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토론회서 항공MRO 산업 진흥 의지
산업 선점 사천시 발표에 놀라 진화 '진땀'
"지역 주민 원하는 곳 케이블카 추가 건설"
'전국 명산 국유림 가능'에 유치 경쟁 촉발
산청, 함양, 남원, 구례 지리산권 찬반 갈등
환경단체 반발 더해 지역공동체 훼손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을 순회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시도별 주력산업과 관련해 세심한 검토 없이 약속을 남발해 지역 간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민생토론회에서 항공기 개조·정비(MRO) 산업을 육성할 첨단복합항공단지 조성, 강원에서 발표한 케이블카 추가 건설 계획 등을 들 수 있다.

항공MRO 사업은 항공산업이 집적된 사천시가 선점한 영역이다. 정부는 2017년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항공MRO 사업자로 선정했다. KAI는 MRO를 담당하는 자회사 한국항공서비스(KAEMS)도 설립했고, 경남도와 사천시는 1759억 원을 들여 사천읍에 항공MRO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인천 민생토론회에서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신항공 생태계’를 구축해 세계적 정비·관광 수요를 더욱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싱가포르 등 항공 강국과 같은 수준의 항공기 개조·정비산업을 육성하고자 2026년 2월까지 인천공항에 첨단복합항공단지를 조성해 MRO산업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입주기업에 최대 15년간 취득세·재산세 전면 감면 등 특전을 제공하고, B777 대형기 개조와 B747 화물기 중정비 사업도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인천광역시청에서 '대한민국 관문 도시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천'을 주제로 열린 열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인천광역시청에서 '대한민국 관문 도시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천'을 주제로 열린 열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되면 그동안 항공MRO 사천-인천 양분에 따른 경쟁력 약화 우려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 사천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13일 사천 KAI에서 열린 ‘대한민국 우주산업 클러스터 출범식’ 윤 대통령 참석을 앞두고 정부의 ‘이중적 태도’로 시민 사이에 부정적인 여론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사천시는 이 같은 지적에 “애초 MRO 관련 정부 정책 방향이 사천과 인천 두 지역을 특화 육성하는 것이었기에 달라지는 부분이 없다”고 진화했다. 2021년 국토교통부가 ‘MRO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했을 당시 지역 맞춤형 지원으로 산업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로 한 점도 덧붙였다. 사천은 기체 중정비와 군수, 인천은 국외 복합 MRO 업체 유치로 지역별 특화 육성을 유도한다는 게 정부 복안이라는 설명이었다.

시가 크게 반발해 온 인천국제공항공사 관련 개정법들이 대안 반영되면서 사천 MRO산업 지속 성장과 활력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점을 알리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인천공항 항공기정비업·항공기취급업 직접 수행 관련 내용 반영 없이 인천국제공항과 연계된 도로 관리·운영 사업과 인천국제공항 주변 지역 개발사업만 반영하는 것으로 공포된 점도 강조했다.

정부 발표에 사천시가 해명에 진땀을 뺀 셈이다. 사천지역 경제계 인사는 “대통령실이 민생토론회 내용을 지역별 상황을 고려해 세심하게 조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강원 민생토론회에서 “지역주민이 원하는 곳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더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착공도 하지 않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경제 효과 추정치 1300억 원을 언급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산림청이 뽑은 100대 명산 중 무려 24개가 강원도에 있는데 국유림이 절반 이상이라 이용이 쉽지 않다”며 “강원도 산림자원이 관광산업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도가 지정하는 산림 이용 진흥지구에 포함된 국유림도 산림관광열차, 야영장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지난해 7월 24일 산청군청 앞에서 열린 지리산케이블카 반대 산청주민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사업을 추진 중인 산청군을 규탄하며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산청주민대책위
지난해 7월 24일 산청군청 앞에서 열린 지리산케이블카 반대 산청주민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사업을 추진 중인 산청군을 규탄하며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산청주민대책위

강원도를 특정했지만 국유림 내 관광 시설 설치 규제 완화는 1호 국립공원 지리산을 비롯한 전국 명산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전국에 케이블카 건설을 대폭 허용하겠다는 태도를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지리산권 경남 산청군·하동군·함양군과 전북 남원시·전남 구례군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두고 오래전부터 찬반 갈등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 의지대로면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경쟁이 더 심화하게 된다. 이는 또한 5개 시군 모두 케이블카를 놓을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일이다.

㈔녹색교통운동은 “2022년 기준 전국에 설치된 관광용 케이블카는 총 41대”라며 “대부분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영 케이블카는 코로나19 이후로 이용객이 줄어 적자다. 사천 바다케이블카도 2018년 개통 당시에는 흑자를 냈으나, 이후 이용객이 줄어 2020년 40억 원 손실을 봤다.

녹색교통운동은 “2019~2023년 5년 새 케이블카 17개가 설치됐으나 최근 개장 시설은 초기 1년 반짝 특수도 없이 바로 적자를 기록했다”며 “전국에 마구잡이로 설치된 케이블카는 경쟁력 없는 관광 자원으로 전락한 데다, 지역 경제 활성화는커녕 재정 부담만 키우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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