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던 트램 1994년 재도입
파격 혜택·시민 설득 병행해 부활
6개 노선 56㎞로 확대·새 구간 착공

청소년 무료·잔디형 트랙·24시 운영
일상 속에서 트램 장점 체감하는 시민

요금지불체계·도보 중심 환승센터 등
편리함·확장성 창원시 도입·이식 주목

자동차가 없으면 불편한 도시. 대중교통이라 부를 수단이 사실상 시내버스밖에 없는 창원시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이 같은 오명을 벗고자 최근 몇 년 사이 변화도 있었습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간선급행버스(BRT) 착공,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 노면전차(트램) 도입 가속화 등입니다.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전환하고, 안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창원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위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인근 부산시 대중교통 체계를 취재했습니다. 편지글 형식으로 5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그 얘기를 했던가요. 많고 많은 유럽 도시 중 왜 하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였는지요. 독일 프랑크푸르트나 카를스루에도 대중교통 하면 빠지지 않잖아요.

선택에 거창한 이유는 없었어요. 1960년대 사라졌던 트램(노면전차)을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어요. 스위스 바젤·제네바와 함께 국경을 넘는 트램 노선이 있다는 점도 주목했고요. 트램을 프랑스 전역에 확산한 '트램 진원지'라는 사실도 돋보였지요. '유럽의 실험실'이라는 설명에도 관심이 갔어요. 쓰고 보니 거창하네요.

직접 보고 듣고 나니 어땠느냐고요. 이제 스트라스부르 얘기를 해 볼까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번화가에 트램이 정차해 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번화가에 트램이 정차해 있다. /김연수 기자 ysu@

마리 씨. 평온한 날들 보내고 있나요. 스트라스부르에 가기 전 이런저런 자료를 모아 읽었던 기억이 나요. 그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죠.

'트램 재도입은 1973년 스트라스부르 도시기본계획 수립 당시 고려됐다. 1985년에는 무인운전지하철 2개 노선 건설로 변경되기도 했는데, 4년 뒤 시장 선거에서 사회당 카트린 트로트만 여사가 건설비용이 훨씬 저렴한 트램 건설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트램을 단순한 새 교통수단 선택이 아닌 스트라스부르를 전면 개편하는 수단으로 제시한 트로트만 여사는 결국 당선됐다.'

트램 도입 계획에 폭력에 가까운 반대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트램 중심 교통환경은 자동차 진입금지·주차면 감소 등을 불러오기에 원도심 상인을 중심으로 극심한 반발이 있었던 거죠.

시가 설득에 나서 민주적인 방법으로, 정치적인 동의를 받아 트램 재설치를 이뤘다고 하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누군가에게는 생존이 걸린 일일 텐데 동의가 수월했겠느냐'는 거죠. '수익감소액 전액을 보존하겠다'는 파격적인 약속이 큰 역할을 한 건 알아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옴므 드 페흐 광장에 트램이 서 있다. /김연수 기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옴 드 페흐 광장에 트램이 서 있다. /김연수 기자

그렇다면 다시. 파격적인 약속을 말한 자신감은 도대체 어떻게 나왔는지 알고 싶었죠. 의문은 질 브로샤르 스트라스부르시 트램 기획 프로젝트·서비스 수석 담당자와 대화로 풀렸어요. '교통 환경 변화는 개인 삶의 질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면 도시 활동이 달라진다'는 말. 이 같은 논리로 시민을 설득했다는 설명 그리고 자신감. 음, 이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할게요.

1994년 재도입한 스트라스부르 트램은 6개 노선(A~F) 총 56㎞에 이른다고 하죠. 80개 정류장에서 하루 30만 명이 이용하고 있고요. 중심과 외곽 지역, 그 외곽과 인접한 또 다른 지역에서도 이용해 교통수단분담률 개선, 공공 공간 환경개선과 같은 성과가 도드라졌다고 들었어요. 덕분에 올여름 F노선 확장 공사를 시작하고 내년 여름에 신규 H노선을 착공한다는 소식도 접했고요. 대중교통·사람 중심 교통정책이 정착하고 확산하는 모습이네요.

스트라스부르 중앙역 지하에 있는 트램 정거장. /김연수 기자
스트라스부르 중앙역 지하에 있는 트램 정거장. /김연수 기자

△매일 오전 5시~0시 30분 운행·연말연시 24시간 운영 △수요가 최고조에 달할 때 2분 간격, 그렇지 않을 때는 5~6분 간격 운행 △길이 33.1m·폭 2.4m·높이 3.1m 차량, 최대 285명 탑승, 최대속도 60㎞/h △도심 외곽지역 잔디형 트램, 소음·진동 차단 △중앙역(Gare Centrale) 전후에는 국철 통과를 위해 지하구간 운행 △단차 없는 트램·정류장, 대중교통공사(CTS)와 연결된 운행 정보, 운전기사가 7초에 1번씩 누르는 안전 신호 △18세 미만 청소년 무료 △차량 내 별도 대중교통 요금 지불수단이 없는 대신 정류장에서 탑승권(교통카드)을 찍는 시스템.

나열한 스트라스부스 트램 장점을 마리 씨는 일상에서 체감하고 있겠죠.

트램을 처음 경험하는 우리에게 그 일상은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자가용 없이 원활한 취재가 가능하겠느냐는 생각은 기우였고 이동에 제약이 없을까 하는 생각 역시 마찬가지였죠. 대중교통 이용은 자연스러웠고 도심을 걷는 즐거움도 충만했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트램 내부. /김연수 기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트램 내부. /김연수 기자

요금지불체계(BADGEO 카드)와 옴 드 페흐(Homme de fer) 환승센터는 특히 기억에 남아요. 충전식 교통카드인 BADGEO 카드는 가장 기본적이고 대중적인 요금지급 수단이라 들었어요. 월 혹은 연간으로 충전하고 필요에 따라 TER 열차(중소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 열차), 유로패스(유럽 국유철도), 모바일패스(도시 모든 교통수단 다각적 이용)와 결합도 할 수 있고요.

편리함·확장성도 돋보였지만, 대다수 회사가 자사 직원에게 '월 충전비 50% 지원' 혜택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신선했어요. 개인 소득 수준에 따라 충전비용이 다르게 책정된다는 것도요. 뭐랄까. '모두가 대중교통에 진심'이었죠. 우연인지 몰라도 우리가 만난 모든 스트라스부르 시민은 BADGEO 카드를 들고 있었죠.

옴 드 페흐 환승센터도 놀라웠어요. 5개 트램 노선이 만나는 스트라스부르 대표 환승광장이죠. 이곳은 애초 지리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임을 알아요. 노트르담 성당과 같은 주요 관광지도 인접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자동차 통행은 막고 대중교통 환승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환경으로 만들었죠. 링 모양의 차양은 도시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고 상업·업무시설이 밀집한 주변은 늘 활기를 띠고 있고요. 자가용 없이도 이런 분위기가 가능하다니. 내심 질투가 났네요.

트램 설치 전·후 스트라스부르 도심 모습. /스트라스부르시
트램 설치 전(왼쪽 상단)·후 스트라스부르 도심 모습. /스트라스부르시

마리 씨. 창원에는 스트라스부르보다 4배는 많은 사람이 살아요. 면적은 10배 가까이 넓죠. 스트라스부르 트램 시스템을 창원에 이식한들 성공을 보장할 순 없을 거예요. 하지만 대중교통이 불러온 긍정적인 변화, 그 변화가 이끈 도시 발전과 삶의 질 개선. 그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됐잖아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창원시의 몫이고요.

거리에서 만난 시민,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한결같이 트램에 만족하고 있었어요. 슈와이갸르트(62) 씨는 "자가용을 타고 왔지만 도심 외곽지역 주차장에 주차 후 트램을 타고 이동했다"고 했고, 에자르(17) 씨는 "지난해 겨울 비가 많이 와서 정류장에 5분 이상 정차했던 적이 있지만 매일 이용하는 데 큰 불편은 없다"고 말했죠. 에바(20) 씨는 "일요일이면 최장 12분까지 기다리는 일도 있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는 다 괜찮다"고 했고요.

마리 씨 당신은 어떤가요. 여기 창원은 또 어떨까요. 창원시민도 '대중교통, 만족한다'고 답할까요. 스트라스부르 이야기를 또 이어갈게요. 아직 할 말이 많거든요. 잘 지내요.

/이창언 김연수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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