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증가하면서 도로·공간 잠식
교통사고·혼잡·대기오염 가중해
주차장 등 대규모 공공투자 필요
도시 환경·경제에 부정적인 영향
자동차가 없으면 불편한 도시. 대중교통이라 부를 수단이 사실상 시내버스밖에 없는 창원시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이 같은 오명을 벗고자 최근 몇 년 사이 변화도 있었습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간선급행버스(BRT) 착공,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 노면전차(트램) 도입 가속화 등입니다.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전환하고, 안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창원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위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인근 부산시 대중교통 체계를 취재했습니다. 편지글 형식으로 5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마리 씨, 잘 지내시나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한 지 벌써 한 달이 됐네요.
스트라스부르에 '취재'하러 왔다는 말에 마리 씨는 눈을 크게 뜨고 관심을 보였었죠. 취재 주제가 '대중교통'이라는 말에 '오!' 하고 감탄을 했었고요.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가 사는 지역 교통은 어떤지, 취재에서 얻은 답은 무엇인지를 알려달라고 했었죠. 소중한 인연을 되새기며 이렇게 편지를 띄웁니다.
마리 씨, 여기는 대한민국 경상남도 창원시라는 곳이에요. 749㎢ 면적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는 큰 도시죠. 2010년 3개 도시가 합쳐 하나의 도시가 됐다고 말했었죠. 경남 중심도시답게 바쁘고 또 활기찬 곳입니다.
옛 창원은 계획도시예요. 바둑판처럼 잘 정리된 도로, 비슷한 크기·모습의 단독주택, 주거·상업지구 분리, 주거지와 가까운 공원 등이 돋보이죠. 인접한 마산·진해와 합쳐지고 나서도 창원 특성은 변하지 않았어요. 잘 정돈된 도시가 곧 도시 경쟁력이라 여겼고 창원이 갖춘 환경을 다른 지역으로 넓히려 애썼죠. 새 길을 뚫고 도로를 정비하고, 낡은 건물을 허물고 새로 단장하는 데 많은 돈과 시간을 썼죠.
창원에 사는 건 어떠냐고 물었었죠. 음,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 꽤 편리한 도시'라는 건 대부분 공감할 듯해요. 그런데요, 마리 씨. 여기엔 필수 조건이 있어요. 바로 자가용 차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 자가용이 있어야만 빠르고 편리한 도시가 완성되는 거죠. 아이러니하고 안타까운 이 문제 때문에 우리는 스트라스부르를 찾았고 마리 씨와 만날 수 있었죠.
누군가는 창원을 보고 자동차 중독 도시라고 해요. 도시가 중독이라니. 근데 정말 그래요. 지난 5월 말 기준 외국인을 포함한 창원시 인구는 103만 456명이었어요. 그런데 등록된 자동차는 지난해 기준 64만 4520대나 되죠.
자동차 등록 대수는 해마다 늘고 있어요. 2019년 56만 3279대에서 2020년 59만 9336대, 2021년 61만 9854대로 늘었죠. 올해는 65만 대를 넘을 것으로 보이고요. 326만여 명이 사는 경남도 총 자동차 등록 대수는 지난달 191만 511대였거든요. 그중 3분의 1이 창원에 몰려 있고, 창원은 두 사람당 1.15대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죠.
자동차가 도로와 공간을 잠식하면 어떨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각종 문제가 마치 습관처럼 터지죠. 먼저 사고. 창원시 교통사고는 매년 2500건 넘게 발생해요.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서 알아봤는데 2019년 3245건, 2020년 2978건, 2021년 2556건, 2022년 2649건. 창원 진해구 석동에 있는 삼호광장 사거리는 2019~2021년 교통사고 40건으로 경남 최다 발생 지점에 꼽혀요.
교통사고는 생명도 앗아가요. 지난해만 봐도 창원에서 61명이 목숨을 잃었죠. 창원은 여름이면 강력한 태풍이 상륙하곤 하는데요,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도 목숨을 잃는 일은 드물어요. 어쩌면 자연재해보다 더 큰 위험 속에서 창원시민은 살아가는 거죠.
교통혼잡은 말할 것도 없어요. 100만 도시는 마치 거대한 주차장 같죠. 창원이 자랑하는 잘 닦인 도로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해 낑낑거리는 자동차 소리와 답답한 한숨이 가득해요. 지난해 대한민국 도로 하루 평균 교통량은 1만 5983대이고 일반국도만 보면 1만 3262대였는데, 창원 주요 간선도로 하루 평균 교통량은 5만~6만대예요. 국도 14호선 소계광장~육호광장 6만 7742대, 국도 25호선 삼정자교차로~대방IC 5만 3774대 등이죠. 지방도 1020호선 창원~김해 장유 구간은 하루 평균 7만 8614대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차가 다니죠. 전국서 둘째라니! 자랑스러워해야 할까요.
주차 문제는 또 어떻고요. 시민에게 숙원을 물으면 주차장 확충을 꼽아요. 주택가에는 불법 주정차가 만연하고 이는 다툼으로 번지기도 해요. 주차장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요. 물론 행정도 애를 쓰죠. 하지만 돈이 문제예요. 주거밀집지역에 34면 규모 공영주차장을 짓는 데 23억 8400만 원이나 들었어요.
마리 씨, 이쯤 되면 되묻고 싶을 거예요. '도대체 왜 그렇게 다들 자가용만 찾는 거죠? 대중교통이 있잖아요!' 하고 말이죠.
물론 창원에도 대중교통이 있어요. 137개 노선 726대, 시내버스가 유일해요. 그렇지만 시내버스 이용은 활발하지 않아요. 하루 평균 이용승객은 2016년 25만 7400여 명에서 2019년 24만 1600여 명으로 줄었어요. 코로나19까지 겹친 2020년과 2021년에는 17만 2000~17만 3000여 명으로 급감했고요.
아, 넓게 보면 이것도 대중교통이 될 수 있겠네요. 창원에도 스트라스부르처럼 공영자전거가 있어요. '누비자'라고 부르죠. 대한민국 최초 공영자전거 누비자는 2008년 첫발을 떼 15살을 맞았죠. 지난해 기준 자전거도로는 209개 노선 603.16㎞에 이르러요. 뭐, 인도 겸용도로가 499.86㎞(184개 노선)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요. 이용금액은 하루 1000원부터 연 3만 원까지 다양하고요.
하지만 누비자 이용률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요. 연간 이용건수는 2013년 650만 건으로 정점을 찍었었는데, 지난해에는 430만 건으로 떨어졌죠. 하루 평균으로 보면 1만 2758건이네요.
마리 씨, 이유가 뭘까요. 왜 창원에서 대중교통이 힘을 못 쓰는 걸까요. 사실 그동안 숱한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차로를 먼저 정해놓고 사람이 다닐 길과 자전거 도로를 고려했던 자동차 중심 사고, 자가용이 불편해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 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 승용차·보행자·대중교통·자전거 활성화를 동시에 꾀하려는 욕심 혹은 정갈한 도시 형태를 유지하려는 고집을 말하는 이들도 있었죠. 시내버스 과속·무정차·불친절에 민원은 끊이지 않았고 업체는 업체대로 운영이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했어요. 버스 사고도 좀처럼 줄지 않았고요.
종합하자면 그동안 창원은 대중교통과 삶의 질을 무관하게 여겼죠. '시내버스 불편하면 자가용 타면 되잖아. 우리 도시는 차 끌기 좋은 환경인걸. 빠르게 갈 수 있잖아' 하고 말이죠.
큰 걱정은 말아요. 중독에서 벗어날 답은 나와 있고 답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어요. 마리 씨와 만났던 우리 여정도 그 속에 있어요. 걷고 싶은 도시, 대중교통이 중심이 되는 도시, 교통 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길 말이죠.
스트라스부르에 다녀오고 나서 창원시와 인접한 부산시에 들렀어요. BRT, 간선급행버스. 이 체계를 더 알고 싶어서죠. 또 편지할게요.
/이창언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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