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2024] 전환이 필요한 이유

새벽을 여는 사람들 -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수협 수산물관리위판장에서 어민과 상인, 경매사가 경매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수협 수산물관리위판장에서 어민과 상인, 경매사가 경매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제가 장학금을 받고도 특별한 인물이 못 돼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친구 기억나지). 내가 (장학금을 준 건) 그런 거를 바란 건 아니었어.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니까.”

진정한 어른의 가치를 일깨워주며 경남을 넘어 전 국민에게 감동을 준 김장하 선생의 말이다. “사회는 평범한 사람이 지탱하는 것.” 보편타당한 진리다. 새벽을 밝히는 청소노동자, 농민, 시장 상인, 신문·우유 배달원, 택배노동자 등등…. 자신의 자리에서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개개인의 특별하지 않은 삶이 모여 우리 공동체는 유지·발전한다.

그런데 이들 삶을 보살펴야 하는 정치는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정부 정책의 퇴행은 우려를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1일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을 떠나기 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출국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1일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을 떠나기 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출국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아닌 통치에 골몰한 정권 =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노동조합 옥죄기에 혈안이 돼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무력화 시도 지속에 이어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2년 추가 유예로 중대재해처벌법도 무력화하려 든다. 노동계 20년 숙원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발동해 폐기시켰다.

 

정권 무능하고, 국회 민생 저버려

"사회, 평범한 사람이 지탱하는 것"

부자, 법조인, 50대 남성 중심이 된

현 정치, 이 보편적 진리 수용 못 해

대통령은 거부권 칼을 양곡관리법, 간호법에도 휘둘렀다. 칼끝은 우리 사회 지탱에 가장 큰 두 축인 노동자(간호사)·농민을 향했다.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 수를 늘리고 외부 견제 장치를 강화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는 정권의 언론장악 선언과 다름없었다.

1년 내내 이어진 윤 대통령의 극우 이념 편향 발언, 야당의 영수회담 요청 무시는 대화와 타협에 기반을 둔 ‘정치’가 아닌 대통령 권위만 앞세운 ‘통치’의 전형이었다. 한·미·일 준군사동맹 체제 구축, 중동 세일즈 등을 외교 성과로 자찬했지만 이로 말미암은 한-중, 한-러 관계 악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 참패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이유로 단행한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 정지는 북한의 9.19 군사합의 전면 무효 선언으로 이어져 한반도 긴장을 더욱 높였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일가 땅 인근 노선 변경 의혹,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은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혔다.

지난달 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로 상정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과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방송3법)이 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로 상정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과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방송3법)이 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민생 외면한 국회 = 국회 상황을 봐도 희망보다는 실망이 컸다. 국민의힘은 ‘윤심팔이’에 파묻혀 1년 내내 집안싸움만 보였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표 ‘사법 리스크’를 막을 방탄에 골몰했다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생활물가 큰 폭 상승, 코로나19 이후 무역수지 적자 지속, 경제성장률 하락, 일자리 절벽, 실질임금 하락, 농업소득 하락 등 민생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지 오래지만 정부·여당 대책은 뾰족하지 않았고, 야당은 대안을 내놓기보다 정부를 향한 공격 수단으로 삼았다. 부자 감세, 국세 수입 결손 영향과 지방세수 감소가 심각해 지역경제 위축과 지역소멸 가속화가 우려됨에도 정부는 건전 재정만 앞세우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떠들썩했던 선거제도 개혁은 150명이 넘은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발족, 선거제 개편 전원위원회, 헌정사 첫 ‘500인 국민 공론조사’까지 했지만 결국 거대 양당 손 위에서 법정 시한을 넘졌으나 아직 정리를 못 하고 있다.

2024년은 총선이 있는 해다. 총선 100일 앞, 어두운 정치 현실은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 대전환 각성을 요구한다. 하승수 변호사는 “한국 사회 방향 전환 핵심 가치는 ‘공생·공유·공정’에 있다고 본다”며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가장 큰 문제를 ‘지대 추구’로 봤다. 그는 “어느 정도 기본이 갖춰진 사회는 공생과 공유만으로 충분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은 ‘지대불로소득’이 판치고, 기본적인 신뢰가 상실된 사회”라면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은 ‘바보’가 되고, 갑을 관계가 판치는 사회이기에 ‘공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수가 불로소득을 누리는 공멸 사회가 아닌 공생 사회로 대한민국 정치공동체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도 짚었다.

국회는 소수가 특권을 누리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21대 국회에는 의원 300명 중 농·축·수산인이 없다. 여성은 19%(57명), 20~40대는 4.3%(13명)에 불과하다. 평균 재산은 34억 8000만 원이다. 주로 부자, 특정 전문직(주로 법조계), 50대 남성이 국민을 대변한다. ‘사회를 지탱하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을 바라보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기 어렵다. 각 당 공천 과정과 추천 인물을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2016년 4·13 총선 때 마지막 주말 선거유세. 창원시 성산구 상남시장을 찾은 권영길 전 국회의원과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던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2016년 4·13 총선 때 마지막 주말 선거유세. 창원시 성산구 상남시장을 찾은 권영길 전 국회의원과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던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정치 다양성 복원해야 = 날로 심각해져 가는 기후위기는 식량위기로 이어지고 곡물자급률은 20% 아래로 떨어졌다. 고령 농촌과 지역소멸, 수도권 초집중과 저출생 등 국가적 과제는 쌓여 있다. 국가 위기 신호에 감응해 해법을 제시할 각계 전문가 국회 입성도 필요하다. 한데 여야는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두고 자당 후보를 얼마나 더 당선시킬 수 있을지 유불리 계산에 급급하다. 여당은 의원 정수 축소까지 주장한다. 여러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다양한 정치세력과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국회에서 활동해야 정치가 변한다.

 

신뢰와 '공생·공유·공정’에 기반 둔

총선서 '대전환'에 국민적 각성 필요

다양한 주체 정치 참여할 방안 궁리

'주권자 중심' 체제 변화 모두 앞장을

예컨대 2004년 17대 국회에서 10석(지역구 2석·비례 8석)을 얻은 민주노동당이 강기갑·현애자(농민운동가), 노회찬·단병호·최순영(노동운동가) 의원 등을 통해 내세운 진보적 의제는 사회 새로운 ‘전환의 틀’을 형성하기도 했다. 거대 양당은 진보·소수정당 국회 진출 확대로 다양성을 원하는 국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하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시민 유권자가 지역 공약보다 국가적 과제에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얘기하거나 정치개혁에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 주권자 국민의 정치 참여를 보장할 방안을 제시하는 후보들이 있는지 유심히 살피면 좋겠다”면서 “주권자들이 어떤 정당,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 활발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곳곳에서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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