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한 보수독점 양당 체제 심화…4.10 총선 다원화 공통 과제
공동 대응 공감대 형성했지만 방식 '이견'…정치연합 복원 목소리
장기적 관점서 정당제도 변화 유도, 발판 삼아 유기적 연대 요구도

새해 첫날 100일 초읽기에 돌입한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선거 관심사는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에서 파생한 제3지대가 거둬들일 성적이다. 박상훈 정치학 박사가 <정당의 발견>에서 내린 ‘권위주의 체제를 이끌었던 여야 양당 독과점 구조는 강화됐다’는 진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양극화한 보수독점 양당 체제에서 진보적 의제는 개진됐지만, 다원적이고 개방적인 정당 체계를 구성하지 못한 한계는 분명했다. 사회적 갈등과 불만이 격하게 부딪치면서 양당 독과점 구조는 더욱 심화했다.

진보정당이 좁아진 입지와 외연을 확장하고 정당 다원화라는 공통 과제를 해결할 전환점으로 4.10 총선이 지목된다. 장외 정치로 내몰릴지도 모르는 숱한 우려를 불식하고, 2000년 이후 줄곧 추구했던 대중적 진보정당이라는 결실을 봐야 한다는 요구에 진보정당은 각자 대답할 채비로 새해를 맞았다.
 

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 등 진보4당이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2024 총선 윤석열 정권 심판과 한국 사회 진보정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 등 진보4당이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2024 총선 윤석열 정권 심판과 한국 사회 진보정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정당+노동계 공동대응 =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 4당은 4.10 총선에 공동 대응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방식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의당은 자신들이 플랫폼인 선거연합정당으로 선거를 치르고 이후 각자 당으로 돌아가는 구상을 제안하고 있다. 진보당은 따로 신당을 창당해서 진보정당이 모이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시민사회와 연대를 확장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녹색당은 기후정치 세력화와 선거연합, 노동당은 선거 때 공동대응하면서 다양한 의제를 제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민주노총은 후보 단일화, 정책연대부터 선거연합정당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보정당과 논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무엇보다 4.10 총선이 진보정당에는 앞으로 가능성을 증명해야 할 무대라는 위기의식까지 공유하고 있다.

최희태 민주노총 경남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지금까지 진보정치는 대중이 보기에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세력들이 각개 약진하는 형태로 보였을 것인데, 이번 총선에서 1차 과제는 전국적인 정치연합을 복원하느냐가 관건이면서 전환점이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즉, 분화 과정을 거치면서 거대 양당에 흡수되는 등 의제가 약화한 것을 문제라고 보고 이를 정치연합 복원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안세력으로서 희망이나 가능성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위기를 맞을지도 모르는 무대가 곧 이번 총선”이라며 “특히, 경남에서 존재감이나 영향력을 보이지 못한다면 전국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022년 11월 창원노동회관에서 경남 진보정당 4당과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마련한 '진보정치 전망모색 공동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2022년 11월 창원노동회관에서 경남 진보정당 4당과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마련한 '진보정치 전망모색 공동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총선 발판 유기적 연대 중요 = 도내 진보정당은 노동계 등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각자 전환을 이뤄내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의당은 2020년 총선 때 기록한 정당득표율 수준까지 회복하고자 다시 출발선에 서겠다는 반응이다.

현재 유일하게 정의당 소속으로 총선 출마를 선언한 여영국 도당 위원장은 “비호감, 부정적 인상이 잔뜩 낀 정당이 아니라 기후위기 극복,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와 같은 거대 양당이 해결하지 못하는 진보정당만의 기치를 분명히 내세운다면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에서 회복하고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실적으로 다소 어렵지만 김해, 양산, 거제 등 대도시 중심으로 후보를 추가해 총선에서 도약하려는 구상이다.

정의당에 견줘 진보당은 출마자 수에서는 앞섰지만 결국 국회의원 당선이라는 결괏값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박봉열 진보당 도당 위원장은 “다른 정당은 공천 등 이유로 선거구 활동이 아직 활발하지 않은데 진보당은 긴 시간 준비하고 활동해오고 있어서 설 연휴 전후로 인지도가 더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도 “진보정당이 힘이 없다면 거대 양당 구도 타파를 비롯한 민생정치 등 개혁적 과제 해결은 어렵기에 국회의원을 꼭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보정치가 전환하려면 정당제도 변화를 발판 삼아 유기적 연대를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장규 노동당 도당 위원장은 “기후위기, 지방소멸 등 문제를 각자도생이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바탕이 필요하지만 그간 진보정치 경험에서 이합집산이 반복됐다”며 “평소에는 자유롭게 각자 의제로 활동하되, 선거 때는 연합정당으로 후보를 내는 식으로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환석 기자

◇ 진보정치 현주소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96만 표를 얻었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2명 등 10명을 배출해 첫 원내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장외에 있던 진보정당이 원내 3당으로 올라선 역사적인 변화였다.

이후 민주노동당이 정파 대립으로 분열하면서 진보정당은 부침을 겪으면서 축소돼왔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야권연대로 늘어난 지역구 의석 덕에 13석을 확보했던 통합진보당은 당내 갈등으로 쪼개진 뒤 2014년 헌법재판소 위헌정당 결정으로 해산됐다. 19대 총선 때도 지역구 7석, 비례 6석으로 최다 의석을 기록했었지만, 국민참여당 출신을 제외하면 진보진영 의석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통합진보당에서 혁신파가 주도해 2012년 창당한 정의당이 2016년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2석, 비례 4석을 얻었다. 그러나 노동진영에서 전면적인 지지가 없었고 야권연대가 봉쇄돼 진보정당 전성기를 회복하리라는 기대와 달리 얻은 것은 적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연대 없이 9.67%(269만 표) 정당 득표로 2004년 총선 때 민주노동당이 얻은 277만 표에 근접했지만, 지역구에서 심상정(경기 고양시 갑) 의원만 살아남는 등 6석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2017년 창당한 진보당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보다 더 많은 당선자를 내고 지난해 재보궐선거에서는 전주 을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해 원내정당에 입성하는 성과를 내 주목을 받았었다.

4.10 총선을 앞두고 경남지역 정의당과 진보당 온도 차가 극명한 배경이다. 도내 예비후보자 7명이 등록한 진보당 도당은 한껏 기세가 오른 모습이다. 정의당은 지역 조직력, 당 정치력, 정책 역량에서 쇠퇴한 영향으로 예비후보자 등록은 1명뿐이다.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