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육감, 진해여중 건물 활용안 제시
늘봄·퇴직교원 자료 도서관·지혜의바다 등
학교용지 또는 건물매입 등 예산 확보 관건
도의회와 창원시·시의회 동의 여부도 주목

경남도교육청과 창원시가 견해차를 보이며 차질을 빚는 가칭 '진해통합중학교'(진해중·진해여중 통합) 신설 사업이 재개될지 주목된다. 애초 두 기관이 '진해통합중' 땅과 맞교환하는 진해여중 건물 철거를 두고 다른 의견을 나타내며 공사가 중지됐는데, 도교육청이 이 건물 활용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구체적으로 돌봄과 방과후 교육활동을 함께 제공하는 거점통합돌봄센터 '늘봄', 은퇴 교수·교사 교육자료 도서관, 지혜의바다 도서관 등이 언급됐다.

박종훈 교육감은 29일 간부공무원이 참석한 월요회의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진해여중을 우리가 새 학교 터와 맞교환해 창원시에 넘겨버리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며 "우리가 진해에서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다"고 운을 뗐다.

진해중·진해여중이 통합해 이전할 가칭 '진해통합중학교' 터. /경남도민일보 DB
진해중·진해여중이 통합해 이전할 가칭 '진해통합중학교' 터. /경남도민일보 DB
진해여자중학교 건물과 운동장. /경남도민일보 DB
진해여자중학교 건물과 운동장. /경남도민일보 DB

박 교육감은 몇 가지 공간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예를 들면 늘봄 진해도 충분히 그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겠고, 근래에 은퇴한 대학교수들이 귀중한 고급 자료들을 둘 곳이 없어 버린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해서 은퇴한 교수들, 또 학교에서 은퇴한 선생님들이 가지고 계신 귀하고 소중한 자료들을 보관하면서 이를 활용한 도서관, 또 우리 아이들과 퇴직한 선생님, 교수들이 함께하는 공간에 갈증이 좀 있었다"며 "그동안 폐교된 학교를 찾았는데 만약 우리가 진해여중을 가질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겠다. 그리고 체육관은 늘 우리가 해오던 대로 지혜의바다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현직 대학교수와 시민사회단체·기관장으로 구성된 가칭 '좋은 책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은 지난해 8월 기자회견을 열어 폐교 등을 많이 보유한 교육청이 나서서 공공헌책방이자 학생과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을 조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어 박 교육감은 애초 협약대로 진해여중과 '진해통합중' 터를 교환해 다시 진해여중 땅과 건물을 사들이거나, 아예 협약을 변경해 진해여중을 팔지 않고 '진해통합중' 터를 사들이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진해통합중' 터 매입에는 165억 원가량이 들 것으로 보이고, 진해여중을 사들이거나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일도 추가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박 교육감은 "진해여중과 새 진해통합중 터를 맞교환해 우리가 진해여중 매입 절차를 밟든지, 아니면 의회에서 절차를 수정하는 방법으로 진해여중을 팔지 않고 진해통합중 터를 매입하든지 절차는 창원시와 협의하면 큰 문제는 아닐 것 같다"면서 "하루빨리 진해통합중을 개교하고 싶고, 학부모들의 생각도 같을 것이다. 진해여중 공간을 우리가 잘 활용하는 모습도 내 임기 끝나기 전에 마칠 수 있으면 더 좋지 않겠느냐. 적극적으로 창원시와 이야기해 제대로 협의가 되도록 부서에서 한 번 더 챙겨 빨리 (진해통합중) 토지 사용 승낙이 나오도록 애써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박 교육감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어떤 직업을 가장 신뢰하느냐는 조사에서 우리 선생님들이 1등을 했다. 여전히 학생들은 학교 선생님을 87%로 가장 신뢰도가 높은 직업 집단으로 선택했다"며 "참고로 정치인은 23%밖에 못 받았다. 조사는 물론 선생님이라고 했지만, 교직원 전체를 신뢰한다고 해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박 교육감은 "여러 정부 정책이 나오고 있다. 가끔 우리 교육자치를 훼손하는 정책도 있어 썩 내키지 않은 것도 있지만, 함께해야 할 정책도 물론 있다"면서 "우리가 하던 정책과 조금 달라지는 내용이 있으면 학교에 충분히 설명해 혼선이 생기지 않게 하는 노력도 필요하고, 판단이 안 서는 부분은 빨리 부서끼리 또 국장이 중재해 업무 영역을 명확하게 정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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