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타블렛
딸은 컴퓨터로 그림 그리기를 즐겨.
한동안 마우스로 끄적거리는데 종종 아쉬워하더라고.
세밀한 표현이 되지 않는다나.
펜이 들어 있는 노트북 광고에 푹 빠지더라고.
생일을 맞아 노트북에 연결하는 타블렛과 펜을 선물했지.
컴퓨터 도매상가에서 타블렛을 구입하니 어찌나 좋아하던지.
입꼬리가 치솟고 눈가마저 촉촉해지는데 당황스럽더라고.
"필압이 느껴져서 너무 좋아요."
선을 더 세밀하게 그릴 수 있다는 거지.
최근 며칠 동안 엄마 대비 아빠 영향력이 부쩍 늘었다는 것을 체감해
선물은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 완전 거짓은 아닌 것 같아.
2. 외투
지난 겨울이었나?
빨간 외투와 분홍 외투가 검정 체육복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나 봐.
엄마에게 어두운색 외투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더군.
엄마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퉁칠 기회를 놓칠 수 없었지.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로 부탁하는 게 어때?"
나라도 당연히 그렇게 권했을 거야.
그런데 딸은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답했다고 해.
"산타 할아버지께는 다른 선물을 얘기할 게 있어. 그냥 엄마가 사."
갑자기 이 녀석이 산타를 믿는다는 게 의심스럽더군.
이승환 기자
hwan@idomin.com
2023년 3월부터 시민사회부 1호기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