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꼭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어요"

2017 삼순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한 창원시청 김기현(25·창원시청이 지난달 27일 50m 권총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기현은 본선에서 세계 신기록인 551점을 수립하고 결선에 진출했지만, 결선에서는 167.9로 동메달에 그쳤다.

지난 5월 31~6월 6일 대구종합사격장에서 열린 제33회 회장기 전국사격대회에서는 50m 권총에서 금메달,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회장기 사격대회 금메달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 종목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진종오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데도 진종오를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는 것은 김기현의 실력이 일취월장했음을 보여준다. 실제 지난해 10월 열린 전국체전에서 김기현은 50m 권총 종목에서 개인 13위에 그쳤었다.

선천적 장애 딛고 국내 3위권

김기현은 선천적으로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래서 현재 농아인 사격선수로 돼 있지만, 비장애인들과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실제 지난 2013~2015년까지는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올해 여러 대회를 거치면서 국내에서는 진종오, 김청용에 이어 3위권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남은 2차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냈다.

지난달 11일 김해사격장에서 하계 강화훈련 중인 그를 만났다. 듣지 못하니 말을 못 해 인터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손성철 코치 도움으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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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사격장에서 훈련중인 김기현 선수. / 정성인 기자

그가 봉림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그의 부모는 재활에 도움이 될까 하는 기대로 바이올린, 수영 등을 시켰다. 하지만 진득이 배겨내지 못하자 이번에는 사격을 시켰는데, 뜻밖에 잘 적응하면서 이후 사격 선수의 길을 걸었다.

"총을 들고 사대 앞에 서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표적에 집중할 수 있는 게 좋았다"고 보드(농아인과 소통하도록 글자를 썼다 지웠다 할 수 있게 된 장치)에 적었다.

이후 창원관광고를 거쳐 창원시청 실업팀으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소리를 들을 수 없어 표적에만 집중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사격 선수에게는 오히려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를 이해하려면 먼저 사격 룰을 알아야 한다. 그가 출전하는 권총 종목은 본선을 거친 8명이 결선을 치르는 식으로 진행된다. 예전에는 결선에 진출했을 때 본선에서 얻은 점수까지 합쳐 순위를 매겼다. 결선에서 1등으로 올라간 선수가 메달권 밖으로 밀려나기 어려운 구조였다. 정말 실력 있는 선수가 상위권을 차지하게 돼 있었는데, 이러다 보니 결선 경기가 재미가 없어졌다. 그리하여 바뀐 룰에서는 본선에서는 결선 진출자 8명만 선발한 뒤 결선에서는 본선 점수는 모두 무시하고 0점에서 경쟁하게 됐다.

결선참가선수는 총 24발을 쏘는데 5발씩 2시리즈(250초) 모두 10발을 쏜 후 구령에 따라 단발 사격(50초)을 한다. 총 12발을 쏜 후 최하위가 탈락하고 이후 2발 쏠 때마다 1명씩 떨어지는 녹다운제로 운영된다. 이런 식으로 24발째 1위와 2위가 결정된다.

김기현은 "결선에서는 한 발 한 발이 모두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며 "정말 피가 마르는 듯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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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청 김기현 선수. /정성인 기자

그만큼 변수가 많이 작용할 수 있다. 한 발만 실수해도 탈락해버리므로 고도의 평정심과 집중이 필요하다. 0.1점 차로 탈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여기에 사격에서도 응원을 할 수 있게 바뀌면서 선수와 코치진 모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됐다.

손성철 코치는 "아주 멘탈이 튼튼한 선수가 아니라면 사대에 섰을 때 표적이 안 보인다고 한다"며 "한데 뒤에서 박수를 치고 이름을 외치고 응원하느라 시끄러우니 더 집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기현은 이런 소음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표적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목표는 국가대표

김기현은 올해 두 가지를 이루고 싶다고 했다.

하나는 앞서 얘기한 대로 다시 국가대표 선수에 선발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는 10월 충북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꿈꾼다.

"지난해에는 성적이 부진해 국가대표에서 탈락했지만, 올해는 꼭 대표선수로 선발되고 싶어요. 물론, 내가 속한 창원시청 팀이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경남 선수단이 상위권 성적을 거두도록 노력해야죠."

이를 위해 그는 요즘 팀과 함께 강화훈련에 들어갔다. 매주 월~수요일에는 대구사격장으로 가서 50m 권총 훈련을 하고 목·금요일에는 김해사격장에서 10m 공기권총 훈련을 한다.

사격 훈련은 다른 스포츠 종목과는 달리 근력 강화훈련을 삼간다.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해서 과격한 훈련보다는 심리훈련 쪽에 집중한다. 컴퓨터로 전자코칭시스템에 따라 자기 총구 움직임, 격발타이밍 등을 점검한다. 결선 연습도 하고, 3-5-10발 등으로 격발을 늘려가는 단계사격도 하고 총구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버티는 훈련도 한다. 이런 게 기술훈련이다.

나머지는 체력훈련인데, 근육을 만든다거나 그런 운동이 아니고 크로스컨트리로 산을 가볍게 뛴다거나, 하체는 중요하므로 스쿼트(하체 운동)도 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명상훈련도 한다. 총이 몸 안에 쏙 안겨야 하는데 근육이 생기면 떨림이 있어서 근육 만들기는 최대한 자제한다. 근력 훈련은 허리 복근 하체 위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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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김기현(오른쪽) 선수와 손성철 코치. /정성인 기자

대회 앞두고는 그마저도 줄이고, 실탄사격도 줄인다. 공격발 훈련이라고 실탄 넣지 않고 쏜다. 실탄사격을 하면 점수가 눈에 들어오게 돼 흔들릴 수 있어 그런다. 공격발 훈련 통해 내적 자세를 강화한다.

또 1주일에 한두 번 대회 시스템에 맞춰서 기록사격도 한다.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팀 훈련을 마치고 귀가하면 조카하고 놀아주거나 뒷산 등산을 한다.

"조카와 놀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안정감을 찾는다"고 썼다.

50m 권총과 10m 공기권총이 주 종목인 그는 주로 50m 권총 종목에서 성적을 거뒀지만 올 들어서는 10m 공기권총에서도 기량 향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2017 실업연맹회장배 전국사격대회와 5월 제33회 회장기 전국사격대회에서 각각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세계 사격대회에서도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는 진종오가 굳건히 버티고 있는 종목에서 세계 제패를 꿈꾸는 김기현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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