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루브르미술관이 프랑스대혁명의 결과물이라면, 퐁피두센터는 1968년 파리 5월 봉기의 산물이다. 루브르미술관 체제가 새로운 미적 소통이나 창의력과 상상력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자기반성 속에서 프랑스 국민들이 새로 혁신해낸 뮤지엄 시스템이 퐁피두센터다.

그런 관점에서 3·15 아트센터는 현대사에 있어 최초의 민주·민족운동의 결과물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3·15 아트센터는 건립취지와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3·15회관이 낡고 오래되어 국비 98억 원을 지원받게 되자 마산문화예술인들의 숙원 사업이었던 문화예술회관 건립과 맞물려서 결국 3·15정신의 계승과 문화예술회관의 기능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을 건립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래서 3·15 아트센터는 지역마다 있는 문화예술회관과는 취지나 성격이 조금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즉 3·15정신을 계승하고 마산의 문화 정체성을 살리는 공간이자, 각종 문화예술행사를 위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문화공간의 역할이나 3·15아트센터나 역할과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3·15의거는 현대사에 있어 최초의 민주·민족운동으로 그 도도한 물결은 4월 혁명, 부마민주화운동, 6월 항쟁으로 이어지면서 2010년 드디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다. 이런 문화적 자산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문화 마당이 3·15 아트센터이다.

이 사회적 의미를 지닌 공공의 장소는 마땅히 다양한 민주주의의 문화거리와 담론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3·15아트센터에는 겨우 3·15기념사업회의 사무실이 있다는 것 외의 특이한 점은 없는 것 같다. 여전히 3·15정신을 구현하는 데도 인색하고, 예술인들의 실질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것에도 인색하고, 겨우 대관료 징수 정도로 만족하는 모양이다.

국가기념일이 된 마산 3·15의거는 우리나라 민주화의 첫 번째 큰 산이다. 올해 3월 15일에도 어김없이 구암동 국립 3·15묘지에서 기념식이 열릴 것이고, 연중행사처럼 관계자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을 것이다. 그것뿐인가?

이제 마산은 통합창원시의 두개의 구로 분화되었다. 3·15아트센터는 창원문화재단에 편입되었고 관장은 직급이 한 계단 낮추어졌다. 건립취지와 사회적 의미를 지닌 공공의 장소는 허망하게 이름만 남았다.

   
 
마산 3·15의거는 기념해야하는 아픔이기도 하고 교훈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상품이기도 하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민주주의의 흔적을 팔고 있지 않는가. 우리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부디 3·15아트센터가 대중들과 함께 생각하고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공공성'과 '공익성'이 구현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3돌을 맞이하는 즈음에 가져본다.

/황무현 마산대학 아동미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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