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고요한 새벽에 바삐 움직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두꺼운 옷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영하의 추위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들은 움츠린 어깨를 펴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들에게는 책임져야 할 가족과 이들을 기다리는 고객, 국민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바라는 새해는 어떤 세상일까요.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새해 소망을 함께 나눕니다. 

 

유길엽(73) 건물 청소 노동자 

20년 가까이 청소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기산아파트 상가 건물을 청소합니다. 주 5일에 하루 6시간 일합니다. 최근에는 허리를 다쳐 복대를 차고 있지만 이 나이 먹고 밖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무릎도 쑤시고 관절이란 관절은 다 아프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내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니 기쁜 마음으로 일합니다.

청소일은 몸에 익어 그런지 그렇게 고단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딸만 다섯인데 지금은 셋째랑 같이 살고 있습니다. 배우자는 10년 전쯤에 먼저 떠났습니다. 셋째는 장애가 있어 제가 보살핍니다. 목돈을 모을 수는 없어도 지금처럼 제가 번 돈으로 둘이 오순도순 사는 게 좋습니다.

당장 특별하게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지금처럼 평탄한 나날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힘닿는 때까지는 청소일을 할 생각입니다. 

 

쯔엉 안 코아(36) 베트남 이주 노동자

저는 진주에 있는 중장비 부품 제조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17일이면 한국에서 일한 지 딱 16년이네요. 이곳에서는 2016년부터 일하고 있습니다.

비전문취업비자 E-9로 일하다가 현재는 숙련공에게 주는 E-7 비자를 취득했습니다. 체류기간 제한이 없고요. 가족도 초청해서 함께 살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할 때 베트남에서 고등학교 동창 아내와 결혼을 했고요. 딸 하나 아들 하나 있습니다. 큰아이는 베트남에서 태어났고 작은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내는 지금 한국에서 같이 살고 있는데 두 아이는 베트남에서 누나가 키우고 있습니다.

아내가 지금 갑상선암으로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가족이 떨어져 지내요. 한 달에 2주 아침 8시 반까지 하는 야간근무를 하면 270만 원 정도 월급을 받는데 100만 원을 베트남에 보내고 나머지로 아내 병원비와 생활비를 쓰려니 팍팍하기는 해요. 그래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데다 베트남에 있을 때보다 치료가 잘되고 있어 다행입니다. 2월에 CT를 찍기로 했는데 결과가 좋으면 약을 안 먹어도 된대요. 새해에는 아내가 건강해져서 가족이 함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서보배(24)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생활비 충당 명목으로 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데, 대학교 합격 이후 국외에서 활용할 자금을 저축하려고요.

아르바이트 시간대는 새벽, 주간 등 다양해요. 주거지 인근 편의점이라 새벽 시간은 동네가 조용해 손님이 많이 오시는 편은 아니에요.

계산대를 지키다 보면 다양한 손님들이 오셔요. 새벽 시간대는 주취객도 있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가는 손님도 있어서 즐거울 때도 버거울 때도 있어요.

2024년에는 외국 유학길에 꼭 오르고 싶어요. 제 대학 전공이 인문계열인데, 인문계열 대학생은 외국 유학길을 오르는 데 제약이 좀 있더라고요. 외국 대학 중 애초에 인문계열 전공은 유학생으로 받지 않는 곳도 있어서 조금은 좌절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좁은 바늘구멍을 지나 올해는 꼭 바라는 바를 이뤄내서 인문계열 전공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어요.

편의점 교육받을 때 원래 인터뷰 요청 들어오면 응하지 말라고 배웠는데, 제 개인적인 내용은 해도 되겠죠? 올해는 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꿈꾸고 목표한 바를 꼭 이뤘으면 좋겠어요.

 

김점숙(66) 마산어시장 상인

올해 시장 경기가 예전 같지 않아 많이 힘들었죠. 대형상점이 많이 들어선 타격도 있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문에 더 그런 것도 있어요. 손님이 예년보다 60%는 줄어들었을까요. 

새해 상인 소원이라면 장사 잘되는 것밖에 더 있을까요? 그렇게 되면, 옆에 있는 우리 사장님하고 어디 여행도 좀 다녀봤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저 멀리 페루에 있는 마추픽추에 가보고 싶어요. 산꼭대기에 있는 옛날 도시 있잖아요.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정글의 법칙>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고 그랬는데, 올해는 TV에서 그런 걸 다시 해줬으면 해요. 정치인들이 나오면 염증이 나거든요. 

개인적으로 바라는 건 우리 아들이 어서 장가를 갔으면 좋겠어요. 자기는 안 간다고 하는데, 저는 며느리도 보고 싶고, 손주도 보고 싶고 그러네요. 아참, 아가씨 때부터 친한 친구가 있는데 따뜻한 남쪽 나라로 이사를 와주면 좋겠어요. 

"옥령아! 나한테 뭐 보내줄 생각하지 말고 내가 보내주는 생선 잘 받아먹어! 건강해!"

 

이채헌(41) 양산소방서 소방장

구급대원으로 10년째 일해 왔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에 직면하는 사람을 보는 일이 여전히 힘듭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젊은 가장이 돌아가셨을 때 더 안타까운 마음이 와 닿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응급상황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소방관 역시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소방관마다 역량을 강화하려면 올해 좀더 세분화하고 전문적인 교육 기회가 늘어났으면 합니다. 경력이 쌓이면서 현장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도 쌓이기 마련인데 선배에게 현장에서 실무에 도움이 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할 때 구급대원 능력치가 현장에서 올라가고 오롯이 국민에게 혜택을 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조건 나 대학병원 가야 해'라는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응급환자를 병원에 이송하다 보면 비응급 환자가 누워 있고 진짜 필요한 응급환자 처치가 늦어지는 사례를 보곤 합니다. 때론 배탈 정도로 구급차를 택시처럼 이용하는 사람도 있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응급환자가 '우리 가족'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두 안전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갑시다. 

 

임혜린(22) 취업준비생

저는 경남대학교 경영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현재는 은행에 입사하는 걸 목표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취업준비생으로 살다 보면 세상이 저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많다고 느껴져요. 기업은 보통 스펙이 높은 걸 선호해요. 우리는 아직 어리고 사회 경험이 거의 없는데, 시작부터 할 줄 아는 게 많아야 하는 거죠. 그걸 충족하는 게 쉽진 않네요. 항상 다른 지원자에 비해 부족한 것 같은 불안감을 느껴요. 졸업하고 바로 취직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도 버겁죠.

은행에서 일하는 아는 언니 얘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남녀 간 차별이 있는 것 같아요. 승진도 불리하고, 실제로 여자니까 커피 타오라는 말을 듣기도 하다더라고요. 그런 경험담을 들으면 아직 취업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답답하고 걱정돼요. 제가 입사하기 전에 이런 직장 문화가 개선되면 좋겠어요.

저와 같은 청년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주축이 될 거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취업 단계부터 너무 많은 좌절을 겪는 것 같아요. 국가 차원에서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같은 지원 정책이 많아졌으면 해요. 그런 정책들을 청년들이 더 잘 알 수 있도록 홍보도 잘되면 좋겠어요.

 

이태겸(42) 크레인 건설노동자

2006년부터 일을 했습니다. 크레인을 사서 주로 창원에 있는 공사장에 다녔습니다. 그동안 현장에 다니면서 임금체불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못 받은 돈만 2000만 원 정도 됩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닙니다. 현장에서 돈을 못 받은 사람이 많습니다. 일을 안 한 것도 아닌데도 그래요. 돈을 안 주는 사람들이 꼭 있더라고요.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는 많이 나아졌습니다만, 예나 지금이나 현장 상황이 다르지 않은 지점도 있지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나니 체불 빈도가 크게 줄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경남지역 공사 현장 곳곳에서는 여전히 체불이 일어나고 있어요. 민간 공사에서만 그런 게 아니에요. 관급 공사에서도 체불이 발생합니다. 요즘에는 김해교육지원청 공사 관련 체불 건이 하나 있습니다. 몇천만 원씩 돈을 못 받았다고 하니 문제가 커요. 건설 노동자를 힘 빠지게 하는 이런 현실부터 바뀌기를 바랍니다. 올해는 일하고도 돈을 못 받는 노동자들이 없어야겠습니다. 실컷 일했는데 급여를 받지 못하면 안 되잖아요. 이제 돈 떼이는 일이 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가장 큰 바람입니다.

 

전경아(52) 진해고등학교 조리사

진해고는 기숙사형 학교라서 조리사 2명이 교대 근무를 합니다. 오전 조리사는 새벽 5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근무로 기숙사생 아침 급식 준비와 배식, 음식재료 검수와 중식 조리 업무를 담당합니다. 석식 조리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근무로 중식 배식 준비와 배식, 석식 재료 준비와 석식 조리·배식 업무를 담당합니다.

격주로 교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1식(점심)에서 11년, 지금과 같은 3식(아침·점심·저녁)에서 2년째 근무 중입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하는 부담감, 격주 교대 근무이다 보니 생활 리듬이 불규칙한 것이 가장 힘들지만, 제 아들 같은 학생들에게 질 좋고 균형 잡힌 식단으로 식사를 준비하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힘듦을 잊을 만큼 보람된 순간입니다.

급식소를 지은 지 오래돼 올해는 시설·구조가 개선이 되면 좋겠습니다. 또 급식소 근무자들이 경력자보다는 신규 근무자가 발령받아 배치되는데, 짧은 시간에 조식이 진행되다 보니 경력자들의 전보 신청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박정훈(43) 간호사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며 보건의료 분야가 여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습니다. 칭찬과 격려도 많이 받았지만, 몇몇 문제점도 제기되었습니다. 특히 의료인력 부족은 간호사로서 크게 다가온 부분이었습니다. 엔데믹이 선언되고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병원에는 여전히 환자로 가득합니다. 더 나은 보건의료 서비스는 특정 직군의 희생이 아닌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특히 보건의료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고요.

간호사다 보니 아무래도 병에 따른 고통이나 죽음을 바로 옆에서 겪으며 마음이 우울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럴 때면 신생아실을 기웃거리는데요. 이곳은 병원에 입원해도 축하받는 거의 유일한 곳입니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웃을 기회가 잘 없지만 이곳은 행복한 미소가 가득해 위로를 받습니다. 요즘 출산율이 최저라고 걱정들이 많습니다. 저도 걱정입니다. 놀이터나 주위에서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어요. 양육이라고 하면 고생이나 걱정보다 기쁨과 행복이 먼저 떠오르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잘 크고 자랄 수 있는 사회 환경과 좋은 제도가 꼭 필요하겠죠. 올해는 총선이 있는 해이니 이런 제 생각을 표에 담아 보려 합니다.

 

 

금동건(62) 환경미화원

새벽 4시에 눈을 뜹니다. 일터에서 업무는 오전 5시에 시작이지요. 1997년부터 환경미화원으로 일했는데, 그동안 수많은 일을 했지만 이만한 일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손길 발길이 닿으면 세상이 환하게 깨끗해지니 이보다 보람있는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일하면서 힘든 점은 일회용품, 그중에서도 먹다 남은 음료가 담긴 플라스틱 컵을 수백 수천 개를 치울 때입니다. 자기 컵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가장 반갑고, 남은 음식물을 비우고 한 번이라도 헹궈서 내놓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지난해 저의 여섯 번째 시집이 나왔습니다. 제 이름 앞 두 글자를 딴 '금동문학회'는 누구나 함께 시인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지요. 저를 통해 평범한 이웃들이 등단했을 때 가장 뿌듯합니다.

 

민순홍( 41) 창원 시내버스 기사

저는 창원 시내버스 운행 1년 4개월 차 신출내기 기사입니다. 신양여객 소속이고요. 평범한 직장을 12년 다녔습니다. 셋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직업을 갈아탔어요. 돈을 더 벌어야했거든요. 근무는 오전·오후반으로 나뉘어요. 한 주는 오전반, 그다음 주는 오후반으로 일하죠. 새벽 7시 이전에 출발하는 오전반 근무 때는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잠을 푹 못자기도 해요.

그래도 저는 버스기사라는 직업이 좋아요. 원래도 사람 구경하는 걸 좋아해요. 이 안에서 웃긴 일도 많고, 짜증나는 일도 많아요. 복작복작하거든요. 아직 일한지 1년밖에 안 됐는데도 별별 일을 다 겪었답니다. 그자체가 재밌죠. 짜증나는 일도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게 또 이야깃거리가 되고요. 선배 기사님들과 이런 일 저런 일 서로 이야기하다보면 스트레스도 풀려요. 버스를 운전하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을 해요. 제가 한 직장에 12년을 다니다가 버스기사의 길로 환승했잖아요. 요즘 버스가 환승 체계가 잘 돼 있거든요. 뭔가 인생에도 '환승'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요. 

 

심홍규(60) 농민

농촌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농촌지역에서는 농번기와 수확기 특수 작물재배에 일손 부족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마을에서 일할 만한 젊은이를 찾아보기 어렵고 고령의 어르신들만 남았으니 팍팍한 게 현실이죠.

이제 농촌은 외국인 노동자가 농사를 짓는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농업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려면 외국인 노동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 인력이 늘어난다 해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노동력을 공급받기 쉽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노동이 필요한 축산이나 시설재배와는 달리, 일반 작물재배는 농번기와 수확기에만 일손이 필요해 '고용허가제'를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설상가상으로 3개월 이상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 '계절근로자제'는 영세한 농가나 일시적으로 노동력이 필요한 농가에는 무용지물입니다. 

영세 소농 구조하에서 농민만의 노력으로는 농촌 일손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농촌 일손 부족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농촌을 살리는 청년층 유입 정책 추진도 한시적 지원이 아닌 농업 구조의 변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일손 걱정 없이 부농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새해가 되길 희망합니다.

 

공우철( 62) 신문보급소 소장

경기 회복 기미가 안 보이네요. 코로나 이겨내고 바깥 활동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창원시 상남센터가 있는 신월동 인근만 봐도 장사가 안돼요. 식당은 하루에 손님이 한두 테이블뿐이에요. 그러니 신문보급 사정도 안 좋지요. 신문 구독을 중단하겠다는 식당 사장님께 조금만 더 봐달라는 사정을 못하겠어요.

신문센터 자체도 운영이 어렵죠. 인건비가 오르니 배달비가 부담되죠. 원래 배달은 신문이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게 배달되니, 배달원이 신문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신문에 우리 같은 사람들 이야기가 많다면 어떨까 생각해봐요. 자영업자 말이에요. 인쇄를 마친 신문이 도착하면 1면 머리기사가 보이잖아요. 대부분 장의 말이에요. 단체장이나 사장의 말. 서민이 먹고사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워요.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라며 사회와 경제가 빠르게 변하다 보니 서민은 등한시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마산 창동 한 칼국숫집에 손님이 많았어요. 주인장이 매일 시를 적어 걸었거든요. 신문을 안 본다고 탓할 게 아니라 자영업자가 알면 좋은 기사, 주변에서 봉사하는 이웃 이야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삶을 주목하면 일부러라도 찾아서 보죠. 매일 대통령 입만 따라가는 기사 말고요. 

 

최진현(40)  CJ대한통운 택배기사

2년 근무 요즘에는 많이 나아졌어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분류 도우미가 없어서 택배기사가 직접 분류 작업을 해야 했거든요. 그렇다 보니 오전 6시 30분이나 오전 7시부터 출근해서 분류 작업을 했었지요. 다행히 지난해 택배기사들이 총파업을 하고 나서 CJ대한통운과 사회적 합의를 성사한 덕에 지금은 분류 도우미가 있어서 일이 수월해졌어요. 

올해 바람이 있다면 쉬는 날이 생기면 좋겠어요. 가족들과 놀러 가고 싶어도 택배기사는 월차가 없어서 그러기도 어려워요. 저한테는 10살, 12살 아이가 있거든요. 쉬는 날이 생겨서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CJ대한통운이랑 단체협약을 맺어야 해요. 계속 시도하고는 있는데, CJ대한통운이 단체협약에 나서지 않고 있어요. 단체협약이 가능해지면 그 안에서 월차나 쉬는 날도 협의할 수 있게 되겠지요. 지난해 법원에서 CJ대한통운이 사용자라는 1심 판결이 나왔어요. CJ대한통운이 항소하면서 다시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요. 만일 항소심에서도 우리가 이긴다면 단체협약을 맺을 시간이 더 당겨지지 않을까 싶어요.

 

이기명(66) 굴 양식 어민

저는 굴 양식업을 30년 넘게 하고 있습니다. 한평생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됐죠. 굴 양식은 지금 제일 바쁜 철입니다.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서 어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어민들은 지난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로 걱정을 많이 했죠. 굴은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습니다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바다 환경은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플랑크톤 같은 바다 생물 먹이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어장 면적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자기 욕심만 부리다간 다 죽습니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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