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없이 무조건 죽여도 되는 빨갱이와 비슷한 '종북 반국가세력'이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섬뜩하다. 나라를 망하게 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겁이 나서 입에 담는 것도 싫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도 '말 많으면 빨갱이'라는 말이 있었다. 반공주의자라 하더라도 반이승만 세력이면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서 죽였다고 하는데 70여 년의 세월이 지난 12월 3일 밤 10시 28분, 윤석열 대통령은 위헌·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두 번이나 '종북 반국가세력'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인 윤 대통령은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흥분된 목소리로 솔직하게 누가 '종북 반국가세력'인지를 보여주었다.

첫 번째는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세 군데는 자기가 파렴치하다고 생각하는 '종북 반국가세력'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에 자신의 충암고 선배인 국방부 장관 김용현과 충암고 후배인 방첩사령관 여인형을 시켜서 총 든 군대와 경찰을 보낸 것을 보면 이들을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지목한 게 확실하다. 야당이 다수당인 국회가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보였고, 인기 있는 유튜브 방송국인 <뉴스공장>도 눈엣가시처럼 싫었을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이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 것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불법 사전선거 조작 때문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설사 이들이 무진장 밉다 하더라도 싸잡아 '종북 반국가세력'이라고 부르며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 군대를 보낸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뜬금없이 '종북 반국가세력'이라는 말로 국민을 현혹하며 국헌을 문란케 한 것이다. 

두 번째는 계엄사령부 명의로 밤 11시 23분에 발표한 포고령 1호에서도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을 이야기하며 처단할 6가지 유형의 반국가세력을 열거했다. 포고령 내용을 보면 없는 게 없다.

헌법에 의해 계엄 중에도 활동이 제한되지 않는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하면서 이를 위반하면 영장 없이 체포하고, 처단한다고 한다. 완전히 위헌이다. 체제부정과 전복이라는 말은 여러 번 들어본 용어인데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건 계엄이 아니라도 언제든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모든 언론,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것도 대통령이 자주 말하는 자유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이 아무리 미워도 48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으면 계엄법에 의해 처단하겠다는 조항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이런 식으로 겁을 주면 아무도 겁먹을 사람이 없다. 알고 보니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이라면서 오히려 코웃음을 칠 판이다. 국회의 계엄해제와 탄핵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역시 내란을 방조한 반국가세력이다.

착한 사람은 화가 나도 욕을 안 하지만 나쁜 사람은 욕을 입에 달고 산다. 마찬가지로 '종북 반국가세력'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가 자주 격노하는 성질 때문에 욕하듯이 한 것 같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종북이 아니고, '자기를 반대한 사람'이다. 나라가 망하는 문제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우리 지역에도 자신을 애국자(?)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종북 반국가세력'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거의 습관적이다. 내가 아는 분 중에도 그런 분이 있는데 자나깨나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는 걱정이 태산이다. 이런 분들은 모두 윤 대통령의 내란에 동조하거나 부화뇌동하는 사람이다. 정신 차리고 이번 불법·위헌 비상계엄 사태를 눈여겨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 해제한 지 사흘 만에 국민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 담화에서 두 번이나 거듭 사과한 것은 자신을 내 쫓으려는 국회의 탄핵 투표를 무산시키려는 것이지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허수아비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진해서 말한 걸 보면 어지간히 겁이 났던 모양이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한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처럼 '종북 반국가세력'이 암약하고 있으니 나라를 구해야겠다고 대통령이 말했지만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찰도, 군인도 헌법 77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윤 대통령은 내란 수괴가 되었다. 12월 3일 밤에 국회 의사당 앞에서 완전무장한 군인들을 맨몸으로 끌어안고 울었던 많은 시민, 군인인 아들에게 전화해서 민간인에게 절대 총 쏘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한 아버지, 국회 본회의장 난입의 모든 책임은 명령을 내린 자신에게 있다면서 부하들을 감싸는 707부대장은 많은 국민을 감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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