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친구와 장난감

아쉬우면 딸을 찾다가도 아쉬울 게 없으면

딸을 험담하고 따돌린다는 괘씸한 아이 얘기를 들었어.

친구가 늘 아쉬운 딸이 선을 긋지 못해 끙끙 앓더군.

엄마만큼 강하고 단호하면 좋으련만.


"예지, 너 친구가 되고 싶어, 장난감이 되고 싶어?"

"친구요."

"필요할 때 찾고 필요 없을 때 홀대하면 그게 친구야, 장난감이야?"

"장난감이요."

"아빠는 예지가 누구에게 친구 아닌 장난감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아."

 

잠깐이지만 딸 표정이 다부지게 바뀌더군.

당장 상황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그 만만찮은 고비를 잘 넘기는 게 또 성장이겠지.

123.jpg

 

(2)가족과 장난감

딸이 놀고 싶을 때만 하늘이(고양이)를 찾고

평소 방치하며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게 영 괘씸했어.

일단 며칠째 쌓인 똥과 털로 뒤덮인 침대보.

그리고 이불을 더는 볼 수 없더라고.

야무지게 나무라고 나서 이렇게 말했어.

 

"한 시간 뒤에 네 생각을 듣고 하늘이 키우는 거 결정할 거야!"

 

한 시간이 채 되기 전에 쭈뼛거리며 다가온 딸이 약속하더군.

 

"아빠, 앞으로 화장실도 제가 잘 치우고 하늘이도 잘 돌볼게요."

"좋아, 장난감과 가족의 차이는 뭐야?"

"장난감은 놀고 싶을 때만 찾는 거고, 가족은 서로 잘 돌봐줘야 해요."

 

물론 앞으로 약속을 가끔 어긴다고 그때마다 뭐라 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딸이 생명을 장난감으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어.

비록 나는 그 고양이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