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솎아내야 작황 좋아지는 농사처럼
구태 정치 캐내고 새 인재 키우는 총선을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는 이 당이, 저 지역에서는 저 당이 앞서느니 뒤서느니 연일 뉴스가 국회의원 선거로 들썩이고 있다. 어느 정당,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설문조사로 휴대전화가 뜨겁다.

그럼에도 나는 밭을 뒤엎고, 퇴비를 뿌리고, 밭고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워 모종을 심거나 씨를 뿌린다. 농사보다 정직한 것은 없다는 농군의 신념이 틀리지 않음을 몸소 체험하기 때문이다. 땀 흘려 일한 만큼 수확을 하고, 비록 푸성귀지만 농사지은 것으로 맛난 식사를 할 수 있으니 이것만큼 보람된 일도 극히 드물다.

한정된 재화 탓에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누구나 땀 흘려 일한 만큼 수확을 하고, 풍년이면 하늘이 그저 고맙고, 흉년이면 체념보다는 겸손함으로 하늘의 뜻을 감내하면서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니 농사보다 희망적인 일이 어디에 또 있으랴.

밭에 갈 때는 삽과 쇠스랑이 나의 유일한 무기다. 올해는 감자도 심고, 상추며 봄배추도 좀 심었고, 강낭콩도 더러 심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의도치 않게 전혀 새로운 싹이 올라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지난해에 심었던 들깨가 나 모르는 사이 씨를 뿌려 밭둑에 들깨 싹이 무성하거나 새로 심은 농작물과 함께 비닐을 비집고 올라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농작물의 작황이 좋을 리 없어 새로 자란 들깨를 전부 뽑아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힘들게 월동하여 봄에 꽃을 피우고 씨를 부리려고 준비하던 들깨는 자신이 파내어질 때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뽑히는 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농사꾼이 모종을 심거나 새로운 씨를 뿌린다는 것은 풀의 입장으로서는 외래종이 밭의 터줏대감인 자신을 못살게 구는 행위가 아닐 수 없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으리라. 그러나 농군의 입장으로서는 김을 매지 않고는 작물을 심을 수가 없으니 풀은 그저 방해꾼일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풀이 무성하면 아무리 생명력이 좋은 작물이라도 배겨내지 못한다. 작물도 그러하다. 같은 작물을 연작하게 되면 작황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어 농군은 매년 돌아가며 다른 작물을 심게 되는 것이다.

세상 일이 농사와 다르지 않으며 국회의원 공천도 이와 같다. 새롭고 참신한 인재를 발굴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법안을 만들고, 국가를 경영하게 해야 구태의연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농사일처럼 의도치 않게 지난날의 구태의연한 망언이 난무하는 등 수준 이하의 인물이 나와서 국민을 실망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자들을 솎아내는 것도 전통적 정당 지지를 떠나 국가 미래를 위한 국민의 일이다.

그러니 국민은 농사를 짓는 농군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공공연하게 표밭을 가꾼다고 말하지만, 실로 건방진 망언이다. 실질적으로 밭은 국회고, 작물은 각자의 의원들이니, 그 밭과 작물을 만들고 가꾸는 주체가 유권자인 국민이라는 농군인 것이다.

국민 개개인이 잡초 같은 구태 정치인을 캐내고 솎아내는 주체이다. 새로운 작물을 심듯 신진의 인재를 키우고 길러 국민을 섬기게 하고 국가에 이바지하도록 만드는 주체가 아닐 수 있겠는가. 그러니 이번 총선의 투표 농사는 지지하는 정당을 떠나 좀 더 신중하게 인재를 발굴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도정 승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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