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후보 정책 답변 분석]
(6) 노란봉투법
노란봉투법 찬반 놓고 여야 답변 갈려
야당 "노동자 기본권 보장해야" 찬성
여당 "재산권 침해 우려" 반대 속 신중론
진보당 후보, 노동 헌법 개헌 추진 약속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이 같은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노란봉투법은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벌인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회사에 47억 원을 손해배상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2014년부터 논의됐다. 이후 2015년 4월 처음 법안이 발의돼 오랜 진통 끝에 지난해 11월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견해는 노동자가 당연히 누려야 했지만 부정당하곤 했던 기본권에 대한 견해이기도 하다. 노란봉투법을 놓고 경남지역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들 의견도 정당별로 극명히 갈렸다.
◇야당 후보 대체로 ‘찬성’ = 민주당 후보들은 노란봉투법 취지에 동의했다. 특히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부당성을 지적하며 재추진을 약속했다.
허성무 민주당 창원 성산 후보는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노란봉투법은 유엔 자유권위원회도 환영했고 국민 70% 이상이 동의한다”고 말했다.
여영국 녹색정의당 창원 성산 후보도 “노란봉투법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보장하고자 반드시 필요한 법률”이라며 “사측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권 행사를 무력화하고자 거액의 손배소를 악용해온 행위를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호 민주당 김해 을 후보, 변광용 거제 후보, 김지수 창원 의창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두고 ‘반노동적 결정’이라며 노란봉투법 재통과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신덕재 무소속 산청·함양·거창·합천 후보도 찬성했다.
민홍철 민주당 김해 갑 후보도 찬성 의견을 밝히며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예고했던 노란봉투법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의 울산공장 점거에 대해 원심이 인정했던 손해배상 소송 두 건을 대법원이 각각 파기 환송한 것에 근거했다”고 말했다.
민 후보가 언급한 판결은 지난해 6월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가 내린 결정으로 노동자 개인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노조와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에도 이 같은 취지가 담겼지만, 끝내 통과되지는 못했다.
◇국민의힘 ‘반대’ 속 신중론 = 반대 의견을 밝힌 국민의힘 후보들은 파업권 보장 과정에서 사용자 측 재산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와 함께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야당이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해진 국민의힘 김해 을 후보는 “노사관계라는 것은 쌍방적인데 한쪽은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하고 한쪽은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이 법이 통과돼 시행되면 대한민국은 무법천지가 되고 경제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핵심은 노조법 2·3조 개정이다. 현행 노조법 3조는 합법 파업으로 기업이 손해를 입었다면 노조나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파업권 보장을 위한 조항이지만, 법원은 불법파업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해 왔다. 기업도 이 같은 조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고용노동부가 2022년 10월 발표한 ‘손해배상 소송·가압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쌍용자동차 파업이 벌어진 2009년 이후 2022년 8월까지 기업·국가·제삼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151건으로 집계됐다. 청구 금액은 2752억 7000만 원에 이른다. 이 중 민주노총 산하 노조를 대상으로 한 소송은 94%(142건)를 차지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에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를 포함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소를 비롯한 하청노동자 대다수가 실질적으로 원청 지배를 받지만 교섭은 실질적 권한이 없는 하청업체와 벌여야 하는 현실을 고려했다. 하청노동자들이 점거 농성을 벌이지 않아도 원청과 대화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이다.
김태호 국민의힘 양산 을 후보를 비롯한 윤영석 양산 갑 후보, 강기윤 창원 성산 후보 등은 공감대 형성을 통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한 발 더 나아간 제안도 = 노란봉투법 찬반 의견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자 권리 보장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후보들도 있었다.
류재수 진보당 진주 갑 후보는 노란봉투법 제정을 넘어 노동헌법 개헌 추진을 약속하며, “모든 사람이 노조를 결성할 수 있고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옥선 민주당 창원 마산합포 후보는 “노동자를 상대로 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명백히 노동 3권을 제약하는 행위이자 사용자의 또 다른 폭력”이라며 “중소 사업장들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대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도록 국비 지원 등 해결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김재경 진주 을 후보가 노란봉투법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는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라며 “법안이 통과돼도 그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조정을 통해 더욱 효과적인 법률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신 기자
#총선 #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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