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51)북카페 나들이

동장군의 기세가 무섭다. 잠깐의 외출에도 여리디 여린 아이의 볼이 빨갛게 얼어버린다. 한낮임에도 손은 저절로 귀를 덮고 발은 저절로 동동거려진다. 낯선 함박눈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발목을 붙잡는다. 그렇다고 방학을 맞은 아이와 집에만 있는 것도 아쉬움이 남는다.

매일 가장 추운 날씨를 경신하고 있는 요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애초 목표를 수정했다. 매서운 바람과 맞서 외출을 감행할 자신이 없다.

양산타워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늘 고속도로를 지나며 먼발치에서 봤던 양산타워 내 북카페에서 동장군을 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양산타워 홍보관 내부

◇양산타워, 그리고 북카페 '쁘띠팽' = 새해 계획에 꼭 빠지지 않는 결심이 있다면 바로 책읽기가 아닐까? 하늘과 조금 가까운 곳에서 책을 읽는 색다른 기분을 아이와 느껴보고 싶다.

양산의 랜드마크, 첨탑을 포함해 높이만도 무려 160m인 양산타워에서 간단한 빵과 차, 음료를 먹고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북카페 '쁘띠팽'(양산시 동면 석산리 656-30)은 5층에 자리하고 있다.

국내 전망 타워 중 236.7m의 서울 남산타워와 202m의 대구 우방타워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원래 양산타워의 정체는 자원회수시설의 굴뚝이었다. 그랬던 것이 지난 2008년 리모델링을 거쳐 양산의 명물로 다시 태어났고, 2011년 홍보관과 북카페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6층 양산시 홍보관을 휘둘러보고 나서 나선형의 계단을 내려와 북카페에 들어섰다. 말이 5층이지 아파트 30층 정도 높이가 될 듯하다. 발끝부터 통유리로 제작돼 양산 시내가 훤히 다 보인다.

양산타워 내 북카페 쁘띠팽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베스트셀러에서부터 여행·역사 등 가볍게 볼 수 있는 책들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동학습·만화 등 다양한 책이 보기 좋게 정리돼 있다.

"자동차가 장난감처럼 작아."

꼭대기에서 바라본 풍경이 마냥 신기하기만 한 아이들은 360도 도넛 모양으로 설계된 북카페를 뱅글뱅글 돌며 세상 구경에 열심이다.

하늘과 마주하고 자리를 잡았다. 사진에세이를 보고 있자니 이내 아이도 책 한 권을 옆구리에 끼고 앉는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적당한 음료와 먹을거리가 있으니 아이도 부담없이 책에 집중한다.

채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양산주민 편익시설이 있다. 수영장과 유아놀이방, 유아 체능교실 등이 갖춰져 있다. 유아놀이방에는 미끄럼틀과 트램펄린 등 아이들이 몸으로 놀기에 적당한 시설이 마련돼 있고 장난감도 많아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진화하는 북카페 =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독서 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북카페. 분위기 좋은 카페 한가운데 앉아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읽지 못했던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창원 마산 남부터미널 맞은편 2층에 있는 북카페 '하프 윙'도 요즘 같은 날씨에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장소다. 북카페에 들어서면 한쪽 벽을 꽉 채운 책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철학, 불교 관련 서적, 만화, 영화·시사 잡지, 신문, 소설 등 종류도 다양하다. 아늑한 분위기와 적당히 느린 음악이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 속에서 아이는 용케도 자기가 읽을 책을 골라온다. '하프 윙'은 책도 책이지만 마징가제트 등 피규어와 아기자기한 장난감을 구경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창원 남부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북카페 하프윙에서 읽을 책을 고르는 아이.

창원 '서재 속 커피'(성산구 중앙동 8 -10)도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책도 읽고 아이와 구경할 것이 제법 있다.

부산·경남 경마공원 내 북카페 'BOOK馬니아'도 아이들과 나들이 겸 휴식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북카페에는 어린이를 위한 도서뿐만 아니라 교양·에세이·시사잡지 등 총 1300여 권의 도서가 비치돼 있다. 부산·경남 경마공원이야 가족 나들이 장소로 꽤 유명하지만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 하지만 'BOOK馬니아'와 미취학 아동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포니&키즈(PONY&KIDS)'가 실내에 자리하고 있어 한겨울에도 아이들과 가보기에 좋은 장소다.

이번 겨울 아이와 함께 '북카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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