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탄핵 심판 선고 결과
기각 5명, 인용 1명, 기각 2명
5명 "재판관 미임명 위법하다"
정계선 재판관만 "파면될 사유"
마은혁 임명 목소리 거세질 듯
윤석열 선고 가늠자 '내란 행위'
결과 추측 내용 배제 흔적 역력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헌법재판관 8명 중 1명이 인용(정계선), 5명이 기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2명이 각하(정형식·조한창)를 결정했다. 한 총리는 87일 만에 직무에 복귀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게 됐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자리로 돌아갔다.
한 총리 탄핵 사유는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거부권 남용에 적극 가담·조장·방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윤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해 공동 국정 운영 시도 △내란 상설특검 등 국회가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죄 등에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했음에도 후속 절차 미진행 △국회 본회의 의결로 추천된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 임명 거부 등이었다.
◇재판관 미임명 위헌·위법 다수 = 헌재는 이번 결정 의미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국무총리’ 탄핵심판청구 사건으로 헌법 65조에 따라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탄핵소추가 족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재판관 8명 중 6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정계선)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면 대통령 기준(200석) 의결 정족수를 충족해야 한다는 한 총리 측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재판관 8명 중 5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계선)은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행위가 “헌재를 무력화시키는 행위”라고 했다. 이들은 “한 총리가 국회 선출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미리 종국적으로 표시해 헌법상 구체적 작위의무를 위반했다”며 △헌재 구성(헌법 111조) △대통령 헌법수호 책무(헌법 66조) △공무원의 성실의무(국가공무원법 56조) 등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봤다. 다만 이 중 4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은 이것이 파면할 사유는 아니라고 봤다. 위헌·위법 행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헌재 무력화 의사가 증거로 확인되지 않고 △권한대행 역할과 범위 등에 논란이 계속됐다는 점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이후 2명을 임명해 헌법질서가 일부 회복된 점을 이유로 들었다.
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가 헌재의 내부적 상황을 이용해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고자 하는 여당 의사를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 헌법·법률 위반 행위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상목 부총리 행위를 한 총리 위헌 행위 판단에 유리한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다수 기각 의견을 반박했다. 한 총리가 한 부작위 결과 마은혁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아 헌정질서 수호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각 결정을 하며 별도 근거를 댄 김복형 재판관은 한 총리가 임명 거부 의사를 미리 표했다고 볼 수 없다며 “헌법·법률 위반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의견을 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자 탄핵소추 요건은 대통령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관 다수가 재판관 임명 거부를 헌법·법률 위반이자 헌재 무력화 행위임을 인정함에 따라, 직무에 복귀한 한 총리를 향해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선출하게 돼 있는 3인의 재판관을 피청구인이 임명하지 않은 것에 헌법과 법률에 따른 구체적 작위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위반한 때에 해당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국회가 헌법재판관 후보를 선출한 지 석 달이다. 한덕수 총리는 즉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를 임명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내란 행위 관련 판단은 안 해 = 한 총리 탄핵 심판 선고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은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행위 관련’ 내용이었다. 헌재는 그러나 한 총리 결정문에서 계엄 선포 적법성, 국무회의 성립 여부 등을 판단하지 않았다. 그저 ‘한 총리가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만 정리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헌재는 총 40쪽 분량 결정문에서 ‘내란 행위’ 판단을 단 1쪽만 할애했다.
먼저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게엄 선포 불과 두 시간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게 됐을 뿐 그 이전부터 이를 알았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정리했다. 이어 “한 총리가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들 의견을 들어보고자 회의 소집을 건의한 사실은 인정되나 여기서 더 나아가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거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확인했다.
또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가결된 이후에는 계엄 당시와 달리 국무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는 소추 사유를 두고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2024년 12월 4일 오전 1시 2분경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해제요구 의결안이 가결되자 한 총리가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해제를 건의하여 2024년 12월 4일 오전 4시 27분경 국무회의가 개최됐고, 한 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안이 의결되었음이 인정될 뿐”이라고 정리했다. 윤 대통령 선고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내용은 최대한 걸러낸 흔적이 역력하다.
◇‘내란성 우울’ 더 심해질 듯 = 헌재는 이날 윤 대통령 선고 일정을 공지하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한 총리 결정문 상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주 윤 대통령 선고도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가 열린다. 27일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진행하는 헌법재판 정기 선고일이다. 28일 선고 이야기도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해져 간다. 헌재가 일주일 세 차례 선고일을 잡은 적은 없고, 연이틀 선고를 한 적도 최근 20년간 없었다. 헌재가 이주 내 선고 공지를 한다면 가장 빠른 일정은 다음 주 월요일인 31일이다. 이 탓에 ‘4월 선고’에도 무게가 실린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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