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22) 진해웅천도요지전시관

진해 땅에서도 굽이굽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웅천도요지전시관은 아직은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곳이다. 좁은 마을 길을 따라 도로 양쪽으로 이제 막 모내기를 끝낸 듯한 어린 모들이 줄을 맞춰 파릇파릇 솟아 있다. 곳곳의 안내판 덕분에 많이 헤매지는 않았지만 두동 마을 깊숙이 들어가다 보니 살짝 헷갈릴 수 있는 '오리야 기리야' 길이다.

마지막 이정표에서 멀리 산 쪽을 내다보면 번듯한 건물이 하나 눈에 띈다. 이곳이 바로 지난해 11월 개관한 웅천도요지 전시관. 웅천도요지는 조선시대 전기에 분청사기와 백자를 제작했던 가마터로 2002년 발굴 조사 결과 총 6기의 가마터와 분청사기, 회청사기, 이도류 등이 출토됐다.

우선 전시관으로 들어갔다. 웅천도요지 출토품을 비롯한 80여 점의 유물과 조선시대 가마 모형이 전시돼 있다. △흙과 인간의 만남 △일본으로 전해진 조선의 도자 문화 △웅천 가마터와 자기 등 친절하게 설명된 글을 보며 아이와 눈을 맞춘다.

"옛날 일본인들이 조선이 만든 웅천 막사발을 보고 그렇게 감탄을 했대. 막사발을 만들려면 흙으로 빚고 주무르고 높은 온도의 불에서 구워야 하는데 여기가 막사발을 만들고 굽고 해서 만든 곳이야."

영상관에서 5분 남짓 설명되는 화면을 보면 살짝 어려울 것 같은 그릇 만드는 과정이 아이에게도 쉽게 이해된다.

모형 가마터를 보고 아이의 눈이 번뜩인다.

"동굴 속에 불이 있고 밥그릇이 있어요. 저기 작은 것은 아기가 먹는 그릇인가?"

웅천도요지전시관 외관. /최규정 기자

전시관을 나와 잘 만들어진 수십 개의 계단을 따라 이동했다. 우선 황토로 빚은 전통가마와 옆에 수북이 쌓여 있는 장작이 눈에 들어온다. 황토로 빚은 나지막한 집들도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체험존에는 웅천도요지에서 출토된 그릇 형태를 만져보고 맞히는 '만져보자! 들어보자!' 코너가 있는데,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컴컴한 상자 안에 손을 넣어 이리저리 그릇을 만져보고 앞에 쓰여 있는 각각의 이름 중에 그릇 모양에 맞는 버튼을 누른다. 틀리면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그릇 이름을 제대로 누르면 환한 불이 들어오며 그릇의 모습이 나타난다. 총 4개의 상자를 오가며 아이는 이름 맞히기에 재미가 난다.

실연장, 건조장, 작업장, 전통가마 총 4개 동으로 이루어진 도자기 체험공방이다. 모형으로 봤던 전통가마가 실제 눈앞에 펼쳐졌다. 보드라운 흙이 먼저 아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다시 수십 개의 계단을 오르면 경남도 기념물 제160호인 웅천도요지 가마터가 나온다. 총 6기의 가마 자리가 확인됐지만 안타깝게도 과거 도굴과 교란으로 많이 훼손되어 그 구조를 명확히 알 수 없다. 여기에 공개된 4호 가마는 바닥면의 잔존 상태가 양호해 당시 가마의 구조를 잘 살펴볼 수 있게 돼 있다. 또 보호각을 씌워 현 상태를 보존 중이다.

"가마는 가파른 자연경사면을 이용해 만든 오름 가마래. 아궁이 불을 땠을 때 불길이 가마 뒤쪽까지 쉽게 도달해 그릇을 익히기 쉽도록 경사면에 만들어진 거야. 여기 장작을 넣어 불을 때는 아궁이, 그릇을 쌓아 놓고 굽는 번조실,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이 보이지? 아까 흙으로 그릇을 만들었지. 그 그릇을 여기에 넣어 구우면 그릇이 되는거야."

아이는 여전히 '불과 흙이 만나 그릇이 되는 신비'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다. 하지만 직접 그릇을 만들어 보고 보드라운 흙으로 장난치고 자연이 숨쉬는 곳에서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다.

도요지 전시관에 오르면 전망도 좋다. 진해 두동 마을이 한눈에 보이고 마을 저수지도 푸른 빛으로 반짝인다.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는 덤이다.

문의 (055)225-6852∼9. 창원시 진해구 두동 24번지.

[도자기 체험 공방] 작은 손으로 흙덩이를 조몰락조몰락

웅천도요지전시관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체험 공방. 안내데스크에서 신청한 후 도자기 체험 공방으로 향했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나만의 그릇을 만들어 보는 일이다.

가장 인기있는 수업은 물레를 이용해 사발 등 그릇을 만들고 자신만의 무늬를 그려 넣어보는 '물레로 만들기'이다.

아이는 앞치마를 두르고 선생님 옆에 섰다. 손에 보드라운 흙물을 묻혔다. 돌아가는 물레에 손을 대니 둔탁했던 흙이 미끈하게 모양을 잡아간다. 보드라운 촉감과 빙글빙글 돌아가는 흙덩이가 이리저리 그릇이 되어가는 모습에 아이 입이 하트가 됐다.

사발이 만들어졌다. 이제 엄마와 아이가 그림을 그려넣는다. 아빠 이름도 새기고 엄마 이름도 새겼다. 하트도 그려보고 자신의 이름도 새겨 넣었다. 꽃도 그리고 나비도 그렸다.

   
 

적당히 힘을 주어 꼼꼼히 새겨야 하기 때문에 여간 집중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제 이 사발에 유약이 발리고 가마에 구워지는 작업을 거쳐 한 달 뒤쯤 집으로 배달되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그릇이 생긴다.

"내가 만든 그릇 언제 와요? 그릇 오면 그 그릇에다 밥 많이 먹을 거예요. 언제 와요? " 공방에 다녀온 후 아이는 매일같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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