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된장찌개에 '콕' 찍어먹는 훈제 바비큐

창원 사파동 '털보네 농장'

최규정 기자 gjchoi@idomin.com 2011년 08월 04일 목요일

고구마줄기가 담뿍 들어간 된장찌개에 돼지고기 훈제 바비큐를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라는 지인의 말을 전해듣고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털보네 농장'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사장님의 목소리가 겸손인지 귀찮음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심드렁하다.

"우리 집은 특별히 맛있는 것도 없는데, 자랑할 만한 것도 없어요, 그래도 그냥 드시러 오려면 와 보이소." 취재를 해도 된다는 건지, 아닌지 영 헷갈린다. 그래도 딱 잘라 거절하지 않는 '와 보이소'라는 말에 힘을 얻고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털보네 농장'을 찾았다.

   
 

주택가 한가운데 '털보네 농장' 간판이 눈에 띈다. 슬래브로 지붕을 대고 쇠기둥을 세우고 차양으로 덮어 허름하면서도 운치를 더하는 가게는 제법 큰 규모의 포장마차 같은 인상을 준다. 주방만이 번듯하게 건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집은 한두 가지 메뉴로 승부를 보는 음식점 대부분이 그렇듯이 손님이 자리에 앉았다고 해서 메뉴판을 따로 내오지 않는다. 특별히 주문하지 않는 이상 자연스럽게 밑반찬들이 나오고 숯이 올라오고 포일을 덧댄 석쇠가 놓인다. 주인은 초벌 훈제된 돼지고기를 올리고 김치와 콩나물 부추 무침, 팽이버섯 등 밑반찬들을 석쇠 위에 하나하나 올려준다.

보기에도 진한 양념이 깊이 밴 듯한 채소 버무리와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배추김치 한 포기가 놓였다. 호박잎과 양배추가 쌈을 싸먹기 좋게 담겨있다. 그리고 된장찌개가 나왔다.

30년 전, 당시 주변에 제대로 된 건물 하나 없던 이곳에서 손시순(55) 사장은 남편 김천득(59) 씨와 이곳에서 돼지고기 훈제 바비큐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딱히 요리 배울 곳이 없었던 손 사장은 집에서 먹던 그대로 어머니의 솜씨를 물려받아 150평 규모의 땅에다 직접 남편과 건물을 올리고 털보네 농장만의 독특한 메뉴를 만들어 나갔다.

   
 

"어렸을 때 먹던 대로 만들어 내는데 손님들은 집에서 먹는 된장찌개보다 맛나다고 좋아들 하시데요. 집된장을 쓰면 짠맛이 강한데 집된장에다 메주콩, 보리를 넣고 양념해 숙성을 시키면 자극적이지도 않으면서 구수한 맛이 더해져 찌개가 맛나요. 고향이 진주인데 고구마줄기가 많이 났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고구마줄기를 나물로도 먹고 찌개에 넣어 먹고 했죠. 텃밭에서 키우는데 농약을 치기를 하나. 완전 무공해입니다. 훈제 돼지고기를 된장찌개에 찍어 고구마줄기를 감아서 드셔보세요."

돼지고기는 쌈장이나 무 쌈하고만 먹는 줄 알았는데 참 별미다. 넉넉히 들어간 순두부와 청양고추의 알싸함까지 더해져 부드러우면서도 개운하다. 단골손님들은 훈제 돼지고기가 익는 대로 된장찌개에 쏙쏙 빠뜨려 한입 가득 먹는단다. 갈빗살로 훈제한 돼지고기 바비큐는 주인의 30년 노하우를 보여주듯 그 빛깔이 촉촉하고 참 예쁘다.

"돼지고기는 꼭 거창에서 가져옵니다. 공장식으로 사료 먹이고 그렇게 키운 게 아니고 자연에다 풀어놓고 스트레스 안 주면서 키운 곳이 있어요. 고기가 연하지 않던가요? 확실히 달라요. 또 훈제하기 전날에 양파와 멸치, 다시마 등으로 만든 육수를 뽑아 고기를 담고 숙성시키죠."

돼지고기는 초벌 훈제되고 다시 석쇠 위에 올려 구워지는데 여느 돼지고기를 구울 때만큼 기름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적당히 나오는 기름은 김치와 채소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맛을 보탠다. 사방이 탁 트여서인지 고깃집 특유의 냄새도 없고 불 앞인데도 덥지가 않다.

부드러우면서도 얄팍한 훈제 돼지고기를 된장찌개에도 찍어 먹고, 쌉싸래하면서도 양념 맛이 일품인 채소 버무리에도 싸먹고 젓가락이 바쁘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탁 트인 가게 안에는 빗소리로 가득 찼다. 쇠기둥을 따라 빗줄기가 흘러내린다. 요즘이야 그칠 줄 모르는 비가 원망스럽기는 하지만 '털보네 농장'에서는 빗소리를 들으며 허름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에다 주인의 훈훈한 인심까지 더해져 깊은 인상을 남겼다.

 

   
 

메뉴

△훈제 돼지고기 바비큐(120g) 1만 원 △오리백숙(대) 4만 원 △오리주물럭(대) 4만 원 △닭백숙(대) 4만 원. 메뉴는 더 다양하지만 그때그때 다르다. 백숙 주문은 예약이 필수.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40-2번지. (055) 275-2420.

신문 구독을 하지 않고도
경남도민일보를 응원하는 방법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