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 확대하면 육아는 누가 하나
저임금 개선 안 되면 출산 포기 더 심화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기업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것으로 당장 노동자에게 불리하고, 나아가서 저출생 위기를 심화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 신년사에서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고 하면서,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노동시장 유연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연공서열 시스템에서 직무 중심, 성과급 중심으로 전환', '노사 법치주의' 등을 들었다.

주 52시간제로 근로시간을 줄여 왔는데, 지난 6일 발표된 '근로시간 개편안'으로 합법적으로 70시간 가까이 일하는 길이 열리면 장시간 노동이 부활하게 된다. 노조조직률이 14%에 불과해 노사가 동등하게 합의하기 어렵고, 노조가 없는 데서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정보기술(IT)이나 건설업 등 연장근로 수요가 집중되는 업종들은 주 52시간제 도입 이전의 포괄임금을 통한 공짜 야근이나 장시간 노동이 부활할 수 있다. 주 64시간 이상 노동은 산업재해 근거의 과로 기준이기도 하다. 긴 시간 일하고 나서 짧게 일하거나 장기간 휴가도 갈 수 있다고 하지만 현재 휴가도 눈치 보며 가는 분위기인데 어떻게 가능할까.

정부는 대기업 노동자 기득권이 '노-노 착취'를 낳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연일 '노조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2021년 기준으로 대기업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을 100이라 할 때 대기업 비정규직 69, 중소기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각각 59와 46 수준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도 무시할 순 없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더욱 근본적인 요인이다. 같은 100만 원을 벌어도 중소기업은 인건비로 약 73만 원을 지불하고 10만 원을 남기는데, 대기업은 43만 원 정도만 인건비로 지급하고 30만 원을 남겨 가져간다.

대기업 인건비 비중이 작은 이유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원하청 구조 때문이다. 대기업은 외주가공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저임금 인력을 이용하고, 중소기업 몫의 이윤까지 차지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불공정 거래 관행을 해소하고,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노조조직률을 높여야 한다. 또한 유럽 선진국들처럼 산별노동조합과 산업별 교섭을 제도화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저출생 위기가 절박한 상황이다. 인구가 2022년 12만여 명 감소했다. 출생아 수가 2012년 48만 명에서 작년 25만 명으로 반토막 나고 합계출산율이 0.78로 OECD 최저수준이다. 저출생 원인은 주거 불안정,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등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 '의치한약수' 등 의약계열과 상위권 대학 쏠림이 심화하니 사교육비가 갈수록 늘어난다.

여기에다가 부모들이 육아할 시간이 부족한 것도 큰 요인이다. 맞벌이는 아이 출생 후 조부모와 외조부모 등의 도움을 받기 어려우면 둘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데 대개 엄마가 감당한다. 대신 아버지는 연장노동을 해서라도 생활비를 더 벌어와야 한다. 이게 어려운 저임금 노동자는 결혼과 출생을 포기한다.

노동시간 개편으로 장시간 노동이 확대되고 정부의 노조 때리기로 노조의 힘이 약화하여 저임금이 개선되지 않으면 저출생 위기는 더욱 심화한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성장을 앞세우다 우리 사회를 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밀어넣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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