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30)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방학이다. 초등학생들은 한 달여의 기나긴 방학이 시작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짧게는 1주일에서 2주간의 방학에 들어갔다.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라도 가야겠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 잘못 나갔다간 병만 얻어올 듯하다. 그렇다고 온종일 집에 있자면 아이들은 어느새 TV나 컴퓨터, 스마트폰에 눈이 가 있다.

지난달 7일 개관한 부산 영도구 해양로 301번길 45 국립해양박물관으로 향했다. 창원터널을 지나 서부산 IC를 빠져 나와 학장 교차로를 건넜다. 평일이라 차량 흐름은 나쁘지 않다. 구덕터널을 지나 부산대교를 건너 태종로를 따라가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터널형으로 지어진 3층 수족관에서는 대형 가오리를 비롯해 다양한 물고기를 볼 수 있다.

국립해양박물관 표지판이 곳곳에서 안내하고 있어 찾는 데 어려움은 없다. 수월한 교통 때문에 한산할 것이라는 예상은 주차장에 도착하니 보기 좋게 빗나갔다. 주차할 곳을 찾아 두리번거릴 정도로 번잡하다. 방학임을 감안한다 해도, 평일에 찾으면 어김없이 한산한 여느 박물관과는 확실한 차이다. 승용차는 기본 2시간에 1000원이다. 초과요금은 10분당 100원인데, 온종일(오전 6시∼밤 11시) 주차를 해도 2400원을 넘지 않는다.

웅장한 모습에 눈이 먼저 간다. 물방울 모양을 형상화했다는 외관은 날렵한 역삼각형 모양이다. 한점 바람이 없던 날씨였는데 바다를 옆에 두고 지어진 국립해양박물관에는 짠 냄새를 머금은 바람이 휴가 기분을 돋운다. 마침 부산항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정박한 이탈리아 국적 코스타 크루즈사의 코스타 빅토리아호(7만 5000t)와도 운 좋게 만났다.

입장료는 따로 없다. 1층은 대강당과 해양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이다. 물고기를 본다는 생각에 한껏 들뜬 아이가 도서관으로 향할 리 만무하다. '고대의 항구전'과 '어린이 박물관' 등이 있는 2층에 올라섰지만 살짝 고개를 들면 보이는 3층 수족관을 본 아이는 마음이 바쁘다.

위층부터 훑고 내려오자고 마음을 먹었다.

요트 등 해양레포츠를 시뮬레이션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해양체험 코너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3층 수족관은 작은 터널형이다. 규모는 작지만 대형 가오리가 여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상어 등 갖가지 물고기들과 산호초의 모습에 아이는 시선을 떼지 못한다. 수족관을 통과하면 불가사리나 멍게, 소라 등 해양생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해양생물-터치풀' 코너가 있는데 이 역시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데 부족함이 없다. 옆에 세면시설을 마련해 둔 센스도 돋보였다.

아이들의 흥미를 가장 끄는 것은 '해양체험' 코너이다. 물 위에 떠 있는 배를 원격으로 조종해 항해를 해볼 수 있는 곳에서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겨우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요트 등 해양레포츠를 시뮬레이션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곳도 인기다.

아이들에게는 수족관이 더할 나위 없는 관람 장소이지만 해양문화·인물, 항해선박 등 다양한 분야의 해양관련 자료를 볼 수 있는 해양박물관도 인상적이다.

4D 영상관이 있는 4층으로 향했다. 관람은 30분 단위로 있지만 예상했던 시간에는 이미 예약이 다 차서 꼬박 1시간 뒤에야 볼 수 있었다. 상영시간은 5분. 관람료는 아이나 어른이나 각각 4000원이다. 일단 예약하고, 옆에 있는 카페에 가서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시키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멍게, 불가사리 등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해양생물-터치풀'은 아이들의 흥미를 끈다.

부산 영도 앞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전망이 꽤 낭만적이다.

기다리는 동안 4층 테마공간을 둘러보았다. '해양영토', '해양과학', '해양산업'. 다소 딱딱해 보이지만 막상 둘러보면 꽤 흥미롭다.

4D 관람은 가격 대비 살짝 허무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짧다. 콘텐츠가 좀 더 알차야 하지 않을까라는 아쉬움도 든다.

4D 관람을 마치고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아이도 조금 쉬고 싶어하는 듯하다. 2층 어린이 박물관은 7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데,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하지 않으면 관람이 어렵다. 1층 해양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널찍하고 쾌적하다. 아이와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신발을 벗고 아무렇게나 앉아서 아이와 책을 읽는 여유를 즐겼다. 방금 여러 물고기를 보고 와서 그런지 관련 책들을 찾아 읽는 호기심을 보인다.

2층과 연결된 실외로 나왔다. 바다냄새와 바람이 강렬한 햇살에도 시원함을 준다. 끼니는 2층과 연결된 바베큐엘 레스토랑이나 1층 푸드코트를 이용하면 된다. 레스토랑에서는 한방 갈비찜을 시키면 아이들과 먹기에 무리가 없다. 푸드코트에서는 각종 분식을 먹을 수 있는데 사람이 많은 게 단점이다.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www.nmm.go.kr, 051-309-1900)

4층에는 해양영토, 해양과학, 해양산업 등의 테마공간도 마련돼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