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팡 팡 변신하면…"엄마, 더 주세요"

봄이 되면 식탁 위에선 전쟁이 시작된다. 봄나물을 아이 입으로 가져가려는 엄마와 시큼한 나물을 피하려는 아이 간의 설득과 회유가 식탁 위를 오고간다. 아이들 입에서 봄 내음이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의 고민은 시작된다.

제철음식이 보약이란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추위가 가시기 전 대지를 뚫고 나온 강인한 생명력은 나른해지기 쉬운 봄에 양기를 듬뿍 준다. 봄나물은 겨울에 구하기 힘들었던 과일·채소 속 비타민을 오랜만에 충전하는 시간. 곡류와 육류의 산성식품 위주의 식단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 이보다 값진 영양분이 또 있을까. 특히 이맘 때의 봄나물은 봄의 상승기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장기에 있는 아이나 청소년들이 꼭 먹어야 할 자연 영양제다.

어떤 이는 말한다. 인생의 쓴 맛을 본 사람만이 봄나물 맛을 안다고. 똑같이 쓴 맛에서 공통점을 찾은 것일 터. 이 말이 맞다면 아이에게 '봄나물을 즐겨라'라고 말하는 것은 나이 드신 어른에게 '패스트푸드를 즐겨라'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포기하긴 싫다. 안되면 돌아가는 방법이 있다. 봄나물인 줄 모르게 먹이는 것. 우리 아이들이 쉽게 먹을 수 있게 봄나물을 살짝 바꿔봤다.

◇ 여러 곳 학원 다니느라 지친 아이에게

봄나물의 대표주자다. 냉이는 다른 봄나물과는 다르게 단백질 함량이 높다. 신장 기능을 증진하며 지혈 작용이 있어 생리량이 많은 여성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냉이는 흙이 많이 묻어있고 더러운 편이므로 여러 번 씻어야 한다. 냉이는 전으로 만들어 먹기 좋다. 부추 대신 냉이를 주재료로 전을 만들어 먹으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 간식용으로 딱이다. 또 먹다 남은 피자를 데워 먹을 때 냉이를 올려서 먹으면 음식궁합이 잘 맞다.

◇ 단 맛 좋아하는 아이에게


배추와 비슷하게 생긴 봄동은 배추보다 훨씬 향긋하고 달며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봄나물이다. 1960~70년대 식탁 위서 자주 보았던 '배똥구리(배추꼬랑이란 뜻의 경남 방언)'라고 불렀던 나물이다. 면 종류를 좋아하는 아이에겐 생채로 만들어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버무려 국수 위에 올려 먹이면 좋다. 또한 봄동과 새우를 따로 살짝 데쳐 양념장과 함께 무쳐서 먹어도 좋다.

◇ 변비가 있는 아이에게

미나리는 몸 속 열을 없애주고 갈증을 멎게 하며 소변을 잘 보게 한다. 또한 풍부한 식물성 섬유소는 장 운동을 도와줘 변비해소에 탁월하다. 하지만 성질이 차가워 소화기관이 약한 아이에겐 설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깨소스(볶은통깨+간장+설탕+청주)를 만들어 데친 미나리를 찍어 먹으면 고소한 맛의 미나리를 즐길 수 있다. 라면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라면 조리시 미나리를 넣어주면 센스 만점.

◇ 배가 자주 아픈 아이에게

쑥은 한방약재로도 쓰인다. 그 영양이 음식의 범주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또한 입맛을 돋우는데 큰 역할을 한다. 비타민 A와 비타민 C가 풍부해 환절기 감기에 시달리는 아이에게 특히 좋은 봄나물이다. 쑥 튀김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봄 음식이다. 요즘 아이들이 튀김을 좋아하는데다 튀겨 놓으면 모양도 예뻐서 더욱 즐긴다. 반죽 할 때 카레가루를 넣으면 독특한 향이 나서 좋다. 물을 잘 먹는 아이에겐 쑥 차가 제격이다. 쑥을 잘 말려두었다가 끓여먹는 물에 넣어두면 된다.

◇ 스트레스 받는 수험생에게


'봄 두릅은 금, 가을 두릅은 은'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봄 두릅은 활력을 주고 머리를 맑게 해줘 스트레스를 다스려 준다. 두릅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당뇨를 앓고 있는 이들에게 좋은 자연 식품이다. 보통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지만 다른 나물에 비해 생김새도 독특해 아이들이 쉽게 먹으려 하지 않는다. 튀겨서 매콤한 소스나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아이들 입맛에 잘 맞다. 그냥 튀겨내기 보다 꼬챙이에 꽂아서 튀겨주면 아이들이 먼저 손을 내민다.

◇ 피부가 좋지 않은아이에게

불로초 나물로 알려진 달래는 칼슘이 풍부하며 신장·비장기능을 증진시킨다. 특히 기운을 왕성하게 해주는데 아이·어른 가릴 필요는 없다. 생으로 먹는 것이 좋지만 아이에게 먹이려면 약간 데쳐 먹여야겠다. 우선 샌드위치를 만들어 속 재료로 넣어 먹이면 잘 먹는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고기를 다질 때 달래를 토막내어 고기와 섞어 동그랑땡을 만들어주면 좋아한다. 샐러드를 만들 때 다른 봄나물과 함께 넣어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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