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되레 아이가 된다'는 말은 아주 설득력 있는 속담이다. 아빠와 엄마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와 더 친근하게, 갈등 없이 지낼 수 있는 것도 눈높이가 비슷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82세의 오하룡 시인이 첫 동시집 <아이와 운동장>을 낸 지 17년 만에 발간한 두 번째 동시집 <아이와 할아버지>(사진)를 읽다 보면 아이가 된 할아버지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할아버지, 왜 두리번거리세요// 넘어지겠어요// 아이들이/ '할아버지'/ 부르는 것 같아서"('아이와 할아버지' 전문)

"아이들 노랫소리/ 귀대고 듣는 골목// 아이들 웃음소리/ 귀 대고 듣는 골목// 아이들 발소리/ 귀 대고 듣는 골목// 멀어지면 어디쯤 가나/ 가까워지면 어디쯤 오나// 듣고 들어도 못 들은 척/ 귀 대고 듣는 골목"('아이와 골목' 전문)

늘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길을 가다가도 무슨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 같고, 골목을 걸을 때면 여기저기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시인에게 골목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그런 곳이자 어쩌면 유년의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겠다.

"골목은/ 목을 내밀고/ 내다봅니다// 해가 뜨면/ 해가 떠서// 아이들이 놀면/ 아이들이 놀아서// 해가 지고/ 조용하면// 조용해서/ 쓸쓸해서// 목을 내밀고/ 내다봅니다"('골목' 전문)

할아버지가 수시로 골목에 누가 놀고 있나 싶어 고개를 쑥 내미는 모습이 연상된다. 흐뭇해하는 미소도 보이고 아쉬워하는 표정도 보인다.

할아버지와 손주가 손을 잡으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시인은 '찌릿!' 해지면서 하나가 된다고 했는데, 할아버지의 손주 사랑을 가늠할 수 있겠다.

"노인과 손주가/ 손을 잡으면// 손주의 손은/ 찌릿, 할아버지 손이 되고// 할아버지의 손은 찌릿, 손주의 손이 됩니다// 할아버지와 손주 손은/ 맞잡는 그 순간// 달달한/ 찌릿, 한 손이 됩니다"('달달한 감촉' 전문)

할아버지와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손주 사이에는 '벌쭉 웃음'만으로도 대화가 충분하다.

"뒤뚱뒤뚱/ 아기는/ 넘어질 듯 넘어질 듯/ 깔깔 웃고// 허겁지겁/ 할아버지는/ 주춤주춤/ 숨이 차 멀뚱 웃고// 아기는 돌아보고/ 할아버지가/ 우스워 벌쭉 웃고// 할아버지는/ 아기가 귀여워/ 벌쭉 웃고"('벌쭉 웃음' 전문) 도서출판경남. 103쪽. 1만 2000원.

/정현수 기자 dino999@idomin.com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