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 평생교육원서 의기투합
2년 전 공동시집 〈양파집〉 이어
이번엔 각자 책 내기로 뜻 맞춰

2년 전 의령·창원·함안·고성·진주 등 출신 6명 시인이 의기투합해 시집 <양파집>을 낸 적 있다. 경남대 평생교육원 시 창작 강좌에서 오랫동안 함께 습작해온 이들은 지난해 각자 여러 문학지를 통해 등단하면서 '경남시인회'를 결성했다. 이들 중 5명이 '시와시학시인선' 13~17권으로 개인 시집을 줄줄이 발간했다.

이영자 시인은 5명이 한꺼번에 시집을 발간한 데 대해 "그동안 꾸준히 공부하면서 창작해왔고 이번에 시집을 한 번 내보자고 의견이 맞았다"면서 "<양파집> 한 권에 여섯 명이 시를 낼 때보다 각자가 이렇게 함께 시집을 내다보니 더 기쁘고 큰 힘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시집마다 시 창작 강좌를 맡아 지도해온 박태일 경남대 명예교수가 평설을 덧붙였다.

▲ 차수민 <꽃삼촌>

◇차수민 <꽃삼촌> = 1970년 고성 출신으로 계간지 <여기>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왼 얼굴 목으로 꽃이 핀/ 외삼촌/ 어쩌다 엄마 찾아와/ 정지에서 만나곤 인사도 없이 가시더니/ 붉은 꽃 떨어졌다고/ 쪼그리고 앉은 솥단지 운다."('꽃삼촌' 전문)

박 교수는 "차 시인 첫 시집은 한 권의 두툼한 성장기며 성장 의례"라며 "결핍과 아픔을 씹으며 자기 정체성의 부챗살을 세상 속에서 접었다 펼쳤다 되풀이해 온 삶, 그 자국을 몸과 맘에 새기며 시인은 성숙 시간의 지리를 널따랗게 펼쳐 보인다"고 말했다.

▲ 이영자 <달리는 꼴찌>

◇이영자 <달리는 꼴찌> = 1955년 함안 출신으로 <시사문단>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수국이 앞서 달려간 자리/ 한 걸음 늦은 섬꽃이 출렁인다// 멀미하듯 고갯길/ 외간마을 고당마을 앞을 지날 때/ 내리막길은/ 발 박자 맞추어 준다 (…) 모든 섬꽃들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1킬로미터 남은 지점/ 내 뛰는 걸음보다/ 걷는 걸음이 더 넓은 튼실한 청년/ 지나가는 차에 혼자서 중얼/ 저 차에 매달려 가고 싶다/ 내도요".('뛰기만 해도 삼등' 일부)

박 교수는 "달림이는 자신에게 이기기 위해 다른 이들에게 지는 것을 배운다"면서 "세계의 무자비한 속도와 통제 속에서 자기 박자와 가락으로 삶을 펼치는 길을 익힌 시인"이라고 이 시인을 평가했다.

▲ 하순이 <조금은 질투>

◇하순이 <조금은 질투> = 1966년 진주 출신으로 <월간문학> 청소년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됐다.

"슨생님, 안녕하십니꺼?/ 여가 전교회장 영재가 댕기는 학원 맞지예/ 저의 아덜 둘인데 댕길 껀 아이고/ 일단 상담 한번 받아 볼라꼬예/ 큰아는 중3인데예 머리는 안 나쁜데/ 공부를 안 해에 맨날 게임만 해예/ 초등학교 때는 90점도 맞아오고 하더마는".('어떤 상담' 일부)

박 교수는 "청소년의 경험을, 청소년의 눈길에서, 청소년을 현실 독자로 받아들이는 드넓은 자리에 하 시인의 시가 놓인다"며 "어쩌면 가장 아름답고 힘센 폭발력을 감춘 질풍노도의 청소년기, 그를 함께 겪어온 시인의 동일시와 공감이 편편마다 넉넉하다"고 평했다.

▲ 김영화 <코뚜레 이사>

◇김영화 <코뚜레 이사> = 1966년 의령 출신으로 계간 <여기> 신인상을 받았다.

"부동산에 집을 떠밀어도 보름째 전화 한 통 없다 큰아이 중학교 입학 전 이사를 마쳐야 되는데 갈 집 잔금 또 언제 치를까 걱정 아파트 게시판 전봇대 급매라 헐값을 매달았다 그래도 달포를 더 넘겨도 기척이 없다 용하다는 부적도 붙여보고 초파일에나 찾던 부처님께 빌기도 했다 마침 소문이 날개 달고 오방 큰시고모님 귀까지 드셨는지 큰조카 얼른 와서 소 코뚜레를 가져가라신다".('코뚜레 이사' 일부)

박 교수는 "시의 기억 현상 밑을 끌어 잡고 있는 중핵은 어린 날의 놀라움"이라며 "한쪽은 꿈에도 자국을 남기는 몸과 가족 관계에서 비롯한 강박, 돌발적 죽음과 같은 부정가치와 얽혀 있고 맞은쪽은 어버이로부터 보호받았던 따뜻한 기억, 이승 저승 경계 없이 자리 편 죽음과 섬밀한 장소 기억 같은 긍정 가치가 놓인다"고 평가했다.

◇최영순 <아라 홍연> = 1957년 함안 출신으로 <문학고을> 시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연애세포 깨워 주는 달달/ 달빛 꽃받침/ 홍실홍실 짝짓기 좋은 날/ 홍연이 품속에/ 곤충의 꽃잠// 사랑비는 또륵 또르륵/ 참개구리 참방참방 물놀이/ 썩강에 연방/ 줄줄이 태어나겠다."('아라 홍연' 일부)

박 교수는 "시의 여성 주체는 우리 시대 많은 여자가 겪는 바, 구심적 여성성과 원심적 여성성 사이 갈등과 부조화 현상을 경험적·상상적 각본을 빌려 담아낸다"고 평설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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