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21) 함안 입곡군립공원

때론 눈을 깜박이면 '찰칵' 그대로 사진이 되기를 바랄 때가 있다. 눈앞에 펼쳐진 모습 그대로 누군가에게 선물해 주고 싶다. 렌즈와 맞대고 나면 그 감흥은 살짝 얇아진다. 오롯이 보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미 몸은 오감을 총동원해 그것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싱그러운 공기, 청량한 자연의 소리, 이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감탄사가 절로 나게 하는 풍경은 더욱 그런 바람을 간절하게 한다.

예상은 빗나갔다. 오후에 소나기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예보를 믿고 서둘러 떠난 여행이다. 함안군 산인면 입곡군립공원에 도착할 즈음부터 굵은 빗줄기가 자동차 지붕을 때린다. 다행히 얌전한 비다. 바람 없이 올곧게 떨어지는 빗줄기는 더욱 감성을 자극한다.

"통통통" 경쾌한 빗소리와 함께 세상이 한층 선명해 보인다. 입곡군립공원에 다다르면 은빛으로 반짝이는 저수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일본강점기에 농업용수로 사용하려고 협곡을 가로막은 입곡저수지. 폭 4km에다 저수지 양끝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제법 큰 규모다.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 끝 간 데 없는 저수지를 보고 있자면 눈이 편안해진다. 창원·마산에서 30분 거리,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마음 깊은 곳까지 시원해지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입곡저수지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너머로 팔각정과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저수지를 중심으로 왼편으로는 깎아지른 절벽에 우거진 소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고, 완만한 경사지의 오른편으로는 신록의 나무들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저수지를 중심으로 협곡을 이루고 있다. 형형색색의 바위와 기암절벽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입곡군립공원의 매력은 저수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초록색의 출렁다리다. 우리나라에서 주탑과 주탑 사이가 가장 긴 현수교인데, 길이가 112m다. 출렁다리 위에서 힘을 주어 발을 내디디면 말 그대로 다리가 '출렁'한다. 다리를 가로질러 위를 올려다보면 팔각정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비를 피해 팔각정 안으로 몸을 숨겼다. 팔각정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펼쳐지는 산책로(길이 4.28km), 그야말로 일품이다. 버드나무잎이 수면에 길게 늘어져 있고, 이름 모를 꽃과 나무들이 저수지를 끼고 산책로를 따라 둘러쳐져 있다. 산책로 곳곳에는 산림 쉼터와 전망대가 있다. 주변도 감상하고 삼림욕도 즐길 수 있어 느리게 걷기 좋은 길이다.

연못과 다리, 정자가 조화를 이뤄 마치 한 편의 그림 같은 입곡군립공원.

입곡저수지 풍경을 눈에 담았다면 입곡문화공원으로 발길을 돌려 보자.

입곡문화공원 주차장 안내판을 따라 들어가면 입곡문화공원이 펼쳐진다. 야생화 꽃밭에 형형색색의 꽃들이 화려함과 은은함이 조화를 이루며 예쁘게 자리를 잡았다. 연못 안에는 초록과 조화를 이룬 짙은 분홍빛의 연꽃이 새치름히 떠 있고, 연못을 가득 메운 개구리밥은 동화 속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듯하다. 연못을 가로 지르는 다리 위를 건너 정자에 앉으면 솟대와 물레방아로 한껏 정취를 뽐내는 풍경이 낭만적이다.

주변에는 어린이 놀이터와 승마장이 있어 아이와 산책로를 걷기에도, 함께 뛰어놀기에도 손색이 없다. 축구와 농구를 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 가족끼리, 혹은 모임에서 친목을 다지기에도 좋은 곳이다. 연인이라면 절정을 이룬 신록을 감상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저수지 곳곳에는 잉어, 붕어, 뱀장어 등의 민물고기가 많이 살고 있다. 그 때문에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드리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변에 아라가야고분군·여항산·함안 성산산성·대산리 석불 등의 유적지가 있다.

인근 맛집 - 산처럼 물처럼

-황토집서 먹는 담백한 도토리 요리

   
 
  도토리전을 채소 묵무침에 싸서 먹으면 그 조합이 기가 막히다.  

은빛 저수지를 뒤로하고 구불구불 시골 길을 따라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자리한 산처럼 물처럼(055-583-5060, 함안군 산인면 모곡리 821). 낮은 지붕의 황토집이 인상적인 이곳은 몸에 좋은 도토리를 이용해 만든 구수한 토속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식당 내부는 따뜻하고 토속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도토리전과 채소 묵무침, 쟁반 냉면, 묵사발, 그리고 국화차가 나오는 '산물풀코스'를 주문했다.

개운한 장아찌가 주를 이루는 밑반찬이 나오고 도토리전과 채소 묵무침이 먼저 등장했다. 도토리 가루를 잘 반죽해 얇게 구워나온 도토리전은 쫄깃한 식감이 그만이다. 쌉싸래하면서도 담백한 도토리 특유의 그것이 제대로 살아 있다. 갖은 양념으로 재무장한 채소에 싸먹는 말랑말랑한 도토리묵 또한 젓가락을 바쁘게 한다.

도토리 가루로 만든 면이 보드랍게 넘어가는 쟁반 냉면은 매콤새콤한 양념과 채소가 어울려 또 다른 별미다. 시간을 두고 묵사발이 나왔다. 따뜻한 묵사발은 속을 편안하게 한다. 배가 부른 줄 알았는데 숟가락으로 떠먹는 묵사발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목구멍을 타고 술술 넘어간다. 식당 한편, 볏짚 위에 말리는 동그랗게 빚어진 하얀 누룩이 인상적이다. 여유가 있다면 직접 만든다는 산물 동동주를 맛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산물풀코스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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