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생태 역사 기행] (2) 창녕 우포늪과 김해 화포천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고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이 주관하는 2011 갱상도 생태·역사기행의 두 번째 탐방지는 창녕 우포늪(소벌)과 김해 화포천 일대였다.

10월 7일(금) 오전 9시 30분 경남도민일보 앞에서 30명이 모여 전세 버스를 타고 달렸다. 일행 가운데 셋은 창녕 우포늪에서 합류했다.

일행 가운데 몇몇이 먹을거리를 준비해 왔다. 심은아 씨는 달걀을 60개 삶아왔고 이규복 씨는 감귤을 50개 남짓 가져왔다. 단감 농장을 하는 박선희 씨는 단감을 두 바구니씩이나 챙겨왔다. 사람들은 고맙고 즐겁게 다들 나눠 먹었다.

버스는 10시 30분 창녕 대지면 효정리 창산다리 앞에 멈춰섰다. 창산다리는 우포늪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를 기준으로 아래쪽은 생태계 보전지역이고 위쪽은 아니다. 위쪽에서는 낚시를 해도 되지만 아래쪽에서는 낚시를 하면 불법이다.

우포늪은 창녕 열왕산에서 시작된 토평천이 서쪽에 있는 낙동강으로 몸을 풀러 가는 중간에 있다. 토평천이 대지면 석동을 지나 창산다리에 이르면 일대가 눈에 띄게 넓고 평평해진다. 토평천은 물과 함께 가져온 유기물들을 여기에 내려놓는다.

일행은 여기서 사지포늪(모래벌) 앞까지 둑길을 따라 3km 남짓 걷는다.

저 아래 토평천에는 버들들이 몽실몽실 부드럽게 흔들리고 제방 비탈에서는 억새랑 갈대가 하늘댄다. 왼쪽에서는 벼들 누렇게 익은 들판이 출렁거린다. 가을의 한복판은 아니지만 그 정취는 충분히 맛볼 수 있었다.

뜻하지 않게 훌륭한 가이드가 나타났다. 우포생태학습원 김인성 원장이다. 오는 길에 전화를 했더니 두말없이 나오겠다 하신다. 아름답고 멋진 풍경을 더욱 풍성하게 누리게 된 셈이다.

김인성 원장의 해설은 특유의 재미난 말투에 실려 사람들 눈과 귀를 통해 머리와 가슴까지 들어갔다. "우포늪은 자주 넘칩니다. 이런 범람은 유기물을 토양에 공급하기 때문에 길게 보면 농사에 좋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철마다 농사를 짓는 주민 처지에서는 해당 농사를 망치기 때문에 좋지 않지요. 그래서 제방을 쌓았습니다."

억새가 솟아나 있는 우포늪 창산다리 둑길을 지나 사지포 제방쪽으로 가고 있는 사람들. /김훤주 전문기자

억새와 갈대를 구분하는 방법도 일러준다. "억새는 꽃이 스트레이트파마처럼 가지런한 편이지만 갈대는 좀더 흐드러져 있습니다. 그리고 억새는 잎 가운데에 하얀 맥이 뚜렷하지만 갈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창산다리 둑과 사지포 제방을 이어주는 조그만 콘크리트 잠수교에서는 우포늪에 생물이 많은 까닭을 말해준다. "여기서 물의 흐름이 크게 느려지기 때문에 물에 있던 풍부한 영양분이 퇴적됩니다. 그래서 많은 식물이 자라게 되고 더불어 이를 먹이로 삼는 동물도 살게 되는 것입니다. 잠수교 아래에는 말즘·나사말이 자라는데 다들 다른 데서는 보기 어려운 물풀들입니다."

이밖에도 김인성 원장은 재미있는 해설을 많이 들려줬다. 덕분에 사람들은 웃음을 입가에서 떠나보내지 못했다. 마지막 사지포 제방이 끝나는 지점에 놓여 있는 조그만 언덕배기에 올랐다. 250년 정도 된 포구나무가 도드라지게 서 있는 자리다. 여기 서면 우포늪(소벌)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행은 포구나무 그늘에 모여서 김 원장의 해설을 들었다.

물풀이 잔뜩 깔려 있는 탁 트인 풍경을 말없이 바라본다. 앞쪽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그지없이 시원하다. 사람들은 왼쪽 대대제방에서 오른쪽 토평천이 쪽지벌을 지나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가는 데까지 천천히 둘러본다. 백로랑 오리 같은 겨울철새들은 곳곳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다. 이들은 본대 출발에 앞서 파견된 선발대다.

정오를 살짝 넘긴 시점에 우포늪을 떠난 일행은 창원시 동읍 용잠리에 있는 장수마을에서 보리밥 정식을 먹었다. 이어서 일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화 활동을 열심히 벌였던 화포천에 2시 30분 즈음 닿았다. 여기 둘레에는 올 봄 '대통령의 길'이 열렸다.

들판을 가로질러 들어간 사람들은 본산배수장 옆 굴다리를 지나 대통령의 길에 올랐다.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여기를 오가며 허리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물 속에 몸소 들어가 쓰레기를 건지고 불법으로 설치된 그물을 찢어 물고기를 풀어주기도 했다.

일행은 나무 데크를 따라 걷다가 높이 솟은 양버들 무리를 지나면서 사진을 찍었다. 바로 앞에서 흔들리는 억새와 갈대 따위를 어루만지기도 했다. 어떤 이는 혼자서 걸어갔지만 이와 달리 무리지어 얘기와 웃음을 주고받으며 걷는 이들도 있었다. 어릴 적 자기가 자란 마을 풍경이랑 비슷하다며 참 오랜만에 이런 데 와본다고 일러주는 사람도 있다.

화포천 '대통령의 길' 들머리 양버들이 높이 솟은 길을 지나는 참가자들. /김훤주 전문기자 

'대통령의 길'은 너르게 펼쳐진 화포천을 왼쪽으로 따라가면서 멈춰서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지점을 몇몇 마련해 놓았다. 그런 다음 하천을 가로질러 건너편 제방으로 이어진다. 제방에 오른 사람들 왼편에는 들판이 있고 오른편에는 화포천이 흐른다. 여기서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화포천을 내려다보면서 걷는다.

둑길 오른쪽에 심긴 느티나무들은 덩굴식물이 심하게 감고 오른 탓인지 일찍이 잎을 떨어뜨리고 열없이 늘어섰다. 바람을 맞으며 걷다가 다시 오른편으로 하천을 가로지르는 데크를 통해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조금 일찍 마친 덕분에 봉하마을에 잠시 들렀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덤이나 생가나 전시관이나 막걸리 파는 데에 들어가 30분가량 지내다 4시 40분 지나 버스를 탔다. 경남도민일보 앞에 내리니 5시 30분즈음이었다. 세 번째 생태·역사 기행은 11월 4일(금) 하동·사천의 갯벌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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