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력난 문제에 외국인력 도입 의지 밝혀
중대재해 사망자 11.2% 이주 노동자
노동계 "열악한 근무 환경부터 개선하라"

정부가 코로나19 등으로 심화된 인력난 해결을 위해 이주노동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들의 입국 절차를 84일에서 39일로 단축하고, 하반기 고용허가 인원 2만 1000명을 조기에 입국시켜 빠르게 인력 수급에 나서겠다는 방안이다. 정부는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외국인력을 도입하는 특정 활동(E-7) 비자 요건을 낮추면 최대 9000명을 수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주노동자가 중대재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열악한 근무 환경을 해결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용자 중심 이주노동 정책 =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는 지난 5일 중소기업 생산 인력난을 풀어 달라며 ‘외국인근로자 수급안정 지원정책 확대’를 정부에 건의했다. 이들은 “산업 현장에서 근로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국내 노동자 기피 현상으로 연중 구인 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생산 인력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상공계도 ‘열악한 근로 여건’이 인력난 원인이라는 걸 인정한 셈이다. 인력난 문제가 대두된 업종은 제조업, 조선업, 농축산업 등 노동 환경이 열악한 곳이다.

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은 “다들 기피하는 그 자리를 이주노동자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려고 하는 대처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사용자 중심 이주노동 정책은 이전부터 문제로 꼽혀왔다. 특히,우리나라 고용허가제 조항에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인권단체는 이 조항이 강제 노동의 조건이 된다고 거듭 지적해왔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사용자의 안정적인 인력 확보와 외국인 노동자자 장기 근무 유도를 이유로 들어 사업장 이동 제한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소장은 “이번에 정부가 조선업 인력난 문제를 지적했는데 하청의 재하청으로 노동 환경이 안 좋아지고 노동자를 고용할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그렇다”며 “인력이 부족한 건 맞지만 기본적으로 인력난이 일어나는 업종의 노동 조건 개선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위험 짊어진 이주노동자 = 국내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위험 부담을 짊어진다. 산업 현장에서 이주노동자 산업재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지난해 중대재해 사망자(668명) 중 이주노동자는 11.2%(75명)를 차지한다. 지난해 통계청 임금 노동자 현황을 보면 전체 노동자(299만 2000여 명) 가운데 외국인은 3.8%. 내국인보다 외국인의 산재사망 비율이 약 3배 가량 높은 셈이다.

지난 3월 창원에서 일하던 미얀마 노동자가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나 아직까지 산재 승인을 받지 못했다. 지난 5월에도 함안에서 야간작업을 하던 캄보디아 노동자가 전기합선으로 발생한 화재를 피하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은주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상임활동가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 노동강도가 세거나 유해 물질을 취급하는 등 위험한 환경에 이주노동자를 내몰고 있다”며 “과로했던 이주노동자가 사망해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현실을 미뤄 봤을 때 통계보다도 이주노동자 산재 사고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이주노동자를 필요할 때 썼다 버리는 도구가 아닌 인간으로 대우하고, 기본적인 노동 권리를 보장할 방안을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주노동자의 노동여건 및 정책 과제’를 펴낸 김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주노동자 사업장이 여전히 열악하고 극단적인 폭행과 인권 유린도 지속되는 점을 짚어냈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주노동자 대상으로 작업장 지도와 점검을 강화하고, 사업장에 이주노동자를 배정할 때 산재 관련 벌점 비중을 키워야 한다”며 “이주노동자 초기 정착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공적 서비스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솜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