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부세·교부금 6조 5000억 원 감액
‘세수 부족’ 책임 지방에 떠넘기고도 ‘당당’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공약 이행도 깜깜
정치권에 책임 떠넘기려는 조짐까지 보여

윤석열 대통령이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을 맞아 내각에 지방자치단체 권한 강화를 지시했지만 공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장 부자 감세 등 여파로 2년 연속 역대급 ‘세수 결손’ 사태를 불러놓고 그 대책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에 줘야 할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감액했다. 공약으로 내세운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은 이행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지방시대 구호 뒤에 재정 부담만 =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무회의에서 “권한과 책임의 무게 중심을 더 과감하게 지방정부로 옮기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성공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조력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데 정부 움직임은 이 같은 발언과 엇나가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전날 발표한 ‘2024년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방안’에서 교부세·교부금 6조 5000억 원을 자치단체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감액 규모 총 9조 7000억 원 중 3조 2000억 원은 정부 재원을 활용해 주겠다지만 ‘정부 세수 추계 오류 책임을 자치단체에 떠넘겼다’는 비판은 불가피하다. 자치를 담보하는 핵심은 재정이다. 예산을 형성하는 자치재정 핵심인 교부세·교부금을 줄여놓고 ‘더 많은 권한’을 언급하는 것은 모순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경남도 본청 보통교부세 감소추정액만 691억 7400만 원이다. 기재부는 교부세·교부금을 줄이면서 “나머지 6조 5000억 원은 2026년도에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세수 감액 추경으로 국채 발행이 필요한데 정부는 극구 반대한다”며 “이는 재정건전성이 아니라 재정건전성 지표만 고려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교부세만 놓고 보면 올해 줄이나 내후년에 줄이나 줘야 할 돈은 어차피 똑같다. 국채를 올해 발행하나 내년에 발행하나 그 차이만 있는데 이는 지표 눈속임에 지역 민생을 볼모로 잡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깜깜무소식 2차 공공기관 이전 = 정부 120대 국정과제이자 지역균형발전 정책 핵심인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기와 방법 결정을 미루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에 기본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가 올해 총선 이후로 미뤘다. 그사이 국토교통부는 ‘혁신도시 성과 평가 및 정책 방향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국토부는 용역 결과를 보고 이전 기본계획을 세우겠다는 태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구 소멸이 진행 중인 자치단체와 1차 공공기관 이전 혜택을 받지 못한 자치단체(비혁신도시) 40여 곳에서 2차 이전을 우선 요구하는 등 경쟁이 과열됐고, 1개 기관을 두고 여러 자치단체가 중복으로 유치를 희망해 11월 제도개선안을 발표한 후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진주 혁신도시 전경. /진주시
진주 혁신도시 전경. /진주시

그러나 용역이 11월 완료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에 더해 ‘이전 효과 미비 또는 무용’ 같은 결론도 나올 수도 있어, 윤 대통령 임기 내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공공기관 이전 불발 책임을 여야 정치권에 돌리려는 움직임도 있다. 박형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부산시장)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관련해 “중앙정부에만 맡겨놓을 게 아니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지역별로 서로 타협과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당들이 각 지역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논의 물꼬가 트여야 한다는 뜻이다.

박 회장은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이미 이전 안이 문재인 정부 말기에 만들어졌는데 결론 내지 않았고, 이게 나오는 순간 유치 기관을 두고 각 지역이 격렬하게 경쟁할 게 뻔한데 이를 감당할 정치적 힘이 없어서 현 정부가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과 대통령실 출입 지역기자 간담회가 28일 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박형준(가운데) 협의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박형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과 대통령실 출입 지역기자 간담회가 28일 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박형준(가운데) 협의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윤 대통령이 29일 발언에서 지방정부에 권한 이전과 지원을 강조하면서 ‘책임지는 시스템 구축·가동’을 지시한 것은 어폐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책임지는 시스템이라는 게 권한을 남용했다든지, 일을 제대로 못 했을 때 불이익을 주라는 뜻으로 읽힌다”며 “권한을 준 건 없으면서 제재부터 가하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가 먼저 나오니 자치단체들로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를 일”이라고 짚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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