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수사에 속도…내란 가담 감추기?
'공천 개입'보다 '여론조사비 대납'에 초점
한동훈 도우려 오세훈·홍준표 제거? 시선
여당 경선 개입, 차기 정부와 거래 의혹도
검찰이 ‘명태균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명 씨와 강혜경 씨, 김태열 씨 등을 줄소환하면서 그동안 제기된 창원지방검찰청 부실 수사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이는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수사 대상이 ‘윤석열·김건희 부부 공천 개입’보다는 주요 여권 인사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에 맞춰지는 모양새라 정치적 의도도 감지된다. 특히 12.3 내란에 검찰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국민 시선을 돌릴 카드로 ‘명태균 사건’을 활용하려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서울중앙지검은 창원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지난주부터 출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수사 외양이 ‘공천개입 의혹’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에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이다.
검찰은 5일 명 씨가 실운영자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 일을 한 강혜경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한데 이어 6일에는 김태열 소장을 불러 조사한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김 소장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 법조인은 “두 시장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관련된 검찰 조사가 먼저 이뤄질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선고를 앞뒀고, 내란죄 관련 형사 재판 중이라 공천 개입 의혹은 후순위에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6·7일 오전 10시 명 씨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강 씨는 오 시장 후원자, 홍 시장 아들 친구에게 여론조사 의뢰를 받고 비용도 받았다고 밝혔다. 일부는 차명으로 돈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달 27~28일 창원교도소에 있는 명 씨를 창원지검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여론조사비 대납’ 관련 진술도 확보했다.
이처럼 검찰이 공천 개입보다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에 집중하는 모습에 정치권 시선이 곱지 않다. 2023년 12월 일어난 사건을 뭉개고 부실 수사로 일관하다 뒤늦게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 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세훈·홍준표 시장을 겨냥하는 데는 ‘정치 검찰’로 이름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경쟁자 제거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평소 윤 대통령 부부와 수시로 소통한 것으로 알려진 정치 평론가 서정욱 변호사는 지난 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명태균과 한동훈 간 뒷거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 측은 “가짜 뉴스와 음모론, 자유민주주의 체제 파괴 범죄”라며 즉각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최강욱 전 국회의원은 “검찰은 정치 검사 출신이 대통령이 돼야 살 구멍이 생길 것”이라면서 “검찰 처지에서는 명태균 사건은 다용도 카드”라고 풀이했다.
이는 12.3 내란 사태에서 검찰 개입 정황 관련한 시선을 돌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조기 대선 발생 시 경선에 나설 여권 주요 대권 주자에게 개입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쥘 가능성이 커진다면 검찰 개혁을 방어·지연하는 흥정 카드로 써먹을 수도 있다.
검찰의 내란 사태 개입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은 5일 관련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 30분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정성우 방첩사 1처장에게 “선거관리위원회 시설에 검찰과 국정원에서 올 거다. 중요한 임무는 검찰과 국정원에서 할 거니 그들을 지원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정 처장은 방첩사 대령 8명에게 같은 내용을 하달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조사단이 공개한 대령 4명 진술에 방첩사가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고 난 후 검찰과 국정원이 도착하면 인계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선관위에 출동한 대검 검사 2명 중 1명은 디지털 포렌식·거짓말 탐지기·DNA 분석·사이버범죄 등을 수사하는 부장검사였다. 대검 포렌식 담당 조직이 방첩사, 국정원과 모의하고 현장 출동까지 한 것은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민주당 판단이다.
명태균 사건 수사는 이 같은 이슈를 또 다른 팩트와 뉴스로 덮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검찰 조직에 꽃놀이패나 다름없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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