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출입 요구 등 특검과 기싸움
변호인 억지 고발 경찰 수사관 신문 기피
체포 방해·비화폰 기록 삭제 조사 무력화
'준비 끝' 김건희·채해병 특검 조사 본격화

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내란 특별검사팀에 처음으로 소환돼 비상계엄 국무회의 의결과 국회의 계엄 해제안 의결 방해, 외환 유치 혐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비화 휴대전화 기록 삭제 혐의 관련 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윤 전 대통령 측과 내란 특검 측 간 미묘한 기 싸움 속에 명목상 15시간, 실제 5시간 남짓 만에 끝났다.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30일 오전 9시 2차 출석할 것을 통보하고 보완 조사를 이어간다.

◇장외에서 신문까지 이어진 신경전 = 특검 조사 전부터 지하주차장 출입을 요구하며 장외 신경전을 펼친 윤 전 대통령은 결국 서울고검 앞 ‘포토라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약 15시간 동안 이어진 조사에서 실제 피의자 신문이 진행된 시간은 5시간 5분이었다.

조사 전후로 특검 측과 윤 전 대통령 사이에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일부 수사가 지연됐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 지연 혐의’를 신문하던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이해관계자에 해당한다며 점심 직후 조사자 교체를 요구했다. 윤 전 대통령이 조사실로 복귀하지 않으면서 오후 1시 30분 예정됐던 ‘체포 방해와 비화 휴대전화 기록 삭제 혐의’ 조사는 무산됐다.

 

피의자 신분으로 내란 특검 조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피의자 신분으로 내란 특검 조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은 변호인단이 허위 주장으로 수사를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박 총경은 1차 영장 집행 당시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2차 집행 때 파견됐으나 이때 체포영장 집행 대상은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이었다.

특검은 오후 4시 45분 ‘국무회의 의결과 국회의 계엄 해제안 의결 방해 혐의’, ‘외환 유치 혐의’ 조사로 방향을 틀었다. 해당 조사는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가 신문했다. 조사에 응한 윤 전 대통령은 2시간 40분 동안 조사를 받은 후 오후 7시 50분 저녁을 먹었다.

이어 오후 8시 25분 다시 조사에 임했다. 특별히 진술을 거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특검은 이날 준비한 질문을 다 소화하기 어렵다 보고 1시간 25분 만인 오후 9시 50분께 신문을 종료했다. 윤 전 대통령은 3시간가량 조서를 열람하고 서명·날인을 남기고 나서 귀가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은 여러 차례 조서를 읽어보고 답변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30일 오전 9시까지 재출석하라고 통보한 가운데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30일 오전 9시까지 재출석하라고 통보한 가운데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2차 조사 이어 국무위원 참고인 조사 검토 =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30일 오전 9시 재출석을 서면 통보했다. 1차 조사에서 전혀 신문이 이뤄지지 않은 ‘비화 휴대전화 정보 삭제 지시 혐의’를 비롯해 기본적인 내용 확인만 이뤄진 ‘국무회의 의결과 국회 계엄 해제안 의결 방해 혐의’, ‘외환 관련 혐의’에 대한 조사를 2차 조사에서 다시 확인할 방침이다. 이때도 비공개 출석은 불가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검은 신문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횟수 제한 없이 추가 소환하기로 했다.

윤 전 대통령이 2차 소환 조사에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박지영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도 소환에 응한다고 했고, 1차 조사 때도 적극적으로 진술하는 것으로 보아 출석할 거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송진호 변호사도 “당연히 적법한 소환에는 출석할 것”이라고 했다. 내란 특검은 계엄 관련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도 검토 중이다. 다만 시점 등 세부 일정은 비공개 방침이다.

박 특검보는 국무위원 조사 일정을 두고 “현 단계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특검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특검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특검과 순직 해병 특검도 본격적인 수사 채비를 마쳤다. 두 특검팀은 준비 기간 20일을 최대한 활용해 특검보를 비롯한 구성원 조합을 마쳤다. 두 특검팀은 내달 2일 현판식을 열고 이르면 내주 중 관계인 조사에 나설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은 앞서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 금융감독원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기존 수사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고 있다. 순직 해병 특검도 박정훈 전 대령 항명 사건을 이첩받고 항소 취하 법리 검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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