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피해 지역 대부분 위험 1등급 인접
산청읍·단성면엔 취약지역 대피소 없어
10m 격자 위험지도 있음에도 관리 미비
경남도 산사태 '인명피해 제로' 목표 무색
지자체·지방산림청장 등 역할 강화 필요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산청군 산청읍 모고리 모고마을. 21일 오전 마을 옆 계곡에 엄청난 양의 바위가 밀려와 가득 쌓여 있다. /김구연 기자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산청군 산청읍 모고리 모고마을. 21일 오전 마을 옆 계곡에 엄청난 양의 바위가 밀려와 가득 쌓여 있다. /김구연 기자

극한호우로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자치단체 산사태 취약지역 관리에 구멍이 있음을 보여줬다. 앞으로 취약지역 지정부터 대비까지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

산림청 산사태정보시스템(sansatai.forest.go.kr)에서 산사태위험지도를 보면 이번에 산청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곳은 대부분 산사태 위험도가 가장 높은 1등급 지역에 있거나 그 주변이다. 산사태위험지도는 전국 산림을 10×10m 격자 단위로 나눠 숲 모습, 나무 지름 크기, 사면 경사 등 규모를 살펴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위험도를 나타낸 지도다.

산청읍 부리 70대 남녀와 20대 여성 등 3명이 숨진 곳은 와룡산(해발 416.7m) 자락 산사태 위험 1등급 지역을 등지고 있다. 또 70대 남성이 실종 상태인 산청읍 모고리는 와룡산, 상여봉(508.8m), 용두봉(342.2m)에 둘러싸여 있다.

산청읍 범학리 70대 여성이 숨진 곳은 둔철산(823.4m)과 수무산이 에워싼 지형이다. 신안면 외송리 70대 남성이 숨진 곳은 둔철산 자락인 데다 선유동계곡 옆이다. 70대 남성이 숨지고 60대 여성이 실종된 단성면 방목리도 석대산(535.8m) 자락 산사태 영향을 받았다.

산청군 인명피해 발생 지역은 산청읍 내리·모고리·부리·범학리·정곡리, 단성면 방목리, 생비량면 가계리, 신안면 외송리, 신등면 율현리다.

산청군에만 산사태취약지역 대피소는 모두 118곳. 하지만 산청읍과 단성면에는 0곳이다. 각 마을회관, 경로당, 학교, 보건진료소, 119지역대 등으로 생비량면 11곳, 신안면 9곳, 신등면 9곳이 지정돼 있다. 산청읍에도 산사태 위험 1등급 지역이 곳곳에 있음에도 취약지역 대피소는 없는 실정이다. 경남지역 산사태취약지역 대피소(1513곳) 또한 산사태 위험 1등급 실태를 고스란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산청군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 21일 오전 마을에 주변 산에서 밀려온 커다란 나무와 돌이 쌓여 있다. /김구연 기자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산청군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 21일 오전 마을에 주변 산에서 밀려온 커다란 나무와 돌이 쌓여 있다. /김구연 기자

경남도는 18개 시군과 함께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산사태대책상황실도 운영 중이다. ‘산사태 인명피해 제로(0)화’라는 목표가 무색해졌다. 도내 산사태취약지역 2514곳(지난해 말 기준)은 수시 안전점검도 벌이고 사전 대비 기간에 취약지역은 물론 산지 전용지, 산불피해지 내 인명피해 우려지역 등도 점검했으나 이번 참사는 막지 못했다. 점검 사항은 △취약지역 지정 후 피해 이력 △토석류 예측 범위 내 대피소 지정 △산사태취약지역 안내 간판 설치 △대피소 안내문 게시 △배수로 배수 불량 여부 △산사태 예·경보 때 주민대피체계 구축 등이다.

경남도와 산청군 모두 인명피해가 발생한 곳이 산사태 취약지역인지 확인 중이라며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경남도 산림휴양과 관계자는 “단성면 방목리, 산청읍 부리 등 2곳이 산사태 취약지역과 인접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는 산사태 시작점과 영향 범위 등을 고려해 현장 조사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산청군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현재 확인 중인데 답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잦은 극한호우 상황을 고려하면 산사태 관련 조사 주기도 좁히고 자치단체장 등 기관장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림보호법을 보면 산림청장은 5년마다 전국 산사태 발생 우려 지역 기초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자치단체, 지방산림청과 국유림관리소 등 지역산사태예방기관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기관장은 산사태 발생 우려가 있는 지역에 예방시설을 설치하는 등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사태취약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지정은 의무가 아니지만, 지정을 추진할 때는 지정위원회 심의와 주민 의견 수렴만 의무여서 기관장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산림청을 중심으로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현장조사단은 21일 산청 산사태 원인 파악을 시작했다. 조사단에 경남도와 산청군은 참여하지 않는다.

한편 경남에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1981.19㏊ 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03년 462.56㏊, 2002년 396.58㏊, 2012년 295.36㏊, 2006년 275.09㏊, 2011년 156.18㏊, 2020년 102.15㏊ 등이 비교적 규모가 컸다.

/이동욱 기자

관련기사

관련기사

키워드
#경남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