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혼 금지 4촌 이내로 축소 검토
결혼 선택권 보장으로 관점 전환을

얼마 전 법무부가 8촌 이내는 결혼하지 못하도록 한 '근친혼인금지법'을 4촌 이내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현재 8촌 이내 혈족 사이 결혼은 민법 제809조 제1항에 따라 금지하고 있다. 또한 8촌 이내 혈족이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무효가 된다.

최근 근친혼인금지법 범위를 8촌에서 4촌으로 낮추자는 논의 배경은 2022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것이다. 2016년 ㄱ 씨와 ㄴ 씨는 국외에서 만나 결혼했고, 한국에 입국해 혼인신고를 하면서 본인들이 6촌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이유로 ㄴ 씨가 혼인 무효확인 소송을 함에 따라 혼인은 무효가 되었다. 이에 ㄱ 씨가 해당 민법이 개인 간 혼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고 2022년 헌법재판소가 8촌 이내 혼인 금지는 합헌이라고 판단했지만 이미 결혼한 경우 이를 무효로 하는 것은 가족제도 기능 유지라는 본래 입법 목적에 반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올해 연말까지 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성균관과 유림에서는 "인륜이 무너지고 족보가 엉망이 되고, 성씨 자체가 무의미해지게 될 것"이라며 "가족을 파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근친혼인금지법이 지금의 시대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8촌 이내 혼인을 금지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한과 한국뿐이라고 한다.

8촌은 고조할아버지 즉, 아버지의 증조할아버지(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같은 자손이다. 현실적으로 8촌을 만날 일은 거의 없고 만나더라도 서로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근친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먼 관계인 것이다. 물론, 8촌에 대한 친밀성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각자의 가족 문화, 인식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8촌이 상당히 가까운 사이일 수 있겠으나 누군가에게는 남과 같은 관계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근친혼인금지법 범위를 낮추자는 논의 핵심은 8촌 이내 혼인을 권장하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 모른 채 만났다가 결혼했는데 이후에 8촌 이내라는 이유로 혼인을 무효화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결혼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근친혼인금지법 범위를 8촌에서 4촌으로 낮추면 8촌 이내 근친 혼인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같은 이유로 현실적이지 않다. 8촌 이내가 가까운 사이로 친밀하게 지내는 사람들이라면 애초에 서로 간 결혼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며, 8촌 이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우연히 서로 만나 결혼을 선택할 가능성 또한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2005년 '동성동본 불혼제' 폐지 당시 비슷한 반대와 우려를 경험한 바 있다. 동성동본 불혼제 폐지로 인륜이 무너지고 가족이 파괴되는 일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의 청년 세대가 좋은 상대를 만나 교제하고, 결혼을 선택해 가정을 이루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어렵게 가정을 이룬 이들에게 8촌, 혹은 6촌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무효로 하는 것은 오히려 가족을 파괴하는 것은 아니겠는가?

현재 논의가 근친 혼인을 부추긴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결혼에 대한 개인 선택권을 보장하고 이미 형성된 가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김혜정 젠더N정책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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