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행정·노동 자원 갈아넣어 기업만 성장
노동권 제약, 다수 산재 발생, 지역 관계 인색
기업 지속가능성 ESG평가 만족할 수준 아냐
사회 책임(S) 개선 없는 세계 속 부상 '모래탑'
국감 앞 정치권 "지역 사회가 책임 추궁" 예고

경남에 대규모 사업장을 둔 한화그룹이 K-방위산업과 조선업 호황을 누리고 있음에도 노사 갈등과 인색한 지역사회 공헌으로 기업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ESG(환경·사회·기업 지배구조) 경영에는 낙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는 2015년 삼성테크윈을 인수해 창원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굴지의 방위산업체로 올라섰다. 2023년에는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조선업까지 확장했다.

세계정세 불안으로 군비 경쟁 심화, 조선업 호황 사이클 도래, 적극적인 정부 지원 덕에 한화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조선업을 한·미 관세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지렛대로 삼고, 한·미 정상회담 성과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더 큰 날개를 달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 축사를 하고 있다. 이 선박은 미국 해양청이 발주한 국가 안보 다목적 선박(NSMV) 5척 중 3호선이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 축사를 하고 있다. 이 선박은 미국 해양청이 발주한 국가 안보 다목적 선박(NSMV) 5척 중 3호선이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는 창원·거제지역 행정과 노동 자원을 갈아 넣은 이면도 있다.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한화그룹 ESG경영의 문제점 진단과 대안 토론회’에서 김명기 전국금속노조 한화창원지회장은 “한화의 ESG경영은 형식적인 포장에 불과하며 노동자 인권과 공정성 보장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SG에서 S(Social·사회 책임) 평가는 다양한 항목에 걸쳐 이뤄진다. 평가사별로 다르지만 △노동자의 다양성 △안전관리 △노무관리 △인적자원 개발 △보건 안전 △공급망 △산업안전 △인권 △양성평등 △동반 성장 △지역사회 관계 등이다.

특히 노동 영역 기준에 △차별금지 △표현의 자유 △단체결성의 자유 보장 △채용·고과·승진·처우의 공정성 △노동시간과 휴식권 보장 △노동조합 결성과 활동 보장 △집단교섭과 단체행동권 보장 △물리적 안전뿐 아니라 심리적 존엄도 보장 등 항목을 둔다.

김 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승진·고과 차별, 단체행동권 제한, 노동조합 활동 탄압을 장기간 반복해왔다”며 “이는 ESG경영 원칙을 조직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2017년 8월 고용노동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노조 조합원에 대한 경제적 불이익, 역량개발 기회 배제 등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화오션에서 지난해 9월 9일 발생한 추락 사망사고 이후에도 또 다른 노동자가 비슷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한화오션에서 지난해 9월 9일 발생한 추락 사망사고 이후에도 또 다른 노동자가 비슷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한화오션에서 발생하는 각종 산업재해 통계도 노동자 처지를 반영한다. 2022년 1229건, 2023년 1693건, 2024년 2499건 등 증가 추세인 사고 건수는 올해 7월 기준 1313건 발생했다. 중대재해도 2022년 3건, 2023년 1건, 2024년 5건, 2025년 7월 기준 2건 발생했다. 이주노동자가 늘고 있지만 대다수 하청업체 소속이라 제대로 된 소통, 안전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역사회와 관계망 강화, 지역 공헌에 인색하다는 비판 목소리도 크다.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역사회와 협력 체계 강화 등을 논의하고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 실소유주인 김동관 부회장과 면담을 제안했지만 의미 있는 만남 자리 마련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한화그룹이 ESG경영 평가에서 다른 대기업보다 점수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관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토론회에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한화그룹은 평가가 좋지 못했다.

한국ESG기준원 평가는 2021년과 2022년에는 A를 받았지만, 2023년에는 B+에 그쳤다. 환경·사회·지배구조 모두 B+였다. MSCI 평가에서는 2021년과 2022년 BBB에 그쳤다가 2023년에서야 A를 받았다. CDP평가에서도 2021년과 2022년 B를 2023년에 A-를 받았다.

송 연구위원은 “이 같은 저평가는 약한 노동 분야 사회적 책임성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 안전관리자가 오후 쉬는 시간 휴식을 위해 하선하는 작업자들에게 얼음 생수를 전달하고 있다./한화오션
한화오션 안전관리자가 오후 쉬는 시간 휴식을 위해 하선하는 작업자들에게 얼음 생수를 전달하고 있다./한화오션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오션 등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개선 없는 노동 환경과 임원의 부적절한 국감장에서 태도로 뭇매를 맞았다.

허성무(더불어민주당·창원 성산) 국회의원은 “창원이 명실상부 ‘한화의 도시’가 돼가는데도 지역 주민은 노사관계 안정과 생생을 통한 성장과 발전 의지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혜경(진보당·비례) 국회의원도 “지난해 국감에서 한화가 경남에서 덩치를 불렸으면서도 그룹 노동관은 형편이 없었다는 것을 느꼈다”며 “ESG가 지역 주민과 융화해 가치를 창출하는 존재라는 현대적인 경영 개념을 반영한 것인 만큼 한화의 자성과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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