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성 돋보이는 간선급행버스
주차장-대중교통 결합 시스템
6800대 운영 공유자전거 '벨홉'

청소년 무료 이용 등 정책 더해
차량 없이도 이동편의 극대화

"활력 있는 도시에 새 회사 유입
그러면서 도시는 더 부유해져"

지난 편지에서 트램(노면전차) 얘기를 한참 했었죠. 스트라스부르에는 트램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버스, 자전거에 도시 외곽 주차장 시스템도 있고. 짧게나마 스트라스부르 대중교통을 경험한 느낌을 말한다면. 음. 모든 게 '보행자 중심'이네요.

마리 씨. 창원에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어요. 장마철이라 습하고 야외 활동하기도 힘드네요. 창원 교통정책은 날씨와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보행'을 권장하고 실천하기에 이 도시는 너무 덥고 또 춥거든요. 같은 5월 말이었지만 스트라스부르 날씨는 훨씬 쾌적했어요. 햇볕은 강했지만 자가용 없이 도시를 만끽하는데 불편함은 없었죠.

그러나 날씨를 방어기제로 삼아선 안 되겠죠. 모든 걸 날씨 탓으로 돌리며 보행자 중심 교통을 계속 외면한다면, 이 도시는 갈수록 '뜨거워' 질 테니까요. 창원을 비롯한 경남지역 평균 최고기온과 폭염일수는 증가하는 추세에요. 경남 평년(1991년~2000) 평균최고기온(매일 최고기온을 평균한 값)은 19.5도였는데, 최근 10년(2013년~2022년)에는 19.8도로 올랐죠. 같은 기간 폭염일수는 13일에서 16.5로 3.5일이나 늘어고요. 기온 상승 원인이 비단 교통뿐만이겠느냐만 무관하진 않겠죠. 변화가 없다면 이 도시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테고요.

그래서일까, 스트라스부르는 더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하나씩 이야기해 볼까요.

트램이 도입되기 전 스트라스부르 클레베르 광장 모습. 하루 차량 통행량은 4만 대에 달했다.(왼쪽 사진) 트램 도입 후 차량 통행이 제한되면서 광장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스트라스부르시
트램이 도입되기 전 스트라스부르 클레베르 광장 모습. 하루 차량 통행량은 4만 대에 달했다.(왼쪽 사진) 트램 도입 후 차량 통행이 제한되면서 광장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스트라스부르시

먼저 버스. 'Ligne G(G선)'로 대표되는 BRT(간선급행버스)는 전에 잠깐 언급했었죠. BRT를 타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편리성'이 돋보였어요. BRT역에는 지붕이 있었고 실시간 정보를 보여주는 정보안내판과 승차권 자동판매기도 있었죠. 운행 상황은 물론 전체 노선을 볼 수 있는 버스 내부 디스플레이와 공익광고도 기억에 남네요. '모든 정류장에 정차한다'는 믿음 덕분인지 차량 내 하차벨은 따로 없었어요. 정류장 정차 때 승객이 직접 차량 문을 열어 타고 내리는 시스템이었는데, 터치식 자동문 이용에 불편함이 전혀 없었어요.

30여 개 좌석이 있는 2단 굴절버스, 3개 탑승문, 트램 대비 빠른 속도, 정류장-버스 간 낮은 단차, 트램과 연동하는 티켓도 눈에 띄었네요. 스트라스부르에는 BRT 2개 노선(Bus G·H), 간선노선 3개(L1·L3·L6), 지선노선 35개(2번~76번)가 운영 중이라죠. 트램과 마찬가지로 도심과 외곽, 인근 도시까지 연결하는 대중교통망이 구축돼 '이동 편의성'을 보장하죠.

다음은 파크앤라이드(P+R). 주차장과 버스·트램·자전거 정류장, 굴절버스 회전교차로를 결합한 환승 시스템은 놀라웠어요. 제가 찾은 곳은 Ligne G BRT 종착역에 있는 P+R이었어요. 도시 외곽에 사는 시민은 이곳에 자가용 차량을 주차하고 대중교통으로 갈아탄다 하더라고요. P+R은 스트라스부르에만 10곳, 도심에 차량 유입을 억제하고 자연스럽게 대중교통 이용하도록 한 환경은 정말 돋보였어요. 프랑스 다른 도시에서도 볼 수 있는 P+R 이용률은 15% 정도라는데, 보행자 중심 도시 환경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2010년 탄생한 프랑스 스타르스부르 공유 자전거 '벨홉'. 인구 29만 명 도시에서 연간 이용건수는 190만 건에 이른다. /김연수 기자
2010년 탄생한 프랑스 스타르스부르 공유 자전거 '벨홉'. 인구 29만 명 도시에서 연간 이용건수는 190만 건에 이른다. /김연수 기자

공유 자전거 'Velhop(벨홉)'도 뺄 수 없겠네요. 스트라스부르에는 공원·정원·운하를 따라 약 500㎞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가 조성돼 있고 이는 프랑스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죠. 2010년 탄생한 Velhop은 이 같은 환경을 더욱 빛나게 해줬는데, 많은 시민이 Velhop을 비롯한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는 걸 봤어요. Velhop만 전기자전거 450대를 포함해 6800대나 되니까요.

아, 창원에도 공영자전거 '누비자'가 있어요. Velhop과 누비자의 차이라면. 음. 도로 환경이겠네요. 승용차보다 자전거가 우선인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연간 이용건수 누비자 430만 건(2022년)-Velhop 190만 건(2019년). 103만 명, 29만 명인 두 도시 인구 차이를 보면 확실히 Velhop이 시민과 더 가까이 있네요.

다양한 교통수단·정책도 떠올라요. 12개 학교와 거점역을 연결하는 공공 통학버스 서비스, 버스·트램·P+R·공공자전거·차량 공유를 하나의 구독서비스로 묶은 패스모빌리티, 25개 자치단체 지역에 300개 정류장 간 이동을 제공하는 FLEX HOP(트램·버스 운행하지 않는 지역 이용 승합차), 택시버스·여성 안전하차 서비스, 나이트버스(HIBUS), 도심 절반가량에 적용한 보행자 전용구간 등이죠. 이 모든 게 '보행자 중심 도시'를 뒷받침하고 있었고요.

마리 씨. 궁금해요. 스트라스부르는 어떻게 이런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을까요. 창원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질 브로샤르 스트라스부르시 트램 기획 프로젝트·서비스 수석 담당자와 만났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그는 친절히 차이점을 설명해줬어요. 

"교통환경 변화로 개인 삶의 질이 개선되면 도시 활동이 달라진다. 활기를 띤 도시로 새로운 회사들이 들어오고, 이 회사들로 말미암아 도시는 더 부유해진다."

질 보로샤르 스트라스부르시 트램 기획 프로젝트서비스 수석 담당자가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질 보로샤르 스트라스부르시 트램 기획 프로젝트서비스 수석 담당자가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마리 씨는 당연하다고 여기겠지만 우리와는 정반대였어요. 창원을 비롯한 한국 대부분 도시는 '기업·투자 유치 성과가 도시를 변화·발전시키고 이는 결과적으로 개인 삶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보거든요. 출발점이 다른 거죠.

질 브로샤르 수석 담당자는 이런 말도 했어요.
"청소년 대중교통 무료이용 정책을 펴는 이유는 그들이 잠재적인 이용객이어서다. 대중교통 이용 습관 형성에 도움을 준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수반되는 비용이 결코 적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면 삶의 질이 개선된 청소년들은 이후 도시를 더 활동적이게 만들 것이고, 이는 더 많은 회사의 유입·투자를 이끌 것이다. 스트라스부르에서 좋은 인력을 확보한 회사들은 법인세를 냄으로써 자신들이 받은 혜택을 돌려준다."

Velhop 확충은 또 어떻고요. Velhop을 더 늘릴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질 브로샤르 수석 담당자는 '없다'고 답했어요. 애초 Velhop을 도입한 궁극적인 이유는 자전거 이용 인구 유입이었다는 거죠. Velhop으로 자전거 이용 편리함을 느낀 시민이 개인 자전거를 갖추게 하는 것. 그것이 공공자전거 목표였어요.

마리 씨. 트램을 도입하기 전 스트라스부르 클레베르 광장 차량 통행량은 하루 4만 대였다고 해요. 지금은 자동차 통행이 전면 금지됐는데,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시민은 드물고요.

"(새로운 변화에) 반대하는 사람은 대부분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다. 트램 재도입을 추진한 트로트만 여사는 당시 '미쳤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오늘날 그 평가는 존경으로 바뀌었다. 두려움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스트라스부르 정책을, 질 브로샤르 수석 담당자 조언을, 시민의 삶을 창원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제 창원이 준비 중인 변화를 이야기해 볼게요. 잘 지내요.

/이창언 김연수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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