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잇는 30.3㎞ BRT 체계 완성
공론화 거쳐 여론 수렴·도시 발전 확신
승용차 이용자 이해·설득 지속 추진

BRT 첫 발 뗀 창원...연말 1단계 준공
패러다임 전환·대중교통 혁신 관심

자동차가 없으면 불편한 도시. 대중교통이라 부를 수단이 사실상 시내버스밖에 없는 창원시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이 같은 오명을 벗고자 최근 몇 년 사이 변화도 있었습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간선급행버스(BRT) 착공,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 노면전차(트램) 도입 가속화 등입니다.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전환하고, 안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창원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위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인근 부산시 대중교통 체계를 취재했습니다. 편지글 형식으로 5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마리 씨, 한국은 장마가 시작됐어요. 세차게 비가 내렸다가 또 갰다가. 날씨가 심술을 부리네요.

장마철 창원 시내버스 이용은 어떨까 떠올려 봐요. 한 시민은 ‘장마철이나 많은 비가 내릴 때면 물이 넘치는데 버스가 지나가거나 정차할 때 물이 튀어 옷을 버리기 일쑤’라고 했거든요. 대중교통 친화도시까지 넘어야 할 산이 참 많네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다녀오고 나서 창원시와 인접한 부산에 들렀다고 말했었죠. 이유는 BRT(Bus Rapid Transit)였고요.
간선급행버스라 불리는 BRT는 어쩌면 마리 씨가 더 익숙하리라 봐요. 스트라스부르에는 ‘Ligne G’로 불리는 BRT가 운행 중이잖아요. 총길이 11㎞ 12개 정류장을 거치는 Ligne G는 하루 평균 1만 6000명이 이용하고 시내교통 혼잡 완화와 도시 대기질 개선에 큰 도움을 준다고 들었어요.

28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롯데백화점 앞 중앙버스전용차로(BRT)와 도로 중앙에 조성된 시내버스 정류장 전경. 부산 서면교차로~주례교차로 구간 BRT는 2022년 12월 28일 개통됐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28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롯데백화점 앞 중앙버스전용차로(BRT)와 도로 중앙에 조성된 시내버스 정류장 전경. 부산 서면교차로~주례교차로 구간 BRT는 2022년 12월 28일 개통됐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창원에서도 최근 BRT가 첫발을 뗐어요. 도심을 가르는 원이대로가 대상이죠. 총길이는 9.3㎞. 의창구 도계광장에서 성산구 가음정사거리까지인데, 이 구간은 BRT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S-BRT(고급간선급행버스체계)로 구축해요. 신속한 버스 전용차로, 우선신호체계, 스마트한 중앙정류장, 비접촉 버스요금 결제 시스템, 수평 승하차 시설, 양방향 굴절버스가 특징이라는데 아직은 실감할 수 없죠.

아, 창원 BRT는 1·2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원이대로가 1단계라면, 도계광장~마산합포구 육호광장(8.7㎞) 구간이 2단계죠. 2단계는 2024년 하반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고요. 창원 BRT 1·2단계가 구축되면 버스 통행 시간은 14분가량 단축되고 버스 이용률은 11.3%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어요. 대중교통 서비스 향상과 이용 활성화도 기대됐는데, 뚜껑을 열어봐야겠죠. 올해 12월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길 바랍니다.

다시 부산으로 돌아갈까요. 창원 BRT 구축을 앞두고 부산 상황은 어떤지 궁금했어요. 창원처럼 ‘도로 등 기반시설을 갖춘 도시’에 중앙 버스전용 차로를 냈는데, 부작용은 없는지도 알고 싶었고요.

330만여 명이 사는 부산에서는 2016년 12월 BRT 첫 구간이 개통했어요. 해운대로 원동IC~올림픽교차로 3.7㎞죠. 공사 과정에서는 우여곡절도 있었다고 해요. 차로가 줄어들어 출퇴근 시간에는 극심한 혼잡이 이어졌고 여름 피서철까지 겹쳤기 때문이지요. 공사는 중단이 됐다가 피서철이 끝나고 재개됐어요. 이후 동래~해운대 10.4㎞ 구간으로 확장했고요.

2018년 내성교차로~서면교차로 7.6㎞, 2021년 서면교차로~충무교차로 7.9㎞ 구간에 개통했죠. 지난해 말에는 서면교차로~주례교차로 5.4㎞ 구간도 구축됐죠. 기존 남북 축에서 동서까지 연결하는 BRT 30.3㎞ 교통체계가 완성된 셈이죠.

부산시가 지난해 9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서면~충무 BRT 설치 만족도는 54.2%였어요. 버스를 이전보다 자주 이용하는 이유로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음 △이용이 편리 △정체가 없음 △환승이 편리함 등이 꼽혔어요.

마냥 긍정적이진 않았어요. BRT 구간 일반 도로 속도 만족도를 보면 47.3%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어요. BRT 구간 버스 이용 빈도 변화를 물었을 땐 65.8%가 ‘특별한 변화가 없다’고 했고요. 84.2%는 일반차량 흐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죠. 더 편리한 지하철을 이용한다, 지하철과 BRT가 겹쳐 BRT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도로가 더 혼잡해졌다는 의견도 있었죠.

마리 씨. 부산시민 답변만 보면 BRT 구축은 위험·민원을 감수해야 하는 사업 같아요. 결단과 용기도 필요하고요. 부산은 왜 BRT를 추진했을까요.

이상용 부산시 교통국 공공교통정책연구팀장과 대화에서 그 답을 찾았어요. 그는 부산 BRT 구축을 이끈 교통공학박사예요. 이 팀장은 ‘승용차 중심으로 흘러가는 도시는 결국 특정 계층만 찾는 도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어요. 도시 성장은 정체되고 다양성·활기도 잃어갈 것이라 했고요.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증가하는 승용차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이는 곧 도시 침체로 이어진다는 의미죠.

그는 체계가 갖춰진 도시에서 BRT라는 새 시스템 도입 때 갈등·논란은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했어요. 시행 초기가 가장 힘들다는 말도 덧붙였어요. 그러면서 BRT가 왜 필요한지 시민에게 충분히 설명해 설득해야 하고 BRT가 불러올 긍정적인 변화를 확신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28일 오전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롯데백화점 앞 BRT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타고 있다. /김연수 기자
28일 오전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롯데백화점 앞 BRT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타고 있다. /김연수 기자

2018년 부산 BRT 공론화위원회 활동을 눈여겨볼 만해요. 당시 BRT 설치를 놓고 시민 반대가 거세지자, 시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여론을 수렴하고 나서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했어요. 각 분야 전문가 13명이 참여했고 시는 행정적 지원만 맡았죠. 공론화위는 여론조사·토론 등을 거쳐 공사를 지속해도 좋다는 결론을 냈어요.

BRT가 만능 해법은 될 수 없을 거예요. 이 팀장 말을 빌리면 오늘날 교통정책은 대중교통과 승용차 경합에 가깝더라고요. 국외 사례를 보면 BRT 구축과 동시에 승용차 정책은 사실상 포기하는 일도 있다고 해요.

그러나 창원시가 ‘승용차 포기’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봐요. 부산시 역시 승용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도시 여건이기에 혼잡 최소화 등 관련 정책도 여전히 이어가고 있고요. 결국 승용차 이용자들을 어떻게 이해시키고 양보를 구할 건가가 대중교통 중심 전환 열쇳말로 보이네요.

이 팀장과 ‘BRT 핵심은 정시성이다’, ‘환승 체계가 자리 잡지 않으면 대중교통 이용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로 체계는 끊임없이 바뀌므로 BRT 구간뿐 아니라 다른 도로 정비도 지속해야 한다’, ‘BRT 구축으로 새 건널목이 생기고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도시공간이 변화한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지하상가 상인 생존권 보장·상생 방안 마련, 꾸준한 종합평가 시행 필요성도 공유했고요.

창원과 부산을 비교했을 때 자가용 자동차를 운전하기 좋은 도시는 창원일 거예요. 그렇다면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도시는? 지하철이 있고 없고를 빼더라도 대부분 부산을 꼽지 않을까요. 물론 부산 대중교통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도 여전히 많아요. 그럼에도 부산은 변화 물꼬를 텄고 나아가고 있죠.

창원도 정말 바삐 움직여야겠어요. 먼 훗날 두 도시가 같은 선상에 서길 기대하며 이만 줄일게요. 아! 이상용 팀장과 만남은 영상으로도 남겼어요. 유튜브 경남도민일보에서 함께 봐 주세요. 잘 지내요 마리 씨.

/이창언 김연수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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