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 통해 민주주의 헌법정신 되살려
1988년 헌법에 저항권 보루 마련 성과

지난 17일은 74번째 맞이하는 제헌절이었다. 1948년 헌법을 제정함으로써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태어났다. 이는 조선왕조가 1910년에 멸망하고, 일본제국이 통치한 후에 최초로 대한민국의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1948년의 헌법은 그 전문에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하고, "민주주의 제 제도를 수립"한다고 선언하였다.

민주독립국가의 재건과 민주주의 제도를 수립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제헌절을 맞이하여, 윤석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제헌절입니다"라는 제하의 6개의 문장으로 구성된 메시지를 올렸는데, 이 중 3개의 문장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언급하면서, 5.18민주화운동은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정신을 피로써 지켜냈다고 짚었다. 아울러 헌법적 가치로는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의 구성요소를 적시하였다. 5.18 민주화운동과 더불어 1960년 4월 혁명, 1979년의 부마민주항쟁, 1987년의 민주항쟁을 통해 국민은 피로써 헌법정신과 헌법적 가치를 지켜냈던 것이다.

이는 지난 2월에 발간된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 보고서에 담긴 역사적 평가와 같은 맥락이다. 1979년 부마민주항쟁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파괴한 유신헌법에 대한 저항을 통해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되살리려고 노력하였다. 헌정질서를 중단시키고, 국민의사의 동의 절차 없이 제정된 유신헌법이 국민의 의사를 대표할 수 없는 통치자와 국회 조항을 헌법에 넣었다는 점에서 헌법정신과 상치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아울러 통치자의 영속적 집권을 위해 인권과 법치가 무시되었다는 점도 상기하였다.

이에 따라 1988년에 시행된 헌법 전문에서는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민주개혁의 사명을 되새기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을 천명하게 된다. 아울러 헌법 10조에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는 조항을 삽입하였다. 이는 국민은 어떤 경우에도 침해당할 수 없는 기본적 인권이 있음을 천명함으로써 침해당할 때에는 저항할 권리가 있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통해 대통령 직선, 대통령의 연임제한, 헌법재판소의 설립이라는 성과를 1988년 헌법에 담았던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불가침의 기본권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헌정질서 파괴에 대한 저항권의 보루를 마련해 놓았다. 기본적 인권에는 사상, 표현, 결사, 집회의 기본권만이 아니라, 법 앞에서의 평등이라는 법치이념도 들어간다.

정치적 자유가 1988년 헌법의 문구에서 구현되었다고 평가한다면, 불가침의 기본권으로 상징되는 시민적 자유는 끊임없는 공론화를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자.

1915년 박상진 의사가 공화정을 구상했을 때는 청나라 왕정을 공화정으로 바꾼 신해혁명의 조류를 따랐으며, 1919년 임시정부의 헌장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는 천명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진행된 왕정의 몰락과 공화정의 등장과 미국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에 힘입은 바 크다.

이제 대한민국이 지정학적으로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은 물론 북한의 위협 속에서도 경제력의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당연하게 외세의 위협을 받지 않을 정도의 국방력을 보유함과 동시에 민주공화정의 역사를 발전시키는 과제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1988년 헌법 전문은 '자율과 조화'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가 유지된다고 지적하였다.

/이은진 경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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