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자 색소포니스트 한자리에
솔로·합주로 관객 귀 사로잡아
익숙한 음악, 재즈 편곡도 눈길
뻔하지 않은 이색 분위기 호평
"실력·노력 돋보인 연주 박수"

'8개의 숨결', 지난 21일 오후 7시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제14회 삼색 재즈콘서트' 무대에서 색다르고도 신선한 연주를 들려준 8명의 색소포니스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1000여 석의 1층 객석을 거의 메운 가운데 진행된 이날 공연은 테너, 바리톤, 소프라노, 알토 색소폰 음색과 4성부 음역의 매력을 양껏 뽐내며 관객의 환호와 박수를 흠뻑 받았다.

이날 무대는 재즈비평가 김현준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재즈라는 하나의 장르로 14회째 이어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김 비평가는 공연을 시작하면서 14회째라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 공연은 이제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여러분들이 잘 안다"며 "처음엔 몇 회나 갈까 싶었는데, 이제는 20이라는 숫자가 멀리 보이지만은 않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무대는 왼쪽에 피아노(오은혜)와 콘트라베이스(전창민), 드럼(신동진)이 자리 잡고 오른쪽으로 8명의 색소폰 주자가 자리를 잡았다. 색소폰 주자 중에서는 몇몇 곡을 작곡·편곡까지 한 남유선 색소포니스트가 연주뿐만 아니라 지휘도 맡았다.

경남도민일보 주최하고 창원시가 후원한 제14회 '창원 3색 재즈 콘서트'가  21일 오후 7시부터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김현준 재즈비평가 진행과 해설을 맡았으며 색소폰 연주자 남유선, 이용석, 신명섭, 송하철, 이삼수, 정재동, 김찬영, 이수정이 출연하고 보컬에는 도승은과 이지민, 피아노 오은혜, 콘트라베이스 전창민, 드럼 신동진이 콘서트를 풍성하게 장식했다. /김구연 기자

8명의 색소폰 연주자들이 한곳에 모여 연주를 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한다. 김 비평가는 "15년 전만 해도 꿈도 못 꿀 일"이라며 이는 "우리나라 연주자의 저변이 많이 두터워졌고 이런 편성에서 좋은 편곡과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갖춘 음악인들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콘서트는 피아니스트 오은혜가 랜디 뉴먼의 곡을 편곡한 'You've Got A Friend In Me'를 첫 곡으로 관객의 큰 박수와 함께 문을 열었다.

색소폰 주자들이 한 사람씩 일어서서 솔로 연주를 하고 나면 관객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이렇게 첫 곡이 끝나자 객석에선 환호와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마이크를 쥐고 몰비춤 조명 아래 선 김 비평가는 "처음부터 너무 힘내시면… 물론 즐기자곤 했지만"이라며 웃음을 주었다.

14회째 창원 삼색 재즈콘서트에서 공연을 기획한 김현준 재즈비평가가 해설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14회째 창원 삼색 재즈콘서트에서 공연을 기획한 김현준 재즈비평가가 해설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이렇게 바이올린으로부터 시작된 현악기 역사를 얘기하면서 바이올린 패밀리라고 하는데, 색소폰도 패밀리라는 표현을 써요. 클라리넷을 개발하다가 색소폰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인데, 대체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색소폰 소리는 4가지입니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우리가 노래할 때 4성부로 하는 것과 똑같아요. (패밀리라고 하는 것은) 이건 가족이 유전적으로 물려받기 때문에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이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그러고는 8명의 색소폰 연주자를 소개했다. "주로 바리톤을 연주할 정재동, 테너 색소폰을 전달할 이용석, 신명섭, 그리고 뒷줄 왼쪽엔 바리톤 색소폰 김찬영, 앞줄로 와서 첫 곡에선 클라리넷을 연주했지만, 나머지 곡에선 대부분 소프라노를 연주할 송하철, 한국에서 알토 색소폰을 얘기할 때 빼면 안 되는 이수정, 김해 공연을 가면 특별히 소개하는 이삼수, 마지막으로 오늘 지휘를 하기 위해 앞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소프라노와 알토 색소폰을 연주하고 오늘 공연의 여러 곡을 편곡한 한국 재즈계의 탁월한 리더 남유선."

두 번째 곡은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로 해석되는 바흐의 칸타타 곡이다. 이것을 남유선 씨가 편곡했다. 바흐의 칸타타 곡들은 워낙 좋은 멜로디가 많고 많이 연주된 곡이어서 귀에 익숙한데 이것을 재즈 스타일로 편곡해서 그런지 낯선 느낌이 다분히 들었다. 여기에다 색소폰들의 제각각 솔로가 중간에 들어가면서 재즈 공연의 분위기를 힘껏 돋우었다.

21일 오후 7시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1층 1000여 석을 거의 메운 상태에서 진행된 창원 삼색 재즈콘서트 공연 모습./김구연 기자
21일 오후 7시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1층 1000여 석을 거의 메운 상태에서 진행된 창원 삼색 재즈콘서트 공연 모습./김구연 기자

두 번째 연주가 끝나자 김 비평가는 "오늘 공연은 좀 길어질 것 같다"며 웃음을 주고 솔로 연주에 관해 설명했다. "신명섭, 이수정, 송하철 씨 세 분이 돌아가며 솔로를 했는데, 솔로는 온전히 그들의 영역이어서 작곡, 편곡자가 전혀 터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고 그게 신뢰인 거죠. 그래서 누가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곡의 분위기가 좌우되기도 해요. 속된 표현으로 신명섭 씨가 먼저 후배들에게 싸움을 걸었고 나머지 후배들은 절대로 지지 않는다…. 재즈에선 이런 식의 싸움이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김 비평가의 꼼꼼하고도 재미있는 해설로 연주는 이어졌다. 공연이 중반으로 흐르면서 도승은과 이지민의 보컬 연주가 펼쳐졌다. 조용필의 노래로 익숙한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와  두 보컬이 색소폰 연주에 스캣(구음)으로 들어가는 'Good Bait', 그리고 장필순이 불렀던 '혼자만의 여행'이 차례로 연주됐다.

색소포니스트 남유선 씨가 연주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색소포니스트 남유선 씨가 연주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이어진 곡은 스티비 원더의 대표곡 중 하나로 유명한 'Superstition'으로 경쾌한 리듬과 멜로디로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객석은 그렇게 재즈 분위기로 물들어갔고 '공식적인' 마지막 곡 슈베르트 원곡 'Nacht Und Traume(밤과 꿈)'가 연주되었다. 김 비평가의 설명대로 이 곡은 감미로우면서도 강렬한 연주로 밤의 사색, 꿈과 성취를 다분히 느끼게 하였다. 앙코르곡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송'을 편곡한 곡으로 관객들이 즐거움을 가득 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서게 했다.

공연을 마치고 공연장 로비에서 몇몇 관객을 만났다. 지역에서 '뜻있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지순(58) 씨, "평소 재즈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좀 색달랐어요. 잔잔한 것보다 이렇게 지르는 게 좋았어요. 괴롭지 않았고 시원했어요. 재즈 고유의 음색이 잘 표현되었던 것 같았어요."

보컬 도승은(왼쪽)과 이지민 씨가 열창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보컬 도승은(왼쪽)과 이지민 씨가 열창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그리고 한살림경남에서 일한다는 박일호(63·창원시 동정동) 씨는 집에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음악을 즐긴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바흐라든지 슈베르트라든지 클래식 곡이 편곡되었는데, 좀 특별한 부분이 삼색재즈에 나와서 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잘 아는 장르로 분위기를 띄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색다른 분위기 때문에 깜짝 놀랐어요. 그럼에도 신선했습니다."

박문출 창원시자원봉사단체협의회 창원지회장도 공연장 로비에서 만났다. "자원봉사하시는 분 47명과 함께 단체로 관람했어요. 관객의 반응이 뜨겁더군요. 전반적으로 구성도 잘 되었고 연주자들의 실력과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이런 재즈 공연이 창원과 진주, 김해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참 오늘 공연에서 사회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만 조금 줄여주면 더 깔끔한 진행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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