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오섭 정무수석 협상자로 정해놓고
22일 오후 3시 만남 일방 취소 한 뒤
새 수석으로 홍철호 전 국회의원 발표
야권 "태도 여전, 국민 호통 안 들리나"
"야권 소통? 내부 소통부터 강화하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 실무협의가 무산됐다. 22일 오후 3시 예정된 한오섭 정무수석과 천준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 간 실무협의는 대통령실이 같은 시각 신임 정무수석으로 홍철호 전 국회의원 임명을 발표하면서 틀어졌다.
권혁기 민주당 대표실 정무기획실장은 이날 기자단에 영수회담 실무 협의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앞서 천 의원과 한 수석이 이날 오후 서울 모처에서 만나 영수회담 의제 조율에 나설 예정이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일방적으로 취소 사실을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권 실장은 “오늘 오후 3시 천 비서실장과 대통령실 정무수석 준비 회동이 예정돼 있었다”며 “그런데 오늘 정진석 비서실장 임명 후 천 실장에게 한 수석이 연락해와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수석급 교체 예정이라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후 이날 오후 3시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 임명을 발표했다. 수석급 교체 대상이 협상 상대자인 정무수석이었던 셈이다.
협상자로 한 정무수석을 보내기로 하고는 새 정무수석 선임을 발표해 일방적으로 파트너를 바꾼 대통령실 태도에 비판이 제기된다. 권 실장은 “총선 민심을 받드는 중요한 회담을 준비하는 회동을 이렇게 미숙하게 처리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신임 홍 정무수석이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영수회담 실무 작업을 맡게 됐다. 홍 수석은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에서 영수회담 사전 논의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 불만을 나타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을 받았다. 홍 수석은 “반나절 차이”라며 “오늘 (민주당 측에) 연락을 드려서 내일 바로 연결성을 갖고 천 비서실장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임명 직후 한 수석이 천 실장에게 수석 교체 양해를 구하고 약속을 취소했다”고도 설명했다. 홍 수석이 말한 ‘반나절 차이’는 이날 오후에서 다음 날 오전으로 넘어간 일정 관련 판단으로 여겨진다.
추후 실무 협상 일정은 정해진 게 없다. 권 실장은 “다음 회동 일정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홍 수석은 영수회담 의제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제가 준비된 게 하나도 없어 죄송하다”면서 “그 답변은 천 실장과 1차로 한 번 뵙고 나서 다음에 (하겠다). 그쪽에서 어떤 말씀을 하실지조차 모르는데 제가 답변 드리기가 좀 어렵다”고 했다.
첫 실무협의 무산 원인을 만든 대통령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민정 녹색정의당 대변인은 “아무리 국민의 매서운 심판에 놀라 급조한 영수회담이라지만 실무 논의부터 삐걱거리는 대통령실의 안일함과 무능을 보자니 참으로 답답하다”며 “오전에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 얘기를 들어보려 초청이 이뤄졌다 하고, 오후에 실무진은 실무 논의를 취소하는 걸 보니 대통령실은 야권 소통보다 내부 소통 강화가 시급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지금 영수회담 실무 회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할 처지냐. 당장 소통과 협치로 국정을 운영하라는 국민 호통이 들리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진석 비서실장과 마찬가지로 홍 정무수석 임명을 직접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인 전에 먼저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라며 “제가 당의 여러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니 소통과 친화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해서 추천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자수성가 사업가로서 어떤 민생현장 목소리도 잘 경청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수석은 치킨 가맹점 ‘굽네치킨’을 창업해 이끈 사업가 출신으로, 경기 김포 을에서 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2대 총선에서는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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