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잠든 남편을 숨지게 하기 위해 아내가 집에 불을 지르려 한 사건이 김해에서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아내 권모씨는 26일 경찰에 구속됐다.

남편이 야간근무를 나가려 일어나는 바람에 불길은 바로 잡혔는데 끔찍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경찰 조사에서 권씨는 10년 가량 이어져 온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일을 저질렀고 남편이 숨지고 나면 자신도 죽으려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3월 7일 새벽에는 어머니가 중학교 1학년 딸을 목 졸라 숨지게 하는 사건이 같은 김해에서 일어났었다.

어머니 ㅇ씨는 이날 5000만원에 이르는 빚을 갚아야 했으나 도저히 갚을 길이 없어 딸을 죽이고 자기도 뒤따라 죽으려 했다.

딸을 죽인 혐의로 5월 13일 창원지법 재판정에 선 ㅇ씨는 시종 흐느끼면서 딸을 죽이게까지 만든 사연을 변호인 신문을 통해 털어놓았다.

문제의 발단은 역시 남편이었다.

물론 집에 불을 지르거나(그것도 살의를 가지고) 딸을 죽인 일이 전혀 올바르지 않으며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원인은 그대로 둔 채 터져나오는 현상만 다스린다면 같거나 비슷한 현상이 되풀이될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빚에 쪼들리면 하루 종일 빚 갚을 걱정밖에 하지 못한다고 한다. 또 날마다 폭력에 시달리면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중에는 정신이 나가버려 폭력이 되풀이되는 현실에 아무 대항도 못하고 그대로 당하게만 된다고 한다. 결국 문제의 뿌리는 남편의 폭력과 자본의 비정함에 있었다.

물론 법원이나 검찰·경찰 같은 사법기관에 이 뿌리를 캐어 없애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사법기관은 원래부터 겉으로 드러난 상처나 종기를 다스리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원인이 그대로이니까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사회가 계속되는 한 뚜렷한 해결책은 없을 것 같은데 이런 상태에서는 차라리 눈도 감고 귀도 닫아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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