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찾은 요리예술가, 산당 임지호 씨
'요리예술가'로 통하는 그에게 요리와 철학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였다. 그는 당당하게 "제 요리의 80%는 철학입니다. 그래서 함부로 요리하지 않습니다. 음식의 재료는 가벼울지 몰라도 그 요리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무겁습니다"라고 말한다.
지난 10일 '산당 임지호 습지 음식 특별전'을 위해 창원을 찾은 임지호 씨에게 '철학을 요리하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 자연이 요리사다
인간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의 재료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임 씨는 땅에서 자동차와 하늘의 비행기 빼곤 모든 것을 음식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날 행사에서 요리로 나온 음식재료 중 눈을 끈 것은 습지에서 구할 수 있는 민물 잘피와 물밤이었다.
흐르는 물에서만 자라는 민물 잘피를 이용한 죽은 고운 색과 잘피의 형태를 변형시키지 않고 요리했다. 특히 잘피를 주재료로 만든 젤라포는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톡톡 터지는 맛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물밤 경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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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방개, 연꽃 등도 음식의 재료로 쓰였다. 밝힐 수 없는 재료까지 포함하면 습지 식물 상당수가 포함되었다.
이 외에도 갓 담근 김치에는 탱자즙을 첨가해 독특한 향을 내기도 하고 요구르트를 첨가해 유산균과 함께 발효시키는 시도는 흥미롭기까지 하다.
썩은 두부를 이용한 요리는 그가 자연 속 재료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 '발효'라는 자연현상을 이용하는데 적극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임 씨는 "썩은 두부는 치즈와 같습니다. 수분을 제거한 후 매달아 놓으면 완전하게 썩게 되는데 곰팡이를 떼어내고 먹으면 됩니다. 불완전하게 썩은 것은 사람 몸을 아프게 하지만 완전하게 썩은 것은 인간의 몸에 이롭습니다"라며 자연이 만드는 요리법을 강조한다.
그는 "우리 전통음식은 자연이 준 열매에 약간의 에너지를 보태고 나서 다시 자연에 맡겨서 얻어낸 것이라 순하고 담백하며 자극적이지 않은 게 특징"이라며 "음식은 그 민족의 심성이며, 가장 좋은 음식은 자연입니다"라고 말했다.
◇ 요리도 퍼포먼스다
그의 요리는 누가 봐도 '예술이다'라고 평한다. 요리를 장식할 때도 먹지 못하는 장식품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만든 소스 위주로 쟁반을 꾸민다.
음식은 알갱이만 빼서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알갱이를 둘러싼 재료도 요리에 적극적으로 이용된다.
예를 들면, 땅콩요리는 땅콩의 딱딱한 껍질을 까서 버리지 않고 껍질째 튀긴다. 따라서 땅콩 특유의 맛을 온전히 머금은 요리가 탄생한다. 밤 요리도 밤 껍질째 접시에 올리고 껍질에 불을 붙여 밤알을 순식간에 익히기도 한다.
행사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부드러운 음식만 접하는 현대인의 식습관 때문에 소화기관의 기능이 약화되었다"며 "땅콩껍질처럼 거친 음식은 위장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데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산당 임지호 씨는… "재료 고유의 맛 살리는 '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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