강한지, 모질이 좋은지 몰랐어요. 원래 그런 줄 알았어요.(웃음) 모임 나가거나 밖을 데리고 다니다가 다른 개들과 비교하면, 덩치도 좋고 뼈도 굵고 병치레도 거의 없고 튼튼하더라고요. 뭐 먹이냐고 물어보시면 직접 간식 만들어 먹인다고 말하니까 '아 그래서 그래요?'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본격적으로 강아지 간식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정보를 찾아보니까 꽤 많이들 하고 계시더라고요. 제대로 해보자 싶어서 준비 과정을 거쳐 시작하게 됐죠."

어떻게 보면 다른 업체에 비해 시작 조건이 좋았다.

"일하던 공장에서 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재료에 대한 조건은 훨씬 좋았죠. 사람이 먹는 고기 중에서도 질 좋은 고기라는 거, 고기 품질을 오랫동안 제가 직접 확인했으니까요."

창업 비용이 과하게 들지 않게 필요한 과정 하나하나 직접 해 나갔다. 부담감도 심해서 그 시기에는 잠도 잘 못 잤다.

"비용은 임대료에다가 집기류 사는 정도 들었어요. 이 자리가 원래 프랜차이즈 치킨집이었어요. 그래서 프랜차이즈 인테리어가 돼 있었어요. 전문적인 목공이 필요한 부분, 간판, 이런 것만 다른 곳에 의뢰하고 철거도, 페인트칠도 직접 했죠. 페인트집을 하는 친구한테 가서 '야, 원가로 주라.(웃음)' 해서 칠하고, 냉장 쇼케이스 찾아다니고, 설비가 있는 고모님 회사에서 제품을 이것저것 만들어보면서 필요한 설비를 찾아서 하나씩 구입하고 갖춰나갔죠. 자본금 많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처음에는 온라인 판매만 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고객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오프라인매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제조부터 인터넷 판매만 하려고 했었어요. 오프라인 매장은 월세가 나가고 매장도 신경 써야 하니까요. 인지도부터 쌓고 매장을 내자 싶었는데 인지도라는 게 오프라인 매장이 없으니까 잘 안 쌓이더라고요.(웃음)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하실 때 사진을 아무리 자세히 봐도 눈으로 제품을 확인하는 것보다는 믿음이 덜 가니까요. 수제간식이 개를 막 키우는 사람보다는 건강 면에서 신경 써서 정성스럽게 키우는 분들이 찾는 제품이잖아요. 오셔서도 제품을 꼼꼼하게 보시더라고요. 원료를 뭘 썼는지부터 제대로 생산했는지, 그래서 오프라인 매장을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오픈했어요."

서른 가지 넘는 이랑사 수제간식

이제 이랑사만의 제품도 만들어낸다

이랑사가 매장 오픈을 한 건 1년 전, 사업자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2년째다. 김 대표는 식품공학을 전공한 친구와 함께 이랑사를 꾸려 나가고 있다. 기자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그래서 반려동물 간식을 이렇게 자세하고 다양하게 본 것은 처음이었다. 매장에 진열한 게 30가지가 넘는다고 했다. 육포, 껌, 쿠키, 케이크, 파우더 등 여러 형태로 만들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연령, 식성, 상태에 따라 잘 골라 먹일 수 있다. 그 외에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수제간식은 제조업 허가를 받은 매장에 설비를 설치해 만들고 곧장 매장,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한다. 그만큼 제품이 신선하다. 강아지들이 특히 좋아하는 간식은 뭘까.

"오리로 만든 간식은 호불호 없이 거의 잘 먹어요. 오리도 소처럼 등급 판정을 받기 때문에 다 인증받은 재료로 간식을 만들어요. 농장에서 몇 마리를 받아왔고 1등급이고, 크기는 어느 정도이고… 닭이면 닭, 오리면 오리, 재료마다 각각 인증이 나오는데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 어느 도축장에서 도축했는지 인증, 유기축산물(수정란 이식이나 유전자 조작을 거치지 않고 합성첨가물 넣지 않은 사료로 키운 축산물) 인증, 작업장 해썹(HACCP) 인증 등도 받고요, 굉장히 챙길 게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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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목살(특수부위) 육포. / 서정인 기자

성분 함량도 아주 꼼꼼하게 표기한다.

"간식이 만들어지면 검정기관에다가 만든 제품을 다 분석하기 위해 보내요. 수분이 얼마나, 조단백질이 얼마나 포함돼있는지 조지방이 얼마나 들었는지, 이런 걸 다 인증받아요. 성분 등록증이 나온 다음에 판매가 가능해요."

김 대표는 간식은 직접 먹어보면서 만든다. 입맛에 딱 맞는 제품도 있다며 웃는다.

"고구마 같은 재료도 흠 있는 부분이나 꼭지는 사람이 안 먹잖아요 그런 건 간식에도 안 넣어요. 만들어진 건 먹어보면서 이번에는 좀 많이 말랐는데? 이번에는 호박이 당도가 좀 떨어지는데? 이렇게 체크를 해야 판매할 때 말해드릴 수 있어요. 이번엔 호박이 상태가 좀 안 좋으면 말씀드리고 다른 걸 서비스로 좀 드린다든지… 오리 안심 같은 경우는 육포처럼 나오거든요. 굉장히 맛있어요. 술안주로도 괜찮고요.(웃음)"

서른 종류가 넘는 간식 재료를 원활하게 공급받기 위해 김 대표는 많은 노력을 했다.

"김해는 축판장이 따로 있으니까 가서 사장님들 만나서 재료를 사려고 했어요. 근데 처음에는 '너희같이 조금만 사는 사람한테 못 준다', '다른 사람들 트럭으로 몇 톤씩 사 가는데… 피곤해서 그렇게 안 할란다' 그러셨어요. 그래도 그분들도 사람이니까 계속 이야기하고 차 한잔 사서 찾아가고 거기 그냥 가서 앉아있고(웃음) 하니 점점 거래가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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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랑사에서 키우고 있는 봉순이. / 서정인 기자

캥거루꼬리껌 재료를 공수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캥거루 안 키우니까 부산에 수입업체가 있거든요. 부산에서 컨테이너째로 수입해서 들여오면 기다리고 있던 트럭에 싣고 바로 전국으로 가는 거죠. 저희한테 몇십kg 팔려고 큰 그 덩이를 해동시켜서 떼어내고, 이게 안 되는 거예요. 박스 단위가 기본 몇백kg이니까요. 차라리 그분들이 납품하는 서울 업체에서 사서 쓰라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부산에서 들여오는지 뻔히 아는데, 한 바퀴 돌고 나면 유통마진 또 붙을 거고요. 몰랐으면 몰라도 저희가 알았잖습니까.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잘되면 다음에 트럭으로 사러 온다고 하고… 그런 식으로 조금씩 친분을 만들어 가며 하나하나 간식 종류를 늘려왔어요. 처음에는 10가지 정도로 시작했는데 고객분들이 강아지 먹여보고 괜찮으니까 없는 제품도 찾으시더라고요. '여기는 이런 거 없어요?', '그런 거 안 만들어요?' 이렇게 물어보시니까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발전하는 거죠."

이랑사만의 독특한 간식도 있다. 바로 밀웜(애벌레의 한 종류)쿠키다. 밀웜은 육류를 대신할 단백질 보충원으로 많이 활용하는 재료다. 바로 식용곤충으로 만드는 재료다. 이랑사에서는 이걸 가지고 영양 많은 쿠키를 만든다.

"밀웜은 좋은 단백질 재료예요. 단호박밀웜쿠키, 고구마밀웜쿠키를 만들었어요. 찾아보면 아직 저희밖에 판매하는 곳이 없을 거예요. 최초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고 자부심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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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시 분성로에 위치한 이랑사 매장. / 서정인 기자

타 업체와 협업, 배달 서비스 실시

판매 방향 다각화

이랑사에서 만든 수제간식 가격은 3000~5000원 사이다. 가격을 매길 때 마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원자재 대비 일정한 퍼센트 마진을 붙여서 판매하기보다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부담스럽지 않는 가격을 제시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재료가 준비되면 냉동된 것은 해동하고 손질 안 된 재료는 꼼꼼히 손질을 한다. 살균 처리, 숙성 등을 거치고 손으로 모양을 만들어야 하는 간식은 모양을 만들어 건조한다. 판매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 쇼핑몰(http://2with4.com)을 통해 한다. 제품을 도매로 공급해달라는 업체들이 많아 처음에 그렇게도 해봤지만 영 수지가 맞지 않았다.

"처음에는 몇 군데 업체에 저희 간식을 납품하는 거래를 하기도 했어요. 그때는 저희 판매가가 이렇게 낮지 않았어요. 왜냐면 사람 먹는 재료를 가지고 만드니까 재료가 워낙 비싸거든요. 근데 다른 업체에 납품을 하면 도매가로 드려야 하거든요.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저희보다 그냥 물건 받아서 판매하는 곳 마진이 더 높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저희가 아예 도매가로 가격을 낮추고 도매 거래는 없애버렸어요."

지금도 도매 공급을 문의하는 연락이 종종 온다고 했다. 이랑사는 다른 쪽으로 포커스를 돌렸다고 했다.

"반려동물용품 업체에서 공동 작업 제안이 들어왔어요. 용품을 팔면서 저희 제품을 같이 넣어드리고 싶다는 거죠. 냄새를 맡으며 걷는 '노즈워킹'이 강아지 정서나 불안 해소에 좋거든요. 그걸 놀이로 할 수 있는 매트가 있어요. '킁킁매트'라는 건데 거기 간식을 숨겨서 노즈워킹 놀이를 할 수 있어요. 그 매트에 서비스처럼 간식을 포함해서 판매하는데 저렴한 간식을 넣기보다 건강하고 질 좋은 간식을 넣어서 이미지를 높이려고 하시는 거죠. 지금 진행 중이고요. 펫 페어나 여러 기회가 있으면 참석해서 제품을 홍보하고 있어요."

이랑사는 배달도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강아지 간식을 배달시켜 먹는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잖아요. 이제 배달 책자도 만들어서 돌리고, 배달시키면 할인해주는 이벤트도 해요."

먹거리는 소중한 반려동물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더욱 믿을만한 업체에서 구매해야 한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들은 밥상을 그렇게 좋아해요.(웃음)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져서 동정심을 유발하잖아요. 그래도 사람 먹는 음식 주면 안 돼요. 반려동물 식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해요. 도청 담당자랑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 담당자분이 굉장히 까다로우세요.(웃음) 원재료를 선택할 때 이건 되고, 이건 안 되고 하는 기준이 딱 잡혀있거든요. 작년에 저희가 어떤 재료를 가지고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다른 데 보니 안 된다고 한 재료를 가지고 만든 간식을 어떤 분이 판매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전화해서 저기서는 만들고 있는 왜 저희는 안 되냐고 했더니 '거기가 어딥니까, 어디서 그렇게 만듭니까?' 그러셔서 본의 아니게 그곳 문을 닫게 만들었죠.(웃음)"

간식 구매할 때의 주의점을 들어보았다. 각종 첨가물,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는 수제 간식이다 보니 신선도가 가장 중요하다.

"이것저것 먹이고 싶은 마음에 대량으로 간식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한꺼번에 사시면 그만큼 오래 보관해야 하잖아요. 그때그때 먹일 것만 주문하셔서 먹이는 게 좋아요. 저희가 배송비만 받고 마진 덜 남더라도 아이스박스로 포장해서 보내드리거든요. 유통기한은 냉장 보관했을 때 한 달 정도 말씀드려요. 근데 계절이나 환경에 따라 배송하다가 온도가 더 올라갈 수도 있고, 냉장고도 집마다 컨디션이 다르니까 절대적인 시간은 아니죠. 그런 것까지 따지면 가급적 빨리 급여하시라는 말을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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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민 이랑사 대표. /서정인 기자

창업 2년째, 다음 목표 세우며 꾸준히 운영할 계획

"사실 자본금이 적으니 홍보수단이나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에요. SNS를 활용하고 있지만 도달률을 높이려면 결국 돈을 들어가고요. 청년창업이니까 시에도 지원해보고 관공서나 신용보등재단 등 여러 곳에 뛰어다녔는데 돈을 빌려주시는 기준이 얼마나 벌었나, 매출이 얼마인가, 그거니까 아직 많이 팔지 못한 사람은 못 빌려 가더라고요. 또 이런 반려동물 관련 창업은 아직 축적 데이터가 많이 없기도 하고요. 담당자들과 통화하면서 그런 부분에서 많이 부딪혔죠. 부모님께 손 벌릴 수는 없으니까요.(웃음) 그런 부분이 힘들었죠."

그래도 창업 초기에 비해 상황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입소문도 좀 나고 나가서 홍보도 하고 하니까 지금 많이 나아졌어죠. 예전에는 '우리 올해 못 넘기고 문 닫아야 하는 거 아니가?', '월세도 못 맞추고 우째야겠노' 그러다가 요즘은 '이렇게 하다가 조금씩 늘어나면 더 좋아지겠지?' 이런 얘기하고 있어요. 고객분들이 '이것만 주면 (맛있어서) 난리가 나더라고요' 이런 말 해 주시니까 또 기운이 나고요.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고 싶죠."

수제간식은 반려동물들에게 물론 좋은 먹거리지만 그걸로 100% 영양을 채워줄 수는 없다. 김 대표는 이랑사표 질 좋은 사료를 만들어내는 날을 꿈꾼다. 맛과 영양은 물론 반려동물 건강에 도움을 주는 사료를 만들고 싶다.

"강아지 간식에 최고급 재료 쓰는 것은 이제 당연하게 생각하세요. 앞으로는 기능성으로 가야죠. 점차 설비 늘리고 투자를 더 해서 사료 제조 허가를 받고, 건강한 이랑사 사료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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