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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문화 피우는 거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경남 이야기 탐방대] (10) 결과물은 공공의 자산

김훤주 기자 pole@idomin.com 2015년 12월 10일 목요일

◇바삐 움직여야 했던 석 달 =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주관하는 '2015 경남 스토리랩 이야기탐방대' 활동이 석 달 만에 마무리됐다(진행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 7~8월 탐방대 대원 모집, 9월 6일 발대식, 7~20일 탐방 지역 선정과 일정 조정 21일 사천 대곡숲과 고자치고개, 10월 12일 하동 전통차 다원과 차시배지, 10월 18일 사천 사천만갯벌과 관련 역사유적, 10월 21일 함양 점필재 김종직 관련 유적, 11월 1일 마산 진동 <우해이어보>를 지은 담정 김려 유적, 11월 4일 하동 고운 최치원 관련 유적, 11월 9일 거제 지심도 동백꽃과 일제 군사시설 유적, 11월 22일 거제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까지 모두 여덟 차례 탐방을 끝내고 같은 달 30일 평가회에 이르기까지 무척 바쁘게 움직인 나날이었다.

10월 함양 김종직 유적

또 이렇게 차례차례 탐방을 마치고 나면 탐방대 대원들은 서둘러 글을 써야 했다. 간단하게 기행문 형식으로 써도 관계는 없지만, 다들 나름대로 새로운 내용을 조금이라도 담아보려고 애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가나 시인 등 문인들, 시사·여행·잡탕 등 블로거들, 그리고 아직은 제대로 여물지 않은 어린 고등학생들이 이번 탐방대 대원들이었는데 글쓰는 과정에서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는데도 저마다 장점과 특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9월 사천 대곡숲에서 시작

◇초점은 탐방 대상마다 달랐고 = 사천 대곡숲에서는 마을숲에 어린 옛사람들의 슬기와 소나무의 생태를 짚었다. 사천 고자치고개에서는 고려 현종의 탄생에 얽힌 설화와 지금으로서는 고개를 끄덕이기 힘든 어머니와 아버지의 관계에 주목하며 천년만년 흘러도 고정불변인 천륜이 가능한지를 생각해보고 근친혼과 권력(왕권)에 대한 집착의 관계를 따져봤다.

그렇게 지키려고 했던 고려 왕조는 이미 없을 뿐 아니라 있을 때도 무신정권과 몽골 침략으로 망할 때까지 제노릇을 못했다.

사천만갯벌에서는 옛적 조창(조세로 거둔 곡물을 쌓아 두던 창고)이 있었던 가산마을의 석장승과 고려 말기 만들어진 매향비가 탐방대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갯벌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은 오히려 덤이었다. 어린 청소년 탐방대는 마을의 안녕과 무사태평을 위해 석장승을 세웠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고 매향비는 800년 전 왜구와 권문세족이 안팎으로 짝을 이룬 침탈 때문에 괴로움을 겪던 백성들이 갯가에 4100명이나 모여 미륵왕생을 빌었다고 말해줌으로써 그 원력의 대단함을 새롭게 보게 했다.

10월 사천만 갯벌

함양 점필재 김종직 관련 유적에서는 강직한 조선 선비의 전형으로 알려진 그 뒷모습을 더듬으며 시절에 따라 관점에 따라 좋고싫음과 나쁘고착함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실감했으며 하동 최치원 관련 유적에서는 하동 사람들이 역사 사실과 다르게 최치원을 지리산 산신으로 만든 까닭을 떠올렸다.

눈부시게 피어나는 동백꽃의 '발화'와 무섭도록 내어뿜는 대포의 '포화'가 선명하게 대조되는 거제 지심도에서는 꽃도 전쟁도 모두 덧없음을 짚어보는 한편으로 비인간적이고 반자연적인 전쟁에 동원돼 있으면서 어쩌면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품었을 수 있는 군인의 처지에서 한 번 생각해 봤다. 또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서 탐방대는 지배집단이 전쟁으로 망한 적이 없었음을 새삼 떠올리면서 전쟁통에 얼고 터지고 깨지고 굶고 하면서 급기야는 죽음까지 받아들여야 했던 가진 것 없는 존재들의 서글픈 실상을 떠올려야 했다.

11월 거제 지심도

반면 사실 관계에 좀더 많이 집중한 탐방 지역도 있었다. 하동에서 전통차를 찾았을 때와 마산 진동에서 담정 김려와 <우해이어보>의 자취를 더듬었을 때였는데, 관련 사실들이 비교적 덜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전통차를 두고는 세상이 많은 오해를 하고 있고 담정 김려와 <우해이어보>는 이제 막 앞선 몇몇이 관심어린 눈길과 발길을 보태고 있을 따름이었기 때문이다.

11월 김려가 낚시질했던 진동 바닷가

◇결과물은 새로운 이야기를 위한 밑거름 = 이번 탐방대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는 그 자체만으로도 보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이야기를 만들어보거나 새로운 각도에서 보려고 애쓴 자체가 소중한 체험이었다. 더불어 학교는 물론 학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우리 지역의 역사·문화·생태를 찾아다니며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발로 디딘 경험 또한 새롭게 얻는 배움이고 처음 여는 지평이었다.

11월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서 마무리

2015년 경남 스토리랩 이야기탐방대 결과물은 모두 마흔세 꼭지다.(경남도민일보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오른쪽 위에서 세 번째 배너에 걸려 있다.) 이야기로서 나름 새롭게 완성된 형태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글들이 더 많다. 나름 완성된 형태는 그 자체로 향내를 풍기며 좀더 손질을 받아 재탄생할 수도 있다. 또 그렇지 않은 글들이라 해도 나중에 새롭게 꽃이나 잎으로 피어날 눈들만큼은 머금고 있다. 누군가 남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여태껏 펼쳐지지 않았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사람을 위한 밑거름이고 징검다리다. 경남이 머금은 우리 전통과 문화와 역사와 생태를 바탕 삼아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보이고 싶은 이들이라면 한 번은 살펴볼만 하지 싶다. <끝> 

11월 쌍계사 진감선사대공탑비
10월 하동 매암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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