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마동호 조성사업 문제젼 토론회 열려

2008 람사총회 개최를 앞두고 경남의 습지 관리 실태를 짚어보는 첫 번째 토론회가 23일 오후 2시 창원 용호동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 강당에서 열렸으나 개발 사업 주체인 한국농촌공사의 불참으로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다.

▲ 23일 창원 경남적십자 6층 회의실에서 마동호대책위와 경남환경운동연합,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경남교사모임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마동호대책위 김정도씨가 발제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이 때문에 이날 토론 주제였던 고성 마동호 일대 연안 습지 매립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농촌공사 경남본부는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항의방문을 받아야 했으며 이들의 항의 발걸음은 경남도까지 이어졌다.

‘고성 마동 지역 담수호 조성 사업 어떤 문제가 있는가?’를 주제로 한 이날 토론회에서 지역 주민들로 짜인 ‘마동호 대책위원회’는 “아무 쓸모도 없는 담수호를 짓는다고 예산을 낭비하고 어업에도 작지 않은 손실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농촌공사 거제·고성지사는 10여 년 전부터 농업용수 확대 공급을 내세워 고성읍과 마암면을 비롯한 6개 읍·면에 걸쳐 ‘마동지구 담수호 예정지’를 설정하고 408ha 규모로 공사를 진행해 오다 2005년 수질 악화 가능성 때문에 일단 중단했다.

“인감과 다른 도장 찍혀 있는 등 조작 많다”

이를 두고 주민들은 여태까지 농사짓는 데 물이 모자라지 않았으며 앞으로는 농사 규모가 더욱 줄어드는 만큼 ‘마동호 공사’는 다른 목적이 있거나 아니면 쓸데없는 일이라면서 더욱이 주민 동의서가 엉터리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다고 이날 주장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 김일환(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대책위는 “농어촌정비법에 따르면 해당 지역 주민의 3분의2가 동의해야 하는데 농촌공사가 받은 동의서 가운데 거짓으로 만들어진 것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장한테 맡겨놓은 도장이 본인도 모르게 찍혀 있기도 하고 인감과 전혀 다른 도장이 찍혀 있기도 하다”며 “게다가 공사 중인 방조제 바깥에서 씨조개 양식을 하고 있는데 모두 죽어나갈만큼 벌써부터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성 철성고에 재직 중인 김덕성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 회장은 “마동호 일대는 세계 멸종 위기 조류와 천연기념물이 꼬박꼬박 들르는 중요한 지역”이라며 “고인돌이나 공룡 발자국 유적과 아울러 고성을 대표할 수 있을만큼 가치가 높다”고 주장했다.

회의불참한 농촌공사 도본부 찾아가 항의

김 회장은 이어 “황새·저어새·재두루미·말똥가리·장다리물떼새 등이 바로 그것”이라며 “올 한 해 동안 생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본격 시행해 마동호 일대 연안 습지의 높은 가치를 적극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지역 주민과 환경 단체 회원들은 토론을 마친 뒤 곧바로 옆에 있는 농촌공사 경남본부를 찾아 ‘토론 불참’에 항의했다. 이들은 ‘동의서도 거짓으로 꾸며졌다’고 따졌으나 마땅한 해명은 듣지 못했다.

이날 사회를 맡았던 김일환 처장은 “환경영향평가에도 잘못이 있다”고 얘기했다. 마동호에서 몇 번씩이나 발견된 황새나 재두루미, 저어새 같은 희귀조류가 환경영향평가에는 ‘없다’고 돼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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