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100%'우리들의 생존기

셀 수 없이 이력서를 쓰고 여지없이 불합격이라는 통보를 받았던 그 시절. 참으로 두려웠다. 세상 어디에도 나를 원하는 곳이 없구나. '잉여인간'이 된 것 같은 고립감에 하루는 길고도 짧았다.

직장에 들어가서도 이런 두려움은 가시지 않았다. 업무 지시를 받고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던 그 시절. 여전히 잉여인간인 것 같은 서러움에 울어야 했다.

대기업에 들어간 신참 직장인들 모습을 가감 없이 들여다보고자 했던 tvN <오늘부터 출근>이 지난 9월 20일 시작해 어느새 2기 멤버들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군대와 학교에 이어 직장생활을 바탕으로 한 예능이 주는 재미는 뭘까. 엄격한 규율이 지배하는 군대는 어쨌든 몸으로 부딪치며 국방부 시계를 버텨내면 상병도 되고 병장도 되겠지만 직장생활은 그렇지 않다. 자칫하면 목이 달아나는 판이니 긴장되고 경직될 수밖에 없는 것이 직장이다.

모델과 가수, 프로게이머, 아나운서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직장에 들어가 1주일간 근무하는 콘셉트의 <오늘부터 출근>은 그 의도에 적당히 들어맞았다.

tvN 드라마 <미생> 스틸컷.

시즌 1 주인공들의 첫 근무지는 대기업이었고, 팀장 이하 조직 체계가 엄격한 곳에서 실제로 업무를 봐야 했다. 서툴고, 제대로 업무를 해내지 못하고 부적응자가 나오면서 예능의 묘미를 주긴 주지만 어쩔 수 없이 조마조마하다. '사회'라는 곳의 냉혹함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2기는 근무 업체를 다양화하고 더욱 개성 있는 캐릭터를 섭외했다. 외식업체에 배치된 기타리스트 김도균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가죽재킷과 치렁치렁한 머리가 곤란한 처지가 됐다.

좌충우돌을 극대화하는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갈수록 왠지 불안하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바탕으로 한 tvN <미생>은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것을 더욱 치열하게 그린다.

어려서부터 바둑 세계에서 살아왔지만 프로 입단 문턱에서 자꾸 좌절하면서 길을 잃은 장그래(임시완)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 인턴이 된다.

몸에 맞지 않아 더욱 후줄근해 보이는 양복을 입은 장그래는 "기회도 자격이 있어야 주는 것"이라며 매몰차게 자신을 밀어내던 상사에게 '남다른 노력'을 보여주려 한다.

낙하산이라는 이유로 인턴 동기들에게조차 무시를 당하고 그저 일밖에 할 수 없는 장그래. 옆 팀에 빌려주었던 딱풀 때문에 오해를 받고도 자신을 자책하는 장그래.

부서원 실수에 고성보다는 나지막이 '잘하자'라고 말하는 전무의 모습에서 그 어떤 장르 영화보다 심장이 쫄깃해짐을 부정할 수 없다.

살짝 직장생활에 발을 걸친, 어쩔 수 없이 예능일 수밖에 없는 <오늘부터 출근>보다 비록 드라마이지만 혹독한 직장생활 한가운데 놓인 장그래에게 눈길이 더욱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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