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인터뷰 "권력 탐한 이들, 해선 안 될 일 해"
김영선·명태균에 돌아선 까닭은 "이건 아니다 생각 들어"
'둘의 횡령' 공격에는 "자금 착취한 적 없다" 강하게 부인
검찰이 유력 정치인 연루 정황 외면?..."신속히 수사해야"
언뜻 복잡한 듯한 사건도 핵심에 초점을 맞추면 꽤 단순하다. 세간을 뒤흔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등장인물이나 사건이 여럿이라 복잡한 듯싶지만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로 밝혀진 정황 조각을 끼워 맞추면 얼추 정리가 된다.
결국, 여론조사를 ‘상품’으로 경남 정치권에서 저변을 확대하던 명 씨가 변호사 출신 김영선 전 국회의원을 만나 여의도 정치권,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 부부까지 인맥을 확장했다가 어느 순간 나락에 떨어진 이야기다. 이제 명태균 사건은 ‘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여권 유력 정치인들의 불법 여론조사 활용’으로 좁혀져 치닫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돈과 권력을 좇는 이들이 만들어낸 탐욕의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시발점은 2023년 12월,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당시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 강혜경 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방검찰청에 고발하면서다. 정치자금 지출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혐의였는데 지난해 1월께 만난 강 씨와 김 전 의원은 정치자금 증빙에 문제가 있었단 정도로 해명했다.
1년을 넘긴 지난 17일, 창원지검은 강 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국회의원 선거 공천과 관련해 김 전 의원과 명 씨가 정치자금 8070만 원을 주고받았고, 강 씨가 ‘중간 경로’였다는 혐의다. 자금은 김 전 의원 세비가 공천 기여 대가로 명 씨에게 전달됐다는 의미에서 ‘세비 반띵’으로 일컫는다. 이미 김 전 의원과 명 씨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시작은 경남도선관위 고발이었지만 사건의 흐름이 크게 바뀐 배경은 정치 브로커와 중진 정치인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던 강 씨가 ‘공익제보자’로 돌아서면서다. 사건 초기, 김 전 의원을 감싸는 듯했던 강 씨가 마음을 바꾼 결정적 이유는 무엇일까. 25일 강 씨를 만나 사건 핵심을 물었다.
“큰 틀에선 공천개입이 발단이 돼 사건이 커졌지만, 권력을 너무 탐하던 이들이 결국 해서는 안 될 일까지 다 하게 되면서 벌어진 사건이다. 권력이 없던 명 씨가 김 전 의원을 매개로 공천을 받아내고 인맥을 넓히면서 시작된 것이었는데, 그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려고 한 것이다. 탐욕을 너무 가까운 데서 목격했다. 이들 최종 목적은 경남도지사였다. 김 전 의원은 여성 국회의원 6선, 국회 부의장이었기도 했고…. 명 씨가 생각한 ‘사업’까지 순탄한 듯했지만 사건이 불거지면서 완전히 실패한 셈이다.”
‘명태균 사건’은 ‘탐욕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강 씨가 내린 정의다. 그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자백한 까닭도, ‘탐욕’과 선을 그으려는 의도란 것이다.
강 씨는 선관위 조사를 받을 때까진 자기 잘못이란 태도를 고집했다. 김 전 의원뿐만 아니라, 명 씨 연관성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다 마음을 돌렸다.
“처음엔 안고 가려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검찰 수사를 앞두고 김 전 의원이 의사를 묻지 않고 변호사를 선임해줬다. 3월께 검찰 수사관이 연락해 4월 3일 조사를 요청하면서 이미 변호사가 왔다 갔다고 말했다. 변호사와 소통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김 전 의원에게 변호사 사임을 부탁했지만 ‘너랑 나랑 한배를 탔기 때문에 같이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날 배려한 변호사가 아니라 김 전 의원에 맞춘 역할이었던 것이다.”
지난해 4월 3일 검찰 조사를 받은 강 씨는, 사실을 뒤늦게 안 김 전 의원이 “‘왜 말 안 했느냐’며 난리를 피웠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김 전 의원 임기 만료 시점인 5월 말까지, 강 씨는 닦달을 받으며 선관위 진술, 검찰 진술 등을 복기해 정리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 임기가 끝나면 사무실을 정리한 다음 연락을 끊으려고 마음먹었다. 법적인 문제는 진행될 것이고, 난 내 잘못을 인정하고 그들 죄는 내가 밝힐 것이니 연락받지 않겠다고 혼자 다짐했다. 지난해 6월 초까진 김 전 의원과 전화 통화를 했었는데 그때 마지막 내게 전한 말이 ‘너와 난 끝까지 한 몸, 한마음으로 가야 해’였다. 나보고 희생하란 말이었다.”
김 전 의원과 명 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 과정에서 책임을 강 씨에게 돌리고 있다. 강 씨가 단순히 자금 흐름을 매개한 것이 아니라, 횡령한 사실을 감추려는 의도로 부풀렸단 것이 이들 주장이다. 강 씨는 “그들 주장처럼 횡령을 가리려고 사달을 냈다면, 그렇다고 죄가 덮어졌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론 재판부가 판단하겠지만, 자금을 착취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강 씨와 김 전 의원, 그리고 명 씨는 앞으로 여러 재판 과정에 증인과 피고를 오가며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의 시선이 법정으로 향한 시점, 마침 사건 여파로 돌입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간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와 여러 정치인이 입방아에 올랐지만 검찰 수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대전 서구 을) 국회의원에 따르면, 검찰에서 명 씨 휴대전화와 관련해 정치자금 부분만 포렌식(증거물 분석) 하겠으니 동의서에 서명해달라고 했단다. 난 처음 휴대전화 임의제출 때 명 씨와 김 전 의원 관련만 하는 것에 동의했다가 뒤에 압수할 땐 녹취 등 모두 포렌식이 진행됐다. 명 씨는 왜 정치자금 부분만 서명을 받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정치인 관련 이런저런 내용이 나왔어도 무시했단 뜻으로 읽히는데, 이런 점이 궁금해서라도 검찰이 빨리 수사해야 한다.”
마침 의혹 한 줄기인 경남도 유관기관 명 씨 처남 채용 청탁 사건도 조용하다. 경남 대학생 기숙사로 경남도 출연기관인 경남도평생교육진흥원이 수탁해 운영하는 남명학사에 2023년 명 씨 처남이 전문임기제 직원으로 채용됐는데, 박완수 경남도지사 측에 채용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시끌시끌했었다. 강 씨는 “남명학사 사건은 창원지검에서 조사하는 듯한데, 아직 마무리됐단 말이 없다”며 “빨리 결론이 나야 할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김 전 의원과 명 씨는 강 씨를 맨 먼저 증인 신문하겠단 검찰 의견에 반대했다. 살펴볼 자료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 시점은 다소 늦어졌지만, 이들은 언젠간 마주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들이 얽힌 정치자금법 사건은 내달 24일 첫 공판이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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