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현질 유저 대처 못해 게임 망해
자중지란 민주당, 망하는 건 한순간

게임 좀 한다는 사람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아주 폭삭 망했는데, 다시 흥한 게임이 있나?" 거의 모두는 '그런 게 어딨어?'라고 답할 거다. 한번 '망트리'를 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유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참고로, '망트리'란 '망하는 테크 트리'의 준말인데, 게임계에서 시작해 여러 분야에서 쓰는 속어다. 나이 좀 지긋한 분들은 자주 들어봤던 말이 있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는 말. 게임도 마찬가지로 고쳐 쓰는 거 아니다. 한번 망하게 되면 유저들에게 이미 낙인처럼 부정적인 인식이 깔리게 되고, 아무리 개발자가 문제를 고쳐서 대규모 업데이트를 한다 해도 돌이키기에는 역부족이게 된다. 차라리 흥해보지도 못한 게임이라면, 시간이 지나 알아보는 사람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겨서 흥하게 될 가능이 있다. 하지만, 폭삭 망했다는 건 그만큼 흥행을 하다가 와르르 무너진 것이기 때문에, 유저 대중의 인식을 돌이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게임이 망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핵', '헬퍼'와 같은 불법 프로그램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폭망을 한 거다. 게임 제작사가 불법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건 매우 어렵다. 그렇더라도 최선을 다해 대처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자칫 불법 프로그램을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게 하면 유저들은 고객센터에 신고하는 일도 부질없다 판단해 차갑게 뒤돌아 설 것이다. 실제로 몇몇 대형 게임사가 초반 트래픽 양을 늘리기 위해 그런 '짓'을 한 사례들이 있다. 반대로, 불법 프로그램 때문에 망하는 조짐을 보였다가 극복한 사례도 있다. 지금까지 10년이 넘게 e-스포츠 대명사가 된 <리그 오브 레전드>도 한때 '롤 헬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망트리'를 탄 적이 있다. 그러다 위기를 넘기고 지금까지 권좌에 앉아 있는데, 그 이유는 꾸준한 업데이트와 관리였다.

게임이 망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현질을 많이 하는 '헤비 과금러' 의견만 듣고, 여러 라이트 유저 의견을 묵살하는 거다. '헤비 과금러'는 어쩌면 게임 제작사 입장에서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다. 당장은 너무나 달콤하다. 현금이 뭉치로 쏟아져 들어오는데, 그걸 마다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들 목소리만 듣고, 다른 유저 목소리를 무시하게 되면, 결국 대다수 유저가 빠져나가게 된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수입은 되지 않고, 오히려 서버 관리비만 드는 유저일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유저가 북적대야 게임성을 유지할 수 있다. '헤비 과금러'들도 자신들이 으스댈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현질'을 하는 건데, 그 대상이 사라지게 되면 허공 속에 메아리가 된다. 당연히 그들도 게임을 떠나게 된다.

민주당이 망해가고 있다. 대선, 지선, 모두 패배하고, 당내에 온갖 분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속수무책, 자중지란 상태다. 여성 보좌관 성폭행, 온라인 단체 회의자리에서 국회의원이 초성 'ㄸ'으로 시작하는 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이것은 게임으로 보면 일종의 '헬퍼'와 같은 사태다. 팬덤 정치 패착도 여전하다. '개딸', '양아들'이라는 팬덤이 당의 민주적 소통을 집요하게 물어뜯고 있다. 이는 게임의 '헤비 과금러'와 유사하다. 민주당은 의석수 180석 가까이 되는 성공한 당이다. 하지만, 망하는 건 한순간이다. 다시 흥하는 게임이 유례를 찾기 힘들 듯, 민주당도 망한 게임처럼 되지 말라는 법 없다.

/이병욱 게임시나리오 작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