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아동문학가 서덕출 조명

송이송이 눈꽃 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피어 오는
하얀 꽃송이
나무에나 뜰 위에나
동구 밖에나
골고루 나부끼니
보기도 좋네

송이송이 눈꽃 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피어 오는
하얀 꽃송이
크고 작은 오막집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나부끼니
보기도 좋네".('눈꽃 송이' 전문)

   
 
 
널리 불리는 동요 '눈꽃 송이'의 원작이다. 사람들은 동요를 잘도 흥얼거리면서도 가사 원작자가 누구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 1907년 울산에서 태어나 1940년 숨을 거둔 서덕출이 지은이다.

서덕출은 여섯 살 때 다리를 다친 것이 척추로 번져 장애가 됐고 이 장애로 정규 학교에 다닐 수 없어 독학했다. 일제 강점기인 1925년 4월 월간지 <어린이>에 '봄편지'가 입선돼 문단 활동을 공식으로 시작했다. 1927년 어린이 독서회 '기쁨사' 동인으로 윤석중·신고송·윤복진과 만나 '슬픈 밤'을 공동 창작했다. 1934년 결혼해 1남1녀를 뒀고 가계 유지를 위해 약제사가 됐다. 1938년 장애로 말미암은 척추신경통이 극심해져 자리에 누웠으며 1940년 2월 숨을 거뒀다.

열다섯 해밖에 안 되는 짧은 문학활동 기간 동시와 소년시, 산문 등 모두 112 작품을 남겼다. 앞에 든 '눈꽃 송이' '봉선화' '피리' 같은 동시들은 노래로 만들어져 널리 불리고 있다.

1952년 유고 동요집 <봄편지>가 간행됐고 1968년 울산 학성공원에 '봄편지' 노래비가 들어섰다.

경남지역문학회 한정호 대표(마산문학관 학예연구사)가 지역 문학 연구에 책 한 권을 보탰다. 울산광역시와 울산문인협회 지원을 받아 <서덕출 전집>을 펴낸 것이다. 일제 강점기 장애의 설움을 겪으면서도 문학에 쏟아부은 서덕출의 열정을 잊히지 않도록 되살려낸 것이다. 개인의 아픔과 시대의 슬픔을 문학으로 승화한 서덕출의 작가 정신을 오롯이 담았다.

한 대표는 이번에 40여 편에 이르는 미공개 작품을 발굴해 전집에 실었다. 이런 면에서 학술 연구를 위한 자료로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자산을 제대로 갈무리해 당대와 후대에 남길 수 있게 됐다.

한 대표는 해설 '신월 서덕출의 삶과 문학'에서 "서덕출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서정, 개인과 시대 현실에 대한 아픔, 나라와 지역에 대한 애정을 노래했다. 그런데 다른 아동문학가에 견줘 연구와 평가가 없어 학위 논문도 없다"며 "이 전집을 빌미로 해 서덕출에 대한 학술적 접근이 잦아들어 우리 문학사에서 자리매김돼야 한다"고 했다. 학술서적으로 가치가 높다 하겠다. 도서출판 경진. 273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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