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 신고 수운(水雲)은, 삼천리 걸었다. 이십 년을 걸으면서, 수운은 보았다. 팔도강산 뒹군 굶주림 학대, 질병, 양반에게 소처럼 끌려다니는 농노, 학정 뼈만 앙상한 이왕가(李王家)의 석양 이천 년 전 불비 쏟아지는 이스라엘 땅에선 선지자 하나이 나타나 여문 과일 한가운델 왜 못 박히었을까. 삼천 년 전 히말라야 기슭 보리수나무 투명한 잎사귀 그늘 아래에선 너무 일찍 핀 인류화(人類花) 한 송이가 서러워하고 있었다. 1860년 4월 5일 기름 흐르는 신록의 감나무 그늘 아래서 수운은, 하늘을 봤다. 바위 찍은 감격,...
어깨 부상에 노출되기 쉬운 운동 '야구' 폭염이 지나고 제법 선선해진 공기에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캐치볼을 하거나 야구, 배드민턴 등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어깨사용이 많은 운동들을 즐기다 보면 쉽게 어깨 관절이 부상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프로야구 선수들이 어깨 통증을 많이 호소하며 시즌 중 불가피하게 재활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어깨 근육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투구와 송구를 연습하다 보면 어깨 관절에 부담이 가면서 어깨의 힘줄이 쉽게 손상되거나 파열되기...
녹내장이란? 녹내장은 안압의 상승으로 인해 시신경이 눌리거나, 또는 시신경으로의 혈류 공급에 장애가 생겨 시신경의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안압이란 안구의 압력을 말한다. 눈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구의 내부에서 적절한 압력이 유지되어야 한다. 안압은 주로 눈 안에서 만들어지는 물인 방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방수는 홍채 뒤쪽의 모양체라는 조직에서 매일 조금씩 생성되며, 생성된 양만큼 순환을 통해 눈 외부로 배출되는 흐름을 갖게 된다. 이러한 방수가 너무 많이 생성되거나 흐름에 장애가 생겨 배출이 적어질 경우 눈 ...
잠을 자고 일어나도, 주말에 휴식을 취해도 도저히 몸이 회복되지 않는 때가 있다. 찌뿌등한 몸 때문에 무얼 해도 의욕이 나지 않는 상황. 과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다른 기질적 원인 없을 시 진단 가능해 '피로감'은 여러 질환에서 볼 수 있는 하나의 증상이다. 며칠 잠도 못 자고 과로해도 피로를 많이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휴식을 취하면 좋아진다. 그러나 휴식을 취해도 좋아지지 않고 지속될 때는 다른 원인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주증상은 6개월 이상 지속하는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기억력 감퇴·...
담낭(쓸개)란? 담낭은 다른 말로 쓸개라고 불리었던 우리 몸의 우상복부에 위치하는 간의 중앙부위에 파묻혀 있는 길쭉한 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는 기관이다. 담낭의 생리적인 기능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농축하고 식후 필요한 시기에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분비하여 식사 시 섭취한 지질 등의 소화와 흡수를 돕는 것이다. 담낭에 발생하는 질환은 크게 담석증과 담낭용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담석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흔한 임상질환의 하나다. 국내에서도 지방섭취가 많은 식생활의 변화와 더불어 꾸준한 증가 추세다. 최근 건강 검진에 관심이...
온통 하얗다. 창원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가로수길 방향 큰 사거리를 지나 골목길로 접어들면 하얀 타일이 발라진 반지하 건물이 하나 있다. 주변 풍경과 이질적이다. 그래서 이곳만 집중해 볼 수 있다. '당기시오(ひく)'라고 적힌 삐걱거리는 하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카레 향이 코를 찌른다. 창원 '모루식당'이다. 모루식당은 일본의 한 작은 마을에서 마주한 집 같다. 환하지 않은 식당은 아늑하다. 튼튼해 보이는 나무로 잘 짠 테이블, 투박하지만 귀여운 의자가 곳곳에 놓여있다. 한쪽 벽면에는 일본 요리 영화(, , ...
거제 이수도 새의 어깻죽지에 도선이 닿는다. 거제 대금산에서 보면 학이 북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이어서 학섬이라 불렸다는 섬. 멸치잡이 권현망이 들어와 마을이 부유해졌고, 바닷물이 이롭다 하여 지금은 이수도라 불리는 섬이다. '이로운 물의 섬'은 거제시 장목면 시방리에 속한다. 이수도와 뭍을 잇는 도선은 시방마을에서 출항한다. 시방과 이수도는 항로로 이어지나, 지명으로도 궤를 함께한다. 시방마을은 마을 포구와 해변이 활처럼 흰 모양이다. 남동쪽 등마루에서 이수도를 향해 활을 쏘는 모습이라 시방이다. 시방이라 불릴 때 이수도는 학섬...
가벼이 올라 편히 오는 너는 이 도시 쉼표이어라 진주의 산 산을 찾는 이에게 "왜 산에 가십니까"라고 물으면 십중팔구 "그냥 산이 좋아서 갑니다"는 답이 돌아온다. 특별한 약속이나 준비 없이 그냥 산이 좋아서 편하게 올랐다가 숨 한번 크게 내쉬고 원래의 자리로 쉽게 돌아올 수 있는 산이 자리한 곳은 어딜까. 산과 들, 강이 마치 세트 메뉴처럼 제공되는 진주가 그곳이다. 천년 고도의 역사를 간직한 충절과 교육·문화·예술의 고장 진주에서 만나는 산은 아주 높지도, 그렇다고 아주 웅장하지도 않지만 정상에 서면 산 아래 세상이 손에 ...
1주간의 여름 휴가 중 5일째였다. 점심 무렵 전화가 왔다."조 부장 어디야?" 내 공식 직책은 경제부장 직무대리이고 직급은 차장이다. 회사에서 만들어준 명함에는 '직무대리'가 빠져있다. 재미있게 말하자면, 차장이면서 부장이라고 구라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차장 월급 받고 부장 일을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집입니다. 휴가입니다. 형님은요?" 내가 활동하는 모터사이클 클럽 블랙라벨의 직전 회장이고 나 보다 네 살 많은 형님이다."나도 휴가인데 얼굴 본지도 좀 됐고…". 이렇게 얘기하면 이쪽에서 빨리 알아야 들어야 된다
사람들은 대체로 햇빛과 더위를 싫어하지만 오히려 쨍쨍 내리쬐는 햇볕을 좋아하는 식물들이 있다. 백일동안 끊임없이 피어나는 배롱나무, 무궁무진하게 꽃을 피우는 우리나라 꽃 무궁화, 해바라기 같은 식물들이다. 해를 사랑하는 꽃. 꽃 중의 꽃으로 손꼽히는 연꽃도 그중 하나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해가 뜨면 꽃을 피우는 수련을 태양의 상징으로 여겨 온갖 문양으로 형상화했다고 한다. 반면에 동양의 연꽃은 그런 태양을 낳은 꽃으로 자리매김 한다. 태양을 낳은 연꽃. 그런 연꽃을 우리 조상들은 무척이나 사랑했다. 인도, 중국을 비롯한 동양의...
(1)친구와 장난감 아쉬우면 딸을 찾다가도 아쉬울 게 없으면 딸을 험담하고 따돌린다는 괘씸한 아이 얘기를 들었어. 친구가 늘 아쉬운 딸이 선을 긋지 못해 끙끙 앓더군. 엄마만큼 강하고 단호하면 좋으련만. "예지, 너 친구가 되고 싶어, 장난감이 되고 싶어?" "친구요." "필요할 때 찾고 필요 없을 때 홀대하면 그게 친구야, 장난감이야?" "장난감이요." "아빠는 예지가 누구에게 친구 아닌 장난감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아." 잠깐이지만 딸 표정이 다부지게 바뀌더군. 당장 상황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그 만만찮은 ...
2017 삼순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한 창원시청 김기현(25·창원시청이 지난달 27일 50m 권총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기현은 본선에서 세계 신기록인 551점을 수립하고 결선에 진출했지만, 결선에서는 167.9로 동메달에 그쳤다. 지난 5월 31~6월 6일 대구종합사격장에서 열린 제33회 회장기 전국사격대회에서는 50m 권총에서 금메달,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회장기 사격대회 금메달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 종목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진종오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데도 진종오...
최근 수제 맥주 열풍이 거세다. 주세법 완화·혼술족 증가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반 맥주에서 수제 맥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제 맥주는 일반 맥주에 비해 그 종류와 맛이 다양하다. 해서 기호에 맞는 맥주를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비어소믈리에(Beersommelier)는 개인에 맞는 맥주를 찾아주고 어울리는 음식을 추천한다. 이 자격은 독일의 맥주 전문교육기관인 되멘스 아카데미에서 발급한다.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맥주에 대한 다양한 전문 지식을 쌓은 후 받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선 100명이 자격을 가지고 있...
어느샌가 '쿡방', '먹방'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자연히 주방에서 활약하던 요리사들이 TV 곳곳에서 보인다. 요리사들이 만들어내는 먹음직한 요리는 물론이고, 요리사 개개인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스타 셰프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영향력을 지니게 됐다. 바야흐로 '요리사 전성시대'다. 그런데 김해에 생각지 못한 인물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스터셰프 코리아2'에 출연했던 최석원(45) 셰프가 김해의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 '그 최석원 세프?', '언제 김해에 왔지?', '근데 음식점이 아니라 카페?' 갖가지...
지역에서 민주화 인사와 관련 행사를 열심히 챙기는 사람으로 오길석 선생이 있다. 덕분에 지난 4월 인혁당 추모제에도 참석할 수 있었고, 오랫동안 민주화·통일 운동에 전념하신 분을 더러 알게 됐다. 어느 날 오 선생은 "이 사람은 꼭 인터뷰해야 한다"며 또 한 분을 소개시켜 줬다. 민주화 인사나 통일운동가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한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지역에 쟁쟁한 사람을 제쳐두고 이 사람을 먼저 인터뷰하라는 걸까? 흥남철수로 남쪽행… 노점으로 생계 꾸려 드라마나 영화나 만화에서 주인공이 어려움에 빠질 때 사려 깊은 장로나 ...
시대를 막론하고 유행하는 대중가요를 유심히 살펴보면 그 시절의 사회현상과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을 가져온 1970년대는 정치와 경제, 사회가 급변하며 혼란스러운 때다. 너나할 것 없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취업과 학업으로 고향을 떠나 도회지로 몰려들었다. 이러한 와중에도 시기마다 찾아오는 명절은 그야말로 나라 전체의 축제이자 인구의 대이동이었다. 요즘과 같이 다양하고 편리한 교통체계는 아니었지만, 여력만 된다면 불원천리라도 달려가 부모형제를 만나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던 시대였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
매년 한국을 방문하는 친한 독일인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경주의 골굴사에 선무도를 배우러 왔었는데, 한국의 음식에 적응하느라 고생하던 과거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제는 한국음식도 잘 먹는 지한파가 되어 독일 현지에서 선무도 수련도장을 개설해 한국의 문화와 사상, 불교무술 그리고 음식까지 성실하게 소개하는 민간외교관을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16년 여름에는 독일 고등학생인 수제자를 한국에 데려와 함께 경남 밀양과 하동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 수제자의 이름은 Oliver인데, 자기는 한국의 면 요리...
진해 하면 벚꽃이 가장 먼저 떠오르죠? 봄이면 온통 분홍빛으로 물드는 진해가 일본이 군사 목적으로 만든 군항 도시라는 걸 혹시 알고 있는지요. 도시계획의 시발점이자 원도심인 중앙동 중심으로 근대역사를 간직한 건축물과 시설 등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100 년도 더 된 시간을 거슬러 당시 풍경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진해 군항마을은 2014년 국가기록원 제7호 기록사랑마을로도 지정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는데요. 옛 가옥 형태를 살려 옷가게와 카페, 음식점으로 변신한 건물부터 그 시대적 배경을 ...
김해시 진영읍 진영리 275-34번지에 있는 옛 진영역 건물입니다. 읍 단위의 역이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역이었습니다. 일제는 1900년대 한반도를 점령하면서 군사적 목적과 곡물 수탈을 위해 대대적으로 철도를 건설합니다. 경남지역에도 마산역과 삼랑진역 등 들어서게 되는데, 이때 진영역도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때가 1905년 5월 13일이었습니다. 그 후 일제는 삼랑진을 거쳐 마산항 중앙부두에 있던 마산역까지 한반도의 곡물과 물자를 수송, 수탈하는 중간역으로 이용하면서 진영역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김해 최대의 ...
우리는 아직 기억한다. 새하얀 빙판 위를 미끄러져 내달리던 그를. 그 위에서 힘껏 뛰어올랐다가 우아하게 착지하던 모습을. 음악과 하나 돼 세상을 감동시키던 연기를. 마침내 올림픽 시상대에 오른 그의 목에서 빛나던 금메달을. 태극기를 바라보는 그 얼굴에 흐르던 눈물을. 김연아 선수가 보여준 건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피겨스케이트 환경이 얼마나 척박한지 그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많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김연아'라는 이름은 후배들에게 그 자체로 희망이 되었다. 아홉 살 소녀, 정소담 양도 '포스트 김연아'의 꿈을 빙판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