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정책 재론, 추가·보완 수준
민생과 동떨어진 주제와 무분별한 약속
토론과 맞지 않는 내용과 형식도 문제점
'선거 개입' 시선에서도 자유롭지 못 해

‘총선용 선거 개입’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가 21일 창원에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 하에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 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제목으로 전체 열네 번째, 비수도권에서 네 번째 개최됐다. 이날 윤 대통령은 경남에 ‘소형모듈원자로(SMR) 클러스터’·‘50년 된 창원국가산업단지 문화융복합 새 단장’(창원), ‘기업혁신파크’(거제), ‘남부권 광역관광개발(남해안 시군) 적극 지원’등을 담은 말 보따리를 놓고 갔다. 이는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해 오던 기존 정책들 재탕 발표에 지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전임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원자력발전 산업을 진흥하고자 금융·수출 관련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해오고 있다. 창원시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허성무 전 시장 때부터 ‘SMR 중심 원자력산업 육성 방안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하고, 홍남표 현 시장도 관련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최석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최석환 기자

창원국가산업단지 50주년 관련해서도 경남도와 창원시, 입주 기업들이 미래 50년 비전을 수립에 들어가 대전환의 발판 마련을 꾀하고 있다. 남부권 관역관광개발도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경남도·부산시·전남도가 공동 업무협약을 하고 이들 지역 국회의원들이 합심해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날 새로웠던 건 국토교통부 공모 사업인 기업혁신파크 조성을 처음으로 거제에 하기로 한 것뿐이다.

이 같은 기존 정책 재탕 발표는 앞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도 계속해 오고 있다. 지난달 15일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세 번째 행사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22조 원을 투자하고 정부는 세제 혜택과 전력 용수 등 기반 구축 인력 양성 등을 총력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지만 이는 지난해 3월 ‘국가첨단산업육성전략’ 발표 재탕이었다. 민생토론회로 이름 붙였지만 수원 행사 토론 첫 발언자로 나선 이우경 ASML 코리아 사장은 “윤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을) 매우 잘 알고 있어서 장관이 힘들겠다”고 말하고 다른 발언자도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등 ‘토론’과는 동떨어진 내용으로 채워졌다.

창원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도 SMR 클러스터 정책 발표로 큰 혜택이 예상되는 업체 대표 자녀가 첫 발언자로 나서 정부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등 ‘민생’과는 거리가 먼 내용으로 일관했다.

이 같은 민생토론회 방식을 두고 민주당은  “수많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일을 추진한 대통령의 대단한 치적을 알리는 홍보쇼”라고 비판을 제기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제로 열린 열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제로 열린 열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재탕 발표 함께 내용도 문제다. 지난 13일 비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열린 부산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지역 최대 현안을 비롯해 부산어린이병원·사직야구장과 구덕운동장 등 노후 지역 스포츠 시설 재개발 지원을 약속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발표할 만한 총선 공약을 대통령이 대신하고 갔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1일 울산 민생토론회에서 창원을 염두에 둔 환경영향평가 1·2등급지를 포함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 완화 발표 관련 시선도 곱지 못하다. 야권에서는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기후위기를 앞당길 수밖에 없는 위기를 스스로 가져오는 상황을 부를 것”이라면서 “무분별한 그린벨트 해제는 지역발전을 물론이고, 투기꾼과 토건 사업자 이익을 위해 악용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지적했다.

민생토론회를 두고 특히 ‘선거 개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약 이재명 도지사가 평소에 아무것도 안 하다가 선거철에 예를 들어 연천군에 가서 이걸 한다. 시흥시에 가서 저걸 한다고 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인가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저 같으면 구속됐을 거 같다”고 꼬집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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